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동두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병원 이사장 등의 가족과 지인 등 10명이 ‘새치기’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요양병원은 경기도로부터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172명을 접종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접종 대상자를 181명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10명을 병원 의료 인력에 포함시켰다. 부정하게 접종받은 사람은 법인 이사 등 5명, 가족 1명, 지인 4명 등이다.
경기도는 이 요양병원에 대해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접종 후 보관 중인 잔여 백신을 회수했다. 해당 요양병원의 2차 백신 접종은 관할 보건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불법행위자 및 관여자 등의 사실관계를 파악해 추가 제재와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백신 새치기’를 방역행정의 신뢰성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하고 관련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기로 한 건 당연한 조치다.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해외에서도 물량 부족 사태로 각종 해프닝이 벌어졌다. ‘백신 새치기’가 정치 스캔들로까지 비화했다. 페루와 아르헨티나, 에콰도르에서는 각료들이 사임하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독일에선 우선 대상자가 아닌 한 지방 소도시의 시장ㆍ시의원 10명이 접종받은 사건이 불거지자 위반자에게 최대 2만5천 유로(약 3천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도 대형병원 관계자들의 새치기 사례에 100만 달러(약 10억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나선 주(州)가 있다.
백신 접종 순서는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쳐 정한 사회적 약속이다. ‘백신 새치기’는 코로나 사태 극복에 필요한 연대와 상생의 정신을 훼손하는 비양심적이고 반사회적 행위다. 사회 질서를 해치고 갈등을 야기시킨다. 9일부터 백신 새치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접종을 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당국은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부정한 접종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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