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가 33㎝이다.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윗몸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이다. 아랫몸은 누런 갈색이다. 몸 한복판에 굵고 성긴 세로무늬도 있다. 암컷 가운데 상당수는 윗몸이 붉은 갈색이다. 배의 줄무늬도 굵다. 눈 색깔은 붉은색이다. 노란색 눈테도 있다. 두견이과에 속하는 벙어리 뻐꾸기의 신상명세서다.
▶이 녀석을 영어로는 ‘동양 뻐꾸기(Oriental Cuckoo)’라고 부른다. 학명은 ‘Cuculus Optatus’다. 보통 서양에선 새들이 노래한다고 표기한다. 그들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나 보다. 상대적으로 동양에선 운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들리는 탓이다. 녀석의 우는 시기는 4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다. 5∼6월에는 울음소리가 절정에 이른다. ‘보보 보보’라고 2음절을 반복한다. 새벽부터 울기 시작해 낮에도 계속 운다. 밤에는 울지 않는다.
▶생활은 영악하다. 다른 새둥지에 한 알씩 낳아 가짜 어미새가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게 한다. 새끼는 부화한 지 사흘 정도 지나면 어미새의 가증스러움을 닮는다. 가짜 어미새의 알과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가짜 어미새로부터 먹이를 받아 먹으면서 큰다.
▶먹이가 궁금하다. 그런데 의외로 소박하다. 나비유충과 딱정벌레, 메뚜기 등이다. 알을 낳는 시기는 5월 상순∼6월 하순이다. 사할린섬 등지에서 번식한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중요한 건 이 녀석은 여름에 한반도를 찾는 철새라는 점이다. 최근 조류학회가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까지 4천여㎞ 이상 이동해 월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반도를 찾는 시점은 6월 하순이다. 양평과 가평 등지에서 서식한다. 이동기간은 평균 109일(95∼115일)이다. 이동속도는 하루평균 43㎞(39∼47㎞)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다.
▶이 녀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겨울 들녘으로 까맣게 날아와 계절을 나는 철새들만 있는 것으로 알았던, 그 섣부른 고정관념을 말이다. 여름을 한반도에서 나는 철새도 있음을 말이다. 녀석들은 그렇게 한반도에서 한여름을 우리와 함께 보낸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다. 멀쩡하게 우는 뻐꾸기한테 왜 ‘벙어리’란 이름이 붙었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