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海霧)의 고향이었다. 바닷물이 가둬지기 전에는 그랬다는 얘기다.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을 체험할 수 있었다. 남해로 내려가지 않아도 말이다. 바다로 뻗어나간 모양이 디딜방아 머리를 닮았다.
▶바다에 떠있을 땐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방아머리’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배가 드나드는 개천의 어귀인 포구(浦口)도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어항(漁港)도 아니다.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내 방아머리항이라는 곳의 역사다. 옛 문헌에는 한문으로 용두포(頭浦島)로도 기록됐다. 지난 1871년 제작된 대부도 지도를 통해서다. 방아찧을 ‘용()’자가 맨 앞에 있다. 한자(漢字)로도 구색을 갖췄다. 대부도와는 떨어졌었지만 60여년 전 구봉염전을 만들면서 이어졌다.
▶대부도와 이어지기 전에는 징검다리로 건넜다. 시화호 바깥쪽으로는 선착장도 조성됐다. 정확한 지번은 ‘대부북동 1955-1’이다. 현지 어선 18척과 외지 어선 30여척 등이 이용 중이다. 애초 선착장은 시화호 내에 있었다. 이후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1986년 시화방조제를 축조하면서 현 위치로 옮겨졌다.
▶선착장(길이 180m)과 방파제(길이 82m), 4천400㎡ 규모의 물량장 등도 있다. 수산물직판장(1곳)과 여객전용 주차장(230면), 여객매표시설 등도 운영 중이다.
▶최근 문제가 생겼다. 좁다. 그래서 어선들이 접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풍이 닥치면 인근 어항으로 피해야 한다. 안산시는 그래서 해양수산부에 방아머리항 개선 관련 예산 150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영이 불투명하다.
▶해양수산부는 앞서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안산시에 공문을 보내 해양수산 관련 중장기 발전계획서 제출을 요청했었다. 지난 2월이었다. 안산시는 이에 150억원(설계비 8억원 포함) 정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발전계획서를 제출했다.
▶현재 82m인 방파제 240m 확장과 어항 내 퇴적된 토사 2만여㎡ 준설 등을 위해서다. 그러나 예산 반영이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방아머리항을 이용하는 어민들의 불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릇 세상의 어떤 사물이라도 서사(敍事)가 있기 마련이다. 그 서사는 늘 발전을 지향한다. 방아머리항도 그렇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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