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리얼돌 체험방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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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다. 어떤 여성에게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성을 조각한다. 이름은 갈라테이아. 자신의 창조물에 도취된 피그말리온은 이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다. 껴안고 입도 맞춘다. 피그말리온의 여성 조각상은 지금의 ‘리얼돌(real doll)’의 원조격이다.

인간과 인형 혹은 인조인간과의 사랑은 소설, 만화,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에서 주인공 데카드 형사는 인조인간인 레이첼을 사랑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도 27살까지 여자를 사귄 적 없는 라스(라이언 고슬링)가 리얼돌 비앙카와 데이트하는 얘기가 펼쳐진다.

리얼돌은 사람 피부와 질감이 거의 같은 특수 재질로 제작된다. 여성의 신체를 정교하게 재연한 성인용품 ‘리얼돌’은 남성들의 성적 유희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리얼돌은 수입·판매가 합법이다. 대여해주고 유사 성매매를 하는 ‘리얼돌 체험방’ 역시 사람 대상이 아니어서 불법이 아니다.

최근 리얼돌 체험방이 학교 주변과 주택가까지 침투해 논란이다. 현행법상 학교에서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만 아니면 체험방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자주 다니는 장소에 외설적인 리얼돌을 세워놓거나 사진을 창문에 붙이는 등 광고물이 노출돼 해악을 끼친다고 비난한다.

지난 4월 용인시 기흥구청 인근 상가에 문을 연 리얼돌 체험방은 영업 사흘만에 문을 닫았다. 반경 500m 이내에 초중고 6곳과 유아교육 시설 11곳이 있어 “인·허가를 취소하라”는 민원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의정부 상업지구에 24시간 리얼돌 체험방이 오픈해 청와대 게시판에 영업중단 요구 청원 글이 올라왔다. 업소가 들어서는 상업지구엔 20~30여개 학원이 밀집돼 있고 인근에 초중고교도 있다.

변종 성매매 논란이 있는 리얼돌 체험방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청소년의 성인식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경찰이 여성가족부, 지자체와 리얼돌 체험방을 단속하기로 했다. 관련법이 없어 정보통신망법이나 건축법 위반을 적용해 우회 단속한다. 이번 기회에 관련법도 정비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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