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이다.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년 국민당 정부 수립 이후 1950년부터 시행했다. 국민의 16%에 불과한 백인의 특권을 보장하고 흑인을 극심하게 차별대우한 이 정책은 세계적 비난을 받았고, 넬슨 만델라가 1994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뽑히면서 철폐됐다.
3월 21일은 UN이 정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같은 날 남아공 샤프빌에서 있었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를 기념해 제정됐다. 오늘날 인종차별 정책의 대명사가 된 이 단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와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 유엔 에이즈(UN AIDS)는 “가장 취약한 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백신이 개발됐지만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부른다”고 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천300만명 넘는 세계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한창이지만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유럽연합 등 고소득 나라들이 백신의 75%를 싹쓸이해 접종에 속도를 내며 마스크 의무 조치를 해제하는데 반해 아프리카에선 의료진조차 백신 접종을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도덕적 잔학 행위”라며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들의 피해는 결국 전 세계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는 일부 나라가 백신을 독점할 수 없도록 지난해 백신 공유 프로그램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구성했지만, 부자 나라 정부들이 제약사와 선구매 계약을 맺어 초기 물량을 싹쓸이했다. 코로나19 백신 앞에서 세계가 ‘도덕적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 글로벌 정의는 사라졌다. 몇몇 나라가 백신을 독점할 경우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돼 전 세계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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