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등병 마을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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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은 훈련소를 수료하면 달아주는 첫 사병 계급이다. 속된 표현으로 가로 작대기 하나다. 그런데 헷갈린다. 작대기가 하나면 일병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숫자 개념으로 작명됐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국군이 창설되면서 계급이 부여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실 모병제인 미군 사병 계급에 이등병이란 계급은 없다. 이등병 없이 그냥 일병, 상병, 병장 등 3단계로 이어진다. 굳이 영어로 이등병을 표현한다면 Private Second Class일 터이다. 그렇다면, 일등병은 Private First Class이겠다. 그래서 이등병일까. 두 번째니까 말이다.

▶이등병의 뉘앙스는 한마디로 애틋함이다. 젊은 시절의 모든 애환들이 녹여져 있다. 머리를 빡빡 밀고 집 떠나와 입영열차에 오를 때부터 풀 한 포기와 친구 얼굴 모든 게 새로웠기 때문일까. 이등병이란 명칭의 연륜도 제법 길다. 1958년 고 박춘석 작곡가가 만든 <삼팔선의 봄>에도 이등병이 노랫말로 나온다. 가객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에도 이등병은 등장한다.

▶파주시 광탄면 신산리에 오는 2022년까지 이등병 마을이 조성된다. <이등병의 편지>를 만든 작곡가 김현성씨 고향인 점을 감안, 문화자원으로 활용해 마을 소득증대사업으로 연계돼 추진된다. 파주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한 특수상황지역지원 신규 사업으로 국비 21억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입구에 통기타 랜드마크도 세워진다. 위문편지들이 전시될 이등병 우체국과 입영열차 모형이 놓일 소공원 등도 들어선다고 한다. 이등병 이발소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현성 작곡가는 자신의 고향에 소재한 육군 1사단에 입영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이등병의 편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는 이등병 마을 조성사업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소득증대사업 하나인 만큼 인근 군부대와 연계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안보 관광을 넘어 평화 관광 차원으로 조성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첫 보도가 나간 게 지난해 여름이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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