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랑이 부족하면 영혼이 마른다

밥이 부족하면 몸이 마르지만, 사랑이 부족하면 영혼이 마른다. 굳이 에릭슨이나 여러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신뢰와 사랑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나-너-그것에 대한 믿음과 관심에서 생명은 꽃피고 열매맺는 것이다.

에구치 가쓰히코가 쓴 ‘리더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보면 사람과 조직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나는 어떠한 리더인가?’를 평가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은 부하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받는 리더가 되려면 어떤 점에 착안해야 하는가를 안내해주고 있다.

신뢰와 사랑으로 조직원의 성장·발전을 돕는 상사를 부하는 믿고 따른다. 또한 상대의 호감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믿음과 사랑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행복으로 가는 천국의 열쇠이다. 부하를 진심으로 믿고 일을 맡기며,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기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면 부하는 호감을 넘어서 존경과 사모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조직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고, 사람의 힘은 그 마음에서 나온다. 조직원들의 마음의 상태를 읽고, 마음에 불을 지피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마음을 거두고 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음을 공부해야 한다.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가 깊이 껴안을 때의 그 포근하고 미더운 느낌을 경험하고 공유하도록 직장풍토를 인간화해야 한다.

정보사회에서는 ‘정서적인 유대감’이 없는 조직은 메말라서 위기를 견디지 못한다. 그런 조직에서 가치있는 정보가 창출될 리 없다. 왜냐하면 정보는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알려면 먼저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호·오의 감정, 분노와 두려움, 갈애와 집착 등의 마음의 흐름과 그때 일어나는 신체·생리적인 변화를 깊이 호흡·음미해야 한다. 불교의 선이나 자율명상법에서 처럼 마음을 깊이 호흡해야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쏟는다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이는 소위 ‘자기소외’라는 상태에 이른 오늘의 인간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공허한 빈말들이 유령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독선과 교만, 이기와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삶의 따스한 실체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진심어린 마음과 따스한 미소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가난하지만 따스한 마음뿐인 것이다.

자, 이제 일에서, 책에서, 근심에서, 성과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느긋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자. 자기 조직의 구성원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품어 보자. 그가 요즈음 좀 게을렀으면 어떠한가. 오늘부터 신나게 일하도록 도와주면 되는 것인지. 그가 어제 해 온 보고서가 좀 신통치 못하면 어떠한가. 오늘 내가 좀 수정하고 보완해 주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 쓰고 있는 필자 자신도 며칠전에 또 한 번 죄를 저질렀다. 필자의 급한 성격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어느 선생님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었다. 질책을 하고 난 후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죄스럽던지 다음날 사과하고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마음의 상처가 어디 말로 치유되는 것이던가. 요즘에는 가끔 늙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조급함으로 인해 일이나 관계를 망칠때가 있다. 은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끔은 잠을 설친다.

/김 현 옥

안산교육청 중등과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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