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째 주 토요일, 서울역에서 출발한 귀농열차(?)가 수원역에 도착했다. 객실 한 곳을 가득 메웠던 승객 70여 명이 일제히 하차했다. 이들은 농촌진흥청이 실시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한 야간 귀농교육의 1기 수강생들로 이날은 현장교육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귀농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듯 4기까지 예정된 수강생 모집에는 당초 기수별 50명이던 것을 70명으로 늘려야 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최근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빡빡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은 환경과 생태, 자연과 더불어 휴식과 재충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이 이를 만족시킬 만한 기반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대답이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농촌 자원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이 모든 중심에는 농촌어메니티가 있다. 환경과 생태, 역사와 문화, 전통지식을 잘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체험과 활동, 휴식 프로그램 개발까지, 농촌어메니티 자원의 운영이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농산물 판매를 중심으로 농촌과 도시 소비자를 연계했다. 이후 여가활동과 휴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촌휴양형주말농원형심신수련형자연학습형 등 확장되고 있다. 농업 생산공간에 그쳤던 농촌이 도시민 수요자가 다양한 체험과 현장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 정신의 힘을 충전하는 생활공간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농촌진흥청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농촌어메니티, 농촌다움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경관, 역사와 문화 자원을 활용해 보고 느끼고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어메니티의 길, 그린로드이다. 농업과 농촌, 그곳에서 생을 꾸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그린로드는 단순히 현존하는 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함께 걸어온 사람들이 만들어온 문화, 역사, 자연, 환경이 녹아 있는 길을 의미한다. 이에 환경이 곧 자본이 되는 21세기에 그린로드는 새로운 녹색성장의 틀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설로 미처 고향을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주말에도 고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이 그린로드가 되어 우리 농촌을 제대로 알고 녹색의 가치를 배우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오피니언
정광용
2010-02-17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