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hate crime)’는 소수인종이나 소수민족, 동성애자, 특정종교인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에게 이유없는 증오심을 갖고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다. 나치주의자의 유대인 학살, 백인우월주의단체 KKK의 유색인종에 대한 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중국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면서 아시아인 전체가 증오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는 하루 평균 11건씩 신고됐다. 중국계 피해자가 42%, 한국계는 14.8%다. 아시아인 때문에 백인이 피해를 본다는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발생한 연쇄 총격으로 8명이 사망한 사건도 인종 증오범죄라는 목소리가 높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계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포함됐다. 4건의 살인과 1건의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된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은 “(성적인) 유혹을 없애버리고 싶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시아계를 포함한 미국사회 전체가 인종 증오를 범행동기로 보는 분위기다. 트위터에 ‘StopAsianHate’(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등 온라인에선 인종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미국 언론들도 아시아계 혐오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건 다음 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취임 직후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고, “증오범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색인종을 비하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증오범죄를 규탄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이번 비극이 미국사회가 피부색을 문제 삼는 차별을 멈추고 ‘모든 인종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공감대를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도 외국인 차별 정서가 있지 않은 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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