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마다 화려한 옷을 입었다. 봄꽃이다. 올해는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수원관측소 기준으로 개나리는 지난달 22일, 진달래는 23일 폈다. 진달래는 평년보다 8일, 개나리는 평년보다 9일 빨리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29일 개화한 벚꽃은 평년보다 12일이나 일찍 찾아오면서 31일 기준 만발했다.
이른 봄꽃은 사실 자연의 심술이자 경고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꽃들도 일찍 피어났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신기후평년값’에도 기온 변화는 잘 드러난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간 기온과 강수량 등을 평균한 신기후평년값에 따르면 수도권 연평균기온은 12.3℃다. 이전 평년값(11.9℃) 보다 0.4℃, 10년 평균 기온 기준으로 1980년대와 비교하면 2010년대가 1.1℃ 나 상승했다. 자연의 경고가 기후 평년값마저 바꿔버렸다.
기후변화는 계절 길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봄과 여름은 길고 가을, 겨울은 줄었다. 봄은 91일, 여름은 118일로 각각 4일 길어졌다. 가을은 69일로 하루, 겨울은 87일로 7일이나 짧아졌다.
평균기온 1℃ 상승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환경부 분석을 보면 농작물의 재배지는 북쪽으로 81km 올라가고, 감자의 생산량을 뜻하는 ‘상서수량’은 11% 줄어든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8% 증가하고, 모기 성체 개체 수가 27% 늘어 감염병 발생률도 커진다.
희망은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한다면 평균기온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나무 심기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 △자차 대신 저탄소 대중교통 이용 등이다. 실천 의지만 있다면 실현 가능한 일들이다. 기후 변화는 봄꽃이 일찍 피고 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미래 아이들의 생존 문제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