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조국 사태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 임직원의 땅투기 의혹, 여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인사의 불공정ㆍ부도덕 등에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컸다. 성난 민심은 투표로 준엄하게 심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민주당의 패배 원인은 ‘내로남불’이다.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희의 부족함이 국민께 크나큰 분노와 실망을 안겼다.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면서 “분노와 질책,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음을 안다. 더 꾸짖어달라. 마음이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20·30 초선의원 5명도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와 여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박용진 의원도 선거 참패 원인이 “민생 무능과 내로남불에 있다”고 했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이르는 신조어다. 내가 하는 건 나름 이유가 있고 괜찮지만, 남이 하면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뜻으로 자신을 합리화 할 때 쓴다. 사자성어 같은 ‘내로남불’은 창피스럽게도 글로벌 용어가 됐다. 뉴욕타임스가 4·7 재·보궐 선거 기사에서 “여당 참패는 문재인 정권 진보 인사들의 위선 때문”이라며 “한국에선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정적 뉘앙스의 한국어가 해외에 소개된 사례가 종종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한항공 일가의 ‘물컵 사건’ 때 한국어 표현 그대로 ‘갑질’(gapjil)로 보도했다. 갑질은 “중세시대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로 정의됐다. 영국 BBC는 한국어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한 바 있다.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했다.
내로남불이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말이라니 부끄럽다. 내로남불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공정과 정의를 해친다. 말뿐인 반성과 성찰이 아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쇄신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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