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슬기로운 의사들의 리더십

최원재 문화부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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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최근 종영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작지만 따뜻하고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 줄 감동이 아닌 공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슬의생은 슈바이처를 꿈꾸기보단, 내 환자의 안녕만을 챙기기도 버거운, 하루하루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한 5명의 평범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필자에겐 99학번 의사 동기들의 특별한 리더십이 눈에 들어왔다.

▶이익준(간담췌외과) 천재들이 인정하는 천재 중 천재. 공부도, 수술도, 하물며 기타연주에 노래까지도 못 하는 게 없는 만능맨. 분위기 메이커로 타고난 센스와 유쾌함은 그의 인기 비결이자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익준의 가장 큰 매력은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를 함께 살린 수술방 식구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의사다.

▶안정원(소아외과) 슈바이처, 아니 공자, 맹자도 이겨 먹을 천사같은 성품의 소유자.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소아외과에서 정원의 따스함은 위로이자 희망이다. 지칠 법도 한 20년차 의사지만 한 번도 환자나 보호자, 하물며 동료 의료진에게도 화를 낸 적이 없다. 그래서 별명은 ‘부처’. 소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주말도 없이 환자를 돌본다.

▶김준완(흉부외과) 의대 돌아이만 지원한다는 흉부외과의 전설적 돌아이. 병원의 심장 ‘흉부외과’는 몇 년째 미달 신세다. 그야말로 병원의 희귀템이다. 그런 흉부외과를 무덤덤하게 지키고 있는 이가 바로 준완이다. 레지던트들에게 냉혈안이라 불리우지만 정작 레지던트의 실수를 감싸기 위해 희생하고 후배에 말에 귀 기울이는 인간이다.

▶양석형(산부인과) 속을 알 수 없는 은둔형 외톨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숨 쉬고 사는 게 신기한 귀차니즘의 대명사. 병원 내 유일하게, 누군가의 울음을 기쁘게 맞이하는 곳. 탄생의 신비와 생의 경이로움이 찬란하게 빛나는 곳. 바로 산부인과다. 속을 알 수 없는 뚱한 표정, 묻는 말에 겨우 대답이나 하는 외모도, 성격도 별난 의사지만 호감을 실력으로 커버하면서 진료실은 항상 문전성시다.

▶채송화(신경외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교수다. 병원 붙박이로, 언제 먹고 자는지가 의문인, 일명 ‘귀신’ 미지의 세계이자, 우리 몸의 작은 우주로 불리는 ‘뇌’, 그 신비로운 매력에 끌려, 병원, 집, 병원, 집만을 오 간지 어언 10여 년. 송화는 병원 붙박이이자 귀신으로, 신경외과 유일의 여자 교수가 됐다. 실력만큼이나 인생 상담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 성격은 확연히 다르지만 리더십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뛰어난 전문성과 환자와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그들의 리더십을 살짝 따라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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