[지지대] 비대면 추석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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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는 누그러졌지만 곳곳에서 감염 여파가 이어지면서 14일 신규 확진자는 109명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누적 2만2천285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400명대 중반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날로 12일 연속 100명대를 유지했다. 강력한 거리두기 효과다.

정부가 2주간 수도권에 적용한 거리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낮췄다.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희생이 너무 커서다. 하지만 추석과 한글날 연휴가 있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여 이 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다시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방역당국은 추석에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민족 대이동’은 집단감염 전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추석엔 명절 때 면제해줬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오지 말라, 가지도 말자’고 당부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이번 추석은 고향 방문을 하지 않아도 불효가 아닙니다. 코로나19로부터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전남 완도군은 고향 부모가 도시에 사는 자녀에게 찾아가는 역귀성을 막는 ‘이동멈춤 운동’을 펴고 있다. 전남 보성군은 지역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영상통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와 함께 21일부터 ‘e(이)하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운영한다.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에 신청하면 장사시설에 있는 고인의 안치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 이 안치 사진 주변을 차례상 사진으로 꾸며 고인에 대해 비대면 추모를 할 수 있다. 인천시도 추석연휴에 추모시설인 인천가족공원을 전면 폐쇄하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들도 비대면 추석 쇠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코레일의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율이 전체 좌석의 23.5%에 그쳤다. 벌초는 대행회사에 맡기고, 선물 및 장 보기는 온라인 쇼핑으로 하고, 추석 차례도 단출하게 지내기로 한 가족이 많다. 코로나19가 추석 풍속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고향 방문도, 벌초도, 성묘도, 친지 간의 인사도 모두 비대면으로 치러져야 하는 낯선 추석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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