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경제부는 “농협중앙회의 주요 문제가 信經(신용사업을 운영하는 농업은행과 경제사업을 운영하는 구 농협)분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농협중앙회를 지주회사 및 자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복합업종 형태인 종합농협을 단일업종 형태로 분리하라는 뜻이다.
물론 농업 농촌을 지켜야 한다는 마인드는 모든 인류가 갖고 있는 공통분모이기에 거기서 출발하는 신경분리논쟁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농협을 농업개방의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손실보험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농업인 실익차원의 자세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경우,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많은 적자를 내는 기업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단일 업종 기업들이다. 반면 제너럴 일렉트릭(GE)같은 복합기업은 점차 전에 없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농협도 과거엔 단일업종형태를 선택했으나 덩치가 적은 소농이나 복합 영농중심인 우리 농가 등에는 적합하지 않아 다시 지난 1961년 농업은행과 농협이 통합돼 복합 업종형태인 종합농협체제를 구축한 이래 오늘에 이른다.
이런 의미에서 신경분리론을 따져보자. 신경분리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별도의 법인체로 나누라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사업을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신용사업에서 경제사업분야로 지원해준 1천632억원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도 신용자회사의 모회사에 대한 배당금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몇배 웃도는 규모의 교육지원사업비 부담액과 출자배당금 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또 회원조합 자립기반 구축을 위한 조합지원적립금 조성문제, 농업인을 위한 경제사업에의 지속적인 투자재원 조달문제 등 농협의 본질적인 역할 수행은 무시됐다. 또 신경분리를 통한 신용자회사 전환의 필요성을 농협의 자본구조 및 금융부문 감독 취약 등을 사유로 명시했다. 하지만 농협자본구조 미흡이 신용사업 수익성저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신용사업의 수익을 자본금으로 편입하는 대신 지도경제사업에 지원을 충당해주는 협동조합금융 역할에 기인한 것이다.
농협은 농림부, 감사원, 금감원, 국회 등 국내 어느 조직도 유례가 없는 3중 4중의 중복 감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이념과 농협사업에 대한 깊은 연구나 확실한 분석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의 신경분리 주장을 농협이 선뜻 받아 들이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우리 농촌은 쌀시장 개방압력과 FTA·DDA협상 등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같은 참담한 현실에서, 농협의 신경분리문제는 농협은 물론 농업인 조합원들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막연히 알고 있는 상식만으로 선뜻 단안을 내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을 지키는 길은 무엇인가. 바로 농협 설립 목적인 농업인 조합원들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대신 농협은 경제사업 확대는 물론 순수 민족자본은행으로 종합금융그룹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전 성 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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