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시화호 관광유람선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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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저몄다. 저렇게 도도한 바닷물을 어떻게 가둘 수 있었을까. 시흥 정왕동에서 바라다 보이던 서해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바다를 가로 질러 건너편 대부도 방아머리까지 길이 11.2㎞의 올곧은 둑이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이었다.

▶공사기간 동안 강산이 한번 바뀌었다. 시화호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흥과 (안산을 거쳐) 화성 등 고을 3곳을 연결했다. 그런 뜻으로 ‘시화’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시흥 정왕동과 안산 대부동, 화성 송산 해안선 등이 그려놓은 반원(半圓) 안에 바닷물이 모였다. 시화방조제는 바닷가를 따라 직선으로 시원하게 이어진 길이다.

▶1991년, 시화호가 막 조성되고 있을 때였다. 화성 송산 앞바다에 외롭게 떠있던 섬에 들어갔었다. 르포를 쓰기 위해서였다. 섬의 문패는 형도(衡島)였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들어왔나. 이를 알아보는 기준이 되는 섬이라는 의미로 저울 형(衡)자를 썼다.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도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주민들이 정착했다.

▶형도는 행정지명상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에 딸렸다. 넓이 640㎡에 해안선 길이 3.2㎞였다. 주민 100여명이 살고 있었다. 그 섬에서 북쪽을 올려다보면 시화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왔었다. 지금은 시화호 간척사업으로 섬과 뭍 사이에 길도 생겼다. 섬의 최고 높이는 140m였다. 석산개발로 대부분 깎여 나가 안타깝다.

▶시화호에도 관광유람선이 뜬다. 오는 9월부터다. 관광유람선 동력은 전기 에너지다. 안산시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뱃길은 시화호가 개발되기 전 사리포구가 있던 안산 호수공원 인근 안산천 하구를 출발, 반달섬을 거쳐 시화호 방조제 안쪽 옛 방아머리 선착장까지다. 출발지와 반달섬, 도착지 등 3곳에 선착장도 조성된다. 최근 편도 21㎞의 옛 뱃길도 복원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시화호에도 뱃길이 있었나 보다. 철탑들이 거대한 유령처럼 이방인들을 맞고 있는 그곳에 말이다. 어디 철탑뿐이랴. 대부도 해안을 따라 풍력발전기들도 큰 키를 자랑한다. 아침이면 머리를 풀어헤치는 안개도 단골손님이다. 그 사이로 서해에서 날아온 삽상한 바람들이 달음박질한다. 관광유람선을 타면 이 녀석들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겠다. 그래서 기다려진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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