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년 알바노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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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청년 최씨가 택시와 충돌해 사망했다. 최씨가 일했던 피자업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달 노동자는 그해에만 3명. 당시 그 피자업체는 30분 내에 배달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피자 값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주는 ‘30분 배달 보증제’를 운영했다. 주문에서부터 피자를 굽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15분, 업체는 시간 내 배달을 못할 경우 임금 삭감 등 배달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며 ‘질주’를 강요했다.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등은 2011년 2월 해당 피자업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분 배달제 폐지를 촉구했다. ‘#노(NO)30 서비스’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SNS 시위를 하며 업체를 압박, 누리꾼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피자업체는 결국 사람 잡는 ‘30분 배달보증제’를 폐기했다. 이것이 청년 알바 노동권 운동의 시작이 됐다.

2013년 8월, 우리나라 최초로 알바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그 전까지 알바들이 떼인 돈을 찾고 부당함을 제기하려면 개인적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 말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알바노조’는 고용주와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합의할 수 있고 필요하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노조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알바는 여전히 많다.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인들도 상당수다. 알바 노인들의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년 알바노조’가 결성된다. 평등노동자회가 29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노년 알바노조 준비위 발족을 선언한다. 이날 70대 여성 청소노동자 9명의 구술기록집 발간식도 열린다. 대부분 한국전쟁 기간 농촌에서 태어나 농사, 공장일, 장사 등을 하다 노인이 돼서도 청소노동자로 일하며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사람들이다. 준비위는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인 나라에서 갈수록 더 길게, 더 불안정하게 일해야 하는 노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족한 노년 복지를 노조를 통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알바노조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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