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시예술은 찬밥인가

언젠가 봄비가 내리던 날과는 달리 오늘은 포근한 전형적인 봄날. 오랜만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앞을 지나고 있었다.

화가라면 자연스럽게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전시장이 있음을 잊고 지나치게 됐다.

예전같으면 1개월에 몇 번씩 친분있는 화가들의 작품전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던 곳인데, 언제부턴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초대장이 끊어진지 오래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어떤 이유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이름과 관리시스템 등이 바뀌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후 전시장 대관료도 많이 인상됐고 주차도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었다. 예술하는 화가들 치고 대부분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대관료 인상과 전시장을 찾아준 고마운 손님들에게 주차료까지 부담시킨다는 건 알아서 이곳에서 전시회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나마 전시공간이 큰 곳이 없는 수원 실정에서 협회나 관이 주도하는 전시회는 열리고 있다. 그러나 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미술대전도 올해부터 수원미술전시관이나 단원미술전시관 등으로 장소를 옮기는 실정이다.

지역 미술인들이 외면하는 전시공간으로 전락해버린 경기도문화의전당 전시장을 지난해 경기미술대전 전시기간에 관람하러 찾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전시공간 또한 실망 그 자체였다. 대전시장은 리모델링으로 조명시설 등이 잘 구비된데 반해 소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단선된 전선 등으로 인해 전시장 기능이 많이 상실돼 있었다.

당시 함께 관람했던 많은 관객들도 이구동성으로 이같은 문제들을 지적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홍사종 사장의 인사말을 옮기면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새롭게 단장, 경기도민 여러분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갑니다. 더욱 수준 높은 작품을 공연하고 만족할만한 공연 서비스를 제공할 재단법인 경기도 문화의전당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경기도민, 여러분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사말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공연하고”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공연예술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전시예술에는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점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엄연히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고 또한 수원미술전시관이나 수원청소년문화센터 등의 전시실보다 비싼 대관료를 받고 있다면 그곳보다 쾌적한 전시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여러 마케팅으로 도민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신문지상에서 홍 사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시점에 홍 사장을 흠집 낼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새로 취임해 올 사장에게 이런 현실을 알리고 시정을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이 석 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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