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길을 가다보면 도로 양쪽에 간판들이 무분별하게 너무 많다. 현대 도시인들은 한마디로 간판의 홍수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상점이나 회사를 알리는 간판의 모양도 여러 종류이고 색깔도 거의 같은 게 없을 정도로 많다. 가로 쓴 간판이 있는가 하면 세로로 씌어진 간판들도 있고 외국어와 우리말이 혼합돼 국적을 알 수 없는 상품을 알리는 간판들도 수두룩하다. 거리 표지판을 가리고 있는 간판들도 있으며 심지어 신호등까지 가려 교통을 방해하는 간판들도 있다. 커다란 고층 건물이 도심지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깨끗하고 미관상 좋다고 느끼지만 차츰 건물에 입주한 여러 회사와 상호 등을 알리기 위해 각양각색으로 쓴 간판들이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붙기 시작하면 누더기를 걸친 건물로 변모하고 만다. 먹거리가 많은 거리에 들어서면 갈비집, 중국집, 일식집, 토속음식점, 설렁탕집, 보신탕집, 장어집, 생선구이집, 두부집 등 많은 음식점 간판들이 보인다. 그 지역이 음식중에서도 국밥이 유명한 지역이라면 처음에는 ‘경기 국밥집’이 보이고 그 다음 간판에는 ‘원조 경기국밥집’, ‘진짜 원조 경기국밥집’, ‘할머니 경기국밥집’, ‘외할머니 경기국밥집’ 등 자기네 음식점이 원조라고 우기는 상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또한 가구 거리에 들어서면 제각각의 상호 앞에 ‘30% 세일’, ‘반액 세일’, ‘90% 세일’, ‘원가처분’, ‘똥값처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간판과 플래카드 등이 어지럽게 붙어있는 곳도 있다. 아무리 설계가 잘 된 현대 계획도시라도 그곳에 위치한 관공서 이름과 거리 표시, 회사와 상호 간판들이 모양과 색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풍경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없다. 따뜻한 남녘바람이 불어오는 새봄에는 겨울의 묵은 때도 걷어 내면서 자기 집과 이웃의 간판들도 새롭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깨끗한 환경과 아름다운 우리 동네를 만들기 위해선 자기 집 앞이라도 비로 쓸고 화분 몇 개라도 가게 밖에 내놓는 게 이 봄을 맞이하는 최소한의 수고가 아닐까. /김 종 오 동남보건대 환경보건과 교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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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6-03-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