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었지만 잘 살지 못해 병원에 간다는 건 엄두도 못냈고 이미 병이 도져 입원하고 수술해야 할 단계까지 와서야 병원을 찾았다. 이로 인해 많은 진료비로 재산을 탕진하는 이웃들을 보았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형편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고 동등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이 지난 88년 농어촌을 시작으로 출발, 89년부터 전국민 의료보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병원의 문턱이 낮아져 진료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연간 365일이란 요양급여기간제한이 폐지되고 중증환자에 대한 본인 부담 10%, 6개월동안 본인 부담 300만원 상한제, 6세 미만 입원아동 본인부담 면제 등 건강보험이 보장성 강화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들의 건강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이란 낯익은 단어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어느 신문에 보면 모 교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병원이 의료수가를 정하고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 의료의 질을 높여 해외로 의료비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요즘 아파트값이 고급 내장재로 상승한 것처럼 의료비 또한 고급을 이야기하며 의료수가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원정 출산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의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 의료비를 쓸까 의문스럽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민간보험에 진료기록을 공유하도록 하고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이 개인정보인 진료기록을 공유한다면 이를 활용, 만성 환자나 과거병력자, 노인 등에 대해선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가입을 기피하게 하는 자료로 사용될 게 명약관화하다.
얼마 전 민간의료보험 설계사로부터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근간에 병원에 간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속이 아파 갔다고 대답하자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처럼 부유층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좋은 병원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것이고 반대로 높은 관리비용과 다양한 보험서비스로 인한 높은 보험료 등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서민들과 노약자들은 일반 의료기관을 찾는 의료서비스의 양극화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된 미국의 예를 보면 노벨의학상을 71명이나 받은 국민의 건강수준은 OECD 국가중 최하위권에 있으며 민간의료보험에 대해 75%가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런 선진국에서조차 민간의료보험은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등하게 병원에 접근하고 적절한 의료비용이 유지되기 위해선 민간의료보험은 현행 공보험의 보충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임 도 순 대한어머니회 평택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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