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正當)은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함을 뜻한다.
누구에게나 가장 공평하게 적용할 수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정당함이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가치 있는 지향점으로 자리한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세상, 나쁜 일을 했다면 처벌받는 세상, 가치를 받았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는 세상. 이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정당함이 무너지는 건 의외의 지점이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꼴로 가진 자동차를 주차하는 일이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주차는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는 일 중 하나다. 주차공간은 가는 곳마다 부족하고, 불법 주차한 차량을 아슬아슬 비켜가다 보면 욱하는 마음도 든다.
그동안 주차난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생긴다고 믿었는데, 인천의 주차난 지역 주변의 공영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불법 주차는 해도, 텅 빈 유료 공영주차장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하루 이용량이 전체 주차 면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주차장도 있다.
‘주차는 무료’라는 시민 의식이 이 같은 현상을 빚어낸 것이다.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데는 수십억 원이 든다. 수십억을 들여 조성한 주차공간을 이용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내는 게 아까워 불법을 택한다는 건 정당한 일이 아니다. 차를 사고 운전하는 건 선택이지만, 공간을 받고 정당한 대가를 내는 건 일종의 의무다. ‘주차유료화’는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수입을 통한 재투자로 주차공간 확대도 가능하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정당한 시민이 가져야 할 기본 의식 아닐까.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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