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왜 일본을 싫어할까.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를 강점한 36년 동안 저지른 극악무도한 만행을 지금까지 사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집을 36년 동안 강제로 침범해 집주인 가족의 시신을 훼손,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어린 딸을 무참히 짓밟고도 그런 적 없다는 듯 오리발을 내민다. 심지어 동네방네 다니며 반성은커녕 “나는 잘못이 없다”고 떠든다. 독일도 2차 세계대전 때 엄청난 수의 인명을 살상하고 여러 도시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등 대규모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홀로코스트(Holocaust)’라 불리는 유대인 대학살. 그 대가로 독일 대통령, 총리, 외무장관 등 국가를 책임지는 정치인들이 무릎 꿇어 사죄하고 배상한다.
‘본질이 태도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의 본질은 침략성을 드러낸 것이고 태도는 ‘잘못 없으니 사과도 없다’로 귀결된다. 두 나라가 전범국이면서 책임지는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어제는 6ㆍ25 동란(動亂) 70주년이다. 김일성이 새벽에 탱크를 앞세우며 남한을 침공해 국군은 물론, 북한ㆍ유엔ㆍ중국군, 민간인 등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모, 형제, 동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끔찍한 내전의 의미인 6ㆍ25동란을 언제부턴가 ‘한국전쟁’이라는 제삼자 시각으로 부르고 있어 안타깝다. 북한은 70년 세월을 지내면서 3대째 세습 독재정권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혈통’, ‘최고존엄’인 김씨 일가는 대한민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부를 앞세워 협박, 공갈, 무력도발하거나 웃는 얼굴로 살갑게 구는 등 강경ㆍ유화책으로 우리 정부와 국민을 우롱했다.
김정은은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4ㆍ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전 세계에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씨 남매는 최근 남북한 평화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700억원 규모의 국가 재산 손실보다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는 데 국민은 분노하고 허탈하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에 김정은ㆍ김여정의 역할 분담, 최악의 경제난 타개책, 군부 불만 해소 및 군 장악 등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그 이유가 어떻든 북한은 남북평화, 나아가 평화통일을 원하나?
‘태도가 본질이다’. 북한이 진정 남북평화를 바란다면 6ㆍ25동란을 일으킨 대죄를 민족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 7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전략, 전술에 따른 대남 공작만 하고 있다. 북한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또다시 남북 간 온ㆍ냉탕만 반복할 뿐이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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