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타이완 관계법

한 때는 대만(臺灣)이라고 불렀다. 한자의 우리식 발음이다. 정식 명칭은 중화민국(中華民國)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명칭은 잊혀지고, 중국어 발음으로 ‘타이완’이라고만 불린다. 나라에서 섬으로 전락한 셈이다. ▶장제스(蔣介石)가 이끄는 국민당은 중국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타이완으로 쫓겨왔다. 1949년이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었다. 이후 핑퐁 외교로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그 지위는 상실됐다. 지구촌에서 타이완과 수교하는 나라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 0순위 지역으로 타이완을 꼽는다. 그만큼 중국과 타이완과의 관계는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놓고 타이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그런 중국에 맞경고를 보내고 있다. ▶타이완과 활발하게 교류 중인 국가가 미국이다. 외교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타이완 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이란 법이 있기 때문이다. 1979년 4월 제정됐다. 미국은 앞서 1978년 12월 미중 공동성명에 의해 다음해 1979년 1월1일 이후 중국을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타이완과 문화·통상 등에 관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내용에 의해 제정된 게 타이완 관계법이다. 타이완의 자위에 필요한 무기와 군사기술 제공, 타이완의 미국에 존재하는 자산에 관한 소유권 등이 규정됐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다. 중국은 ‘2개의 중국’을 인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올 가을로 예정된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3연임 확정시까지 타이완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회색지대 전술은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나 민간을 활용해 도발하는 전술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타이완이 포스트 우크라 전쟁의 중심지로 부각하고 있다. 타이완 주민들의 88%가 중국과의 병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중국과 타이완에 대한 잣대를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대통령 관저

청와대(靑瓦臺)는 2022년 5월9일까지 사용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본관 지붕이 청기와(靑瓦)여서 ‘푸른 기와집’이란 뜻으로 청와대라 했다. 이 명칭은 1960년 윤보선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그 전까지 ‘경무대(景武臺)’라 했던 것을 바꾼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철옹성, 구중궁궐, 금단의 땅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 개방을 약속했다. 조금씩 개방의 폭은 넓어졌으나 여전히 접근이 어려웠다. 얼마 전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기면서 지난 5월10일부터 국민에 개방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용산의 전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했다. 대통령실은 새 대통령 집무실 이름을 공모, 한 달간 3만여건이 접수됐다. 새 이름 후보로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등 5개가 압축됐다. ‘국민의집’은 국민이 대통령실 주인이고, 대통령실은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란 뜻이다. ‘국민청사’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聽) 국민을 생각한다(思)는 의미를 가졌다. ‘민음청사’는 국민의 소리(民音)를 듣는 관청이란 뜻이다. ‘바른누리’는 바르다는 뜻을 가진 ‘바른’과 세상을 의미하는 ‘누리’를 결합한 순우리말로, 공정한 세상을 염원하는 국민소망을 담았다. ‘이태원로22’는 대통령 집무실의 도로명 주소다. ‘다우닝가10번지’로 불리는 영국 총리 관저의 작명 방식을 따른 것 같다. 국방부청사 2층 대통령 주 집무실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중 마무리 해 청와대 개방 경과를 소개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다. 용산시대 개막을 정식으로 알리는 일종의 ‘집들이’다. 청와대 개방을 반기는 한편 집무실 이전, 관저명 공모, 집들이에 많은 예산과 열정을 쏟을 일인가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지금 시급한 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집들이가 아니다. 집무실 명칭은 그냥 ‘대한민국 대통령 청사’면 된다. ‘국민’을 자꾸 들먹이는 말잔치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국경선, 전쟁으로 바꿀 순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지구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이다. 흔히 G7으로 부른다. 대한민국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G7 외무장관들이 최근 의미심장한 선언을 공포했다. ▶핵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꾸려는 국경선 불인정이다. 러시아를 우회 지원하는 중국에 대해선 돕지 말라고 경고했다. 선언이 발표된 장소는 독일 북부 함부르크 바이센하우스다. 사흘 동안의 회동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발표는 러시아가 돈바스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이들은 러시아 경제·정치적 고립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그러면서 “단일대오로 뭉쳐 러시아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산 석탄·석유 수입도 금지하고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종식시키려는 노력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도 결의했다. 중국과 벨라루스 등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강성 발언이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 등을 지지해달라”. 벨라루스에 대해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구촌 식량 부족문제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올해 G7 의장국인 독일의 안나레라 배어복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지구촌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라는 절박한 질문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수확 전까지 우크라이나 식량창고 내 식량을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한 물류문제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인도 정부의 식량안보를 내세운 밀수출 금지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인류는 땅을 넓히려고 전쟁을 벌여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도 겉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반대이지만, 실제 이유는 영토 확장이다. 전쟁으로 국경선을 바꾸려는 ‘어리석은’ 역사는 결코 멈출 수 없는 걸까. 집권당의 압승으로 끝난 6·1 지방선거를 지켜보며 드는 부질 없는 생각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금리인상 이후, 부동산은

지구촌 각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조짐이 심상찮다. 금리인상의 쓰나미가 한반도 부동산시장까지 덮치는 건 아닐까. 미국이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세계 각국도 경쟁이라도 하듯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말에는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초부터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 여파로 증시의 낙폭은 커지고 있고, 가상화폐는 폭락 수준이다. ▶전 세계 부동산이 요동친다. 최근 몇 년간 세계에서 집값 버블 1·2위를 기록한 뉴질랜드와 캐나다의 부동산이 급락세다. 작년 6월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주택버블 순위 1위가 뉴질랜드, 2위가 캐나다, 3위가 스웨덴이었다. 한국은 19위였다. 뉴질랜드는 최근 석 달 간 전국 기준으로 3.5% 하락했다. 뉴질랜드부동산연구소(REINZ)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오클랜드는 5.4%, 웰링텅 시티는 9.4% 하락했다. 수년간 집값이 폭등했던 캐나다 광역 토론토 지역의 단독주택 평균 거래가격은 2월 165만달러에서 4월 145만달러로 12.1% 떨어졌다.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캐나다중앙은행은 3월 기준금리를 0.25%, 4월 0.5% 인상했다. 6월에도 0.5%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캐나다 5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대인데, 내년에는 7%까지 오를 수 있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서울 아파트의 청약불패가 또다시 깨졌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는 최근 수백가구의 일반분양에서 7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청약 당첨자의 42%가 계약을 포기했고 예비 당첨자도 이를 포기, 무순위 청약까지 이어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10년 청약 불가’라는 패널티까지 감수했다는 점이다. 다소 높게 책정된 분양가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이 부담으로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명관 경제부장

[지지대] 러시아 소금봉기

수많은 군중이 궁궐 앞으로 모여 들었다. 수천명이었다. 이들은 소금을 살 때마다 가혹하게 부과되는 세금이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분노는 갈수록 치열해졌다. 시위대는 성문을 열고 진입했다. 친위대에게 진압 지시가 떨어졌다. ▶명령은 통하지 않았다. 모든 병사가 거부했다. 일부 병사는 아예 총을 버리고 대열에 끼었다. 일부 하급 관리까지 가세했다. 시위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었다. 석양이 뉘엿뉘엿 질 때 인파는 수만명으로 늘었다. 군중의 함성은 더욱 높아지고, 거세졌다. 구호도 “소금세 반대”에서 “탐관오리 축출”로 바뀌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황제는 결국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 자체가 그렇게 흘러갔다. 각료급 책임자 2명을 처형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황제의 스승도 몰아 냈다. 하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시장도 무참하게 살해됐다. 시신도 찢겨졌다. 성난 군중은 지주들도 공격했다. 관료와 병사들은 그동안 급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지급을 촉구했다. ▶황제가 마침내 두손을 들었다. 그 악명 높은 소금세가 취소됐다. 관료와 병사들의 밀린 급여도 일괄 지급키로 결정했다. 급여를 올려 주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귀족과 성직자, 관료, 상인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신분제 의회 구성도 제시됐다. 궁여지책이었다. 1천800여명의 목숨과 주택 2만여채 소실 등을 대가로 받은 전리품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위는 들불처럼 확산됐다. 약속은 과연 지켜졌을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 갔다. 황제는 되레 기득권 강화에 나섰다. 주동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소금세보다 더 농민 삶을 옥죄는 악법을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빚이 없는 농민은 땅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법이 제정되면서 불가능해졌다. 농노제가 강화됐다. 농민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피폐해졌다. 나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봉기들이 잇따랐다.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다. 역사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250여년 후 러시아혁명으로 이어졌다. 1648년 오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얘기다. 무릇 정치가 민심을 거스르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그랬다. 오늘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중요한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임금피크제 논란

‘임금피크’는 근로자가 일정 나이에 도달한 이후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정년보장 또는 정년연장과 임금 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지만 제도의 기본 틀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의 임금피크제는 금융권에서 시작했는데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도입한 것을 시초로 보고 있다. 당시는 정리해고나 조기퇴직에 대한 압박이 강했던 시기로,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정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대다수였다. 이후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60세 이상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제도 활용 논의가 활발해졌다. 정부는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며 공공기관을 필두로 한 제도 도입을 강력 추진했다. 대법원이 지난 26일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한 연구기관에서 일했던 연구원이 정년은 61세로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취업규칙이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며 깎인 임금을 요구한 소송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의 합리성 판단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여부 △절감된 인건비가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관련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전반에 관해 합법성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정책을 뒤집으며 허송세월한 정부 탓이 크다.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노조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가 잇따르게 될 것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큰 혼란이나 갈등이 없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용부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선거가 괴로운 공무원

지방선거 때마다 일부 공무원의 대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현직 기초단체장이나 전·현직 지방의원들이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자신의 정치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 모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전직 의원으로부터 정당 경선 심사에 필요한 공약 내용을 양식에 맞게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자료를 편집해줬고, 선거 공보물 등 각종 자료 초안을 검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시의원이 제시하는 양식에 맞춰 300페이지 넘는 분량을 작성한 공무원이 있었고, 부산시의회에서는 공무원이 실수로 자신의 이름을 파일명으로 넣어 평가서를 전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엔 한 기초의원으로부터 특정 대선 후보의 지지선언문 초안을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공무원도 있다. 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걸 알지만, 선출직인 기초의원이 직급상 상급자에 해당돼 지시를 거절하기 힘들다고 한다. 선거철마다 이런 요청이 들어올 때면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한다. 6·1지방선거에서도 일부 공무원들은 갖가지 요청에 시달렸다. 공천평가서나 출마선언문 작성뿐 아니라 출마 예정자의 보도자료를 공보관실을 통해 언론에 배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민감한 시정 정보를 요구하는 정치인도 있었다. 정보공개 청구 등 공식 절차가 있지만 손쉽게 정보를 얻기 위해 공무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직무, 지위와 관련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 현역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지시나 요구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담당 공무원 역시 직무상 벗어난 행위로 선거법에 저촉된다. 공무원 입장에선 상부 지시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요구가 들어오면 암암리에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부탁이면 나중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느낀다. 선거에 공무원을 끌어들이고 괴롭히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미국의 분유대란

분유의 40% 이상이 마트 등지에서 종적을 감췄다. 매장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분유’의 ‘분’자도 없다.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암시장에선 비공식적으로 한통에 무려 18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당국이 특정 기업 생산공장 자체를 폐쇄한 탓이란다. 미국 얘기다. ▶외신은 이번 사태 배경에는 분유와 인공모유와의 경쟁도 한몫 했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생후 6개월까지 모유를 먹는 유아는 세계적으로 3명 중 1명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세계 분유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65조9천억원대 규모다. 미국에서 모유은행을 통해 구한 모유로 수유하는 데는 하루에 12만7천원 정도 든다고 한다. 서민 입장에선 벅찰 수밖에 없다. 분유업체인 애벗(Abbot)사의 리콜까지 겹쳤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앞서 애벗사 분유를 먹은 뒤 세균감염으로 영유아 2명이 사망했다며 조사에 나섰다. 해당 공장서 박테리아균을 발견했다며 리콜 대상으로 지정하고 공장도 폐쇄했다. 애벗사는 사실 무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하려고 벼른다. 분유대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독일로부터 분유를 긴급 공수해왔다. 외신은 분유 3만1천800여㎏을 실은 미 공군 수송기 글로브매스터3이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공수된 분유는 우유 단백질에 대해 과민증이 있는 아기에게도 먹일 수 있는 의료용 저자극성 특수 분유제품이다. 이번 조치는 분유의 신속한 공급 확대를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분유공수작전의 일환이다. ▶이번에 수송된 분유는 영아 9천명과 유아 1만8천명을 일주일 동안 먹일 수 있는 분량으로 파악됐다. 백악관은 조만간 네슬레 자회사인 미 유아식품 회사 거버의 분유제품도 배포할 계획이다. 이 둘을 합치면 226g 용량의 분유병 150만개를 채울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국가를 제어할 수 있는 뭔가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참사 등 바람 잘 날 없는 미국의 민낯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바이러스 시대를 살다

정부는 118일만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현 상황을 안정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23일부터 국내 귀국 전 시행하는 검사가 PCR 검사 외에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까지 허용됐고, 애초 전날까지였던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대면 접촉의 면회 기간이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실내 마스크 착용 외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우린 2년이 넘는 시간을 동행한 바이러스와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새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 발생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숭이두창’ 얘기다. ▶원숭이두창은 발열·오한·두통·림프절부종과 함께 전신, 특히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퍼지는 것이 특징인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천연두와 유사한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피부에 상처를 유발해 2차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으로 85%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주간 증상이 지속되고 대부분 자연 회복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최근 치명률은 3∼6%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정부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질병청은 “진단검사 체계 구축을 통해 원숭이두창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신속히 환자를 감별할 수 있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생각도 같을까.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이 더디게 진행됐을 때도, 정부가 내세운 K-방역만 믿고 그 수칙을 따랐을 뿐인데 대한민국은 하루 코로나19 발생 최대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앞으로 원숭이두창을 넘어 무수히 많은 새로운 변종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바이러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고선 더 큰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상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말자. 김규태 사회부장

[지지대] 신냉전

전쟁은 뜨겁다. 소총 등 개인화기에 기관총 등 공용화기, 거기에다 각종 포(砲)까지 동원된다. 곳곳에서 불을 뿜어내고 폭탄이 작열(灼熱)한다. 지옥이 따로 없다. 인명 살상은 물론이고 숱한 건물들이 파괴된다. 그래서 ‘열전(熱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을 비롯해 서유럽과 옛 소련(러시아)은 냉정하지만, 철저하게 적대상태였다. 이 같은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로 냉전(冷戰)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차가운 전쟁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힘을 겨룬다. 열전보다 더 무섭다. ▶미국과 러시아는 동유럽 정치체제와 원자력관리를 놓고 맞섰다. 미국의 1948년 마셜계획, 1949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결성 등으로 절정에 달했다. 러시아도 바르샤바 조약기구(WTO)를 결성, 서방과 대치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으로 냉전은 진화됐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 대립, 제3세력 대두 등으로 다극화됐다. 그러다 1990년 9월 미국과 러시아 등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이 화해조약을 조인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 주역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교체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안보와 경제영역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공격시 무력개입을 내비췄다.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출범시켰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만 무력개입에 대해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IPEF에 대해선 “지정학적 대항을 조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일동맹의 반중(反中) 지향성을 드러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지속적인 핵능력 증강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핵군축 협정에 대한 기여를 요구했다. 앞서 열렸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중국견제를 담되,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바짝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영역에서도 미국과 협력의 틀을 넓혔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안보 좌표를 미국 쪽으로 일보 옮겼다. 대한민국이 외교·안보적으로도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시기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바이든 대통령의 선물

세계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한 나라를 방문할 때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정상회담의 이슈에 관심이 많겠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선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선물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적힌 패를 선물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의미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인에게 백악관 나무를 손으로 깎아 이 패를 제작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문구를 인용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은 많은 사람과 의논도 하고 상의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결정할 때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기대와 비판과 비난도 한 몸에 받는다. 열심히 하고 국민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염두에 두고 새 대통령 취임 의미를 더해 탁상패를 선물한 것에 ‘센스 있다’는 반응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비국화당초 서안’을 선물했다. 서안(書案)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책을 보거나 손님을 맞아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한 일종의 좌식 책상이다. 과거 사대부 사랑방의 대표 가구로 자개에 나비와 국화, 당초 무늬를 새겨 번영·부귀영화·장수의 의미를 담았다. 답례 선물에는 김건희 여사가 함께 방한하지 못한 질 바이든 여사를 위해 준비한 전통 문양이 새겨진 경대와 마크 로스코 전시 도록도 포함됐다. 김 여사가 2015년 기획한 마크 로스코전은 미국 국립미술관이 한국에 대규모로 그림을 빌려준 첫 사례였다. 정상회담이 끝났고, 한미간 동맹을 더욱 포괄적이고 굳건히 하자며 바이든은 떠났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내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10대들의 지방선거 도전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총선과 지방선거의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지난 11일에는 정당가입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하향하는 정당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이제 10대도 정당인이 될 수 있고, 선거 출마도 할 수 있다. 당장 6·1 지방선거에 7명이 출사표를 냈다. 만 18세 4명, 만 19세 3명이다. 2명은 기초의원 지역구, 4명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1명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다. 경기도에서도 3명이 나섰다. 이재혁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2004년 1월생으로,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이다. 그는 중졸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나 학벌주의를 타파하자는 취지로 학력 기재를 않고 직업을 정당인으로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청소년 인권조례’로 개정하는 것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편견과 차별이 크다는 것을 인식,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증진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신은진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2003년 2월생으로, 올해 특성화고 졸업 뒤 진보당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 후보는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지원 조례를 제정해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에 고졸을 30% 의무 채용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고양시의회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천승아 후보는 2002년 11월생으로,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휴학 상태다. 당선되면 교육·복지·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고, 특히 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했다. 10대들에게 길은 열렸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아직 어린데 할 수 있겠냐’는 반응도 있고, 공천심사비와 기탁금 같은 ‘돈·조직·정보’로 대변되는 장애물도 장벽이다. 청년 정치인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어 보이지만 실제 정치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UFO 청문회

“외계인이 진짜 있을까”. 어렸을 적 이런 생각에 숱하게 잠을 설쳤다. 유성(流星)을 보고도 그랬다. 그때 밤하늘에선 머리가 큰 생물이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상상의 결정체는 미확인 비행물체(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로 귀결됐다.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보다 더 진화된 생물이 있을 것이란 상상은 불순하다. 그래도 인류는 끊임없이 그 ‘상상’에 천착(穿鑿)해왔다. 맨 먼저 발걸음을 내디딘 건 미국이었다. ‘프로젝트 블루북(Project Blue Book)’을 통해서였다. ▶미 공군이 1952~1969년 UFO 보고서를 작성했다. 국가안보 영향여부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까지 1만2천618건이 조사됐다. 대부분 자연현상이거나 비행기 오인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미 공군은 UFO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 미국 연방 하원에서 UFO 청문회가 열렸다. 로널드 몰트리 국방부 차관과 스콧 브레이 해군정보국 부국장 등이 출석했다. UFO는 미확인 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으로 바뀌었다. 미 당국은 그동안 UAP에 조심스러웠다. ▶브레이 부국장은 UAP는 400여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른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6월 UAP와 관련, 9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17년 동안 관측된 UAP 144건 중 143건의 정체가 미확인으로 분류됐다. ▶브레이 부국장은 “UAP가 비지구적 기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는 물질적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UAP 영상도 공개됐다. 몰트리 차관은 “UAP 기원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드레 카슨 하원의원이 거들었다. “UAP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실재한다. 국방부가 상대적으로 규명하기 쉬운 사례에만 집중, 현상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는 소홀했다”. 다시 한번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다. 외계인이 몰고 오는 미확인 비행물체는 정말 없는 걸까. 아니면 아직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규명할 수 없는 걸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컨벤션효과

최근 국민의힘 경기도내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컨벤션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컨벤션효과는 경선이나 전당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 직후 정당이나 정치인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이 같은 컨벤션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지율도 현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초중순까지만해도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10%이상 이긴다는 조사도 있었다. 이후 그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있어 컨벤션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내 기초단체장의 지지율의 변화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우세지역으로 점쳐졌던 오산시와 화성시 등 기초단체장 선거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국민 참여 경선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국민이 참여한 예비선거로 진행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당시 야당의 이회창 후보와 경쟁 끝에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된다. 그로 인해 정치적 이벤트에서 승리한 정치인이나 정당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연결고리를 가지는 컨벤션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지역정가에선 역대 대통령 취임 후 1년 내 치러진 선거에선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는 속설을 내세우며 국민의힘 돌풍이 만만치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촛불민심이 손을 들어줬던 도내 민주당 우세지역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수성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원재 정치부장

[지지대] ‘공통푸이’

공통푸이(共同富裕). ‘더불어 잘 살자’는 뜻의 중국어 표현이다. 모두 함께 잘 살자는 데 동의하지 않을 까닭은 없다. 자본주의 시각에선 과연 어떨까. 이상(理想)에 치우친 개념이라는 지적이 나온 적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어렵다. ▶사회주의체제에선 가능할 수도 있다. 이론 상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녹여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형이상학적인 논쟁으로 그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화시절 구호가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였다. 물론 ‘더불어’란 부사는 빠졌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 국내에서만 ‘공통푸이’가 이뤄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주변 국가들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탓이다. ▶중국이 이 같은 구호를 내걸고 경제정책을 펼친 지는 오래 됐다. 첫 제안자는 시진핑(習近平)이다. 지난해 8월30일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에서였다. 이후 핵심 국정기조가 됐다. 문제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공통푸이’를 구현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그는 같은 해 열린 전면개혁심화위원회에서 이렇게 주창했다. “‘공통푸이’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요구다” ‘공통푸이’ 촉진을 위한 발전공간을 만들고 소비자 권익을 더 잘 보호하자고도 역설했다. 이웃 나라들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으로 호소했다. ▶그해 ‘공통푸이’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잇따라 거액의 기부를 이어갔다. 알리바바는 2025년까지 18조원을 들여 ‘공통푸이 10대 행동’을 추진키로 했다. 텐센트는 9조원 등을 내놨다. 그러다 코로나19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침묵은 오래 갔을까. ▶최근 이 기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 같은 기조에 대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요구”라고 밝히면서다. 그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에 실은 기고를 통해서도 언급했다. “‘공통푸이’를 실현하려면 먼저 모든 인민의 공통펀더우(共同奮鬪)로 케이크를 크게 만들고, 그런 후에 합리적인 제도로 케이크를 잘 나눠야 한다” ▶이어 실물경제를 계속 키워내며 이웃 나라들과의 경제관계도 우호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공통푸이’ 기조가 그들의 국내 문제로만 그칠지, 이웃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무투표 당선

6·1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천324개 선거구에서 총 7천616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선출 정수는 모두 4천132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8대 1이다. 후보자들은 19일부터 31일까지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 후보등록과 함께 당선이 확정된 사람도 있다. 단독 출마 등의 이유로 투표없이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다. 이번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494명으로 집계됐다. 지역구 기초의원 282명, 광역의원 106명, 비례 기초의원 99명 등이다. 2018년 지방선거(89명)와 비교해 5배 이상 급증했다. 경기도에선 기초의원 48명이, 인천시에선 기초의원 20명이 투표없이 당선이 확정됐다. 선거 직후 당선이 최종 확정되는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다. 유권자에게 배달되는 선거공보물도 발송하지 못하고, 선거벽보도 붙지 않는다.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다. 대구 중구청장 재선에 도전하는 류규하 후보도 당선이 예약됐다. 국민의힘 소속의 그는 유일한 중구청장 후보다. 류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된 건 1998년(대구 중구의원), 2002년(대구시의원), 2014년(대구시의원)에 이어 네 번째다. 후보 개인은 운이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선거비용을 아낄 수 있는 건 최고의 혜택이다. 무투표 당선자가 많다는 건 한국정치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또한 보수·진보 진영이 결집하는 ‘진영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모두 이른바 ‘험지’에서 후보자를 찾지 못해 무(無)공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직후라 국민의힘 쪽으로 판세가 기울 것으로 예측돼 군소정당 후보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당선율은 낮은데 적지않은 기탁금을 내야하니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거대 정당의 나눠먹기로 전락해선 안된다. 유권자들은 선택할 다른 후보가 없고, 투표를 통해 민의를 보여줄 수도 없다. 특정 정당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선거구 개편 등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식량 무기화

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미사일과 탱크가 동원되는 전쟁도 있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싸우는 나라도 있다. 기아나 기근과 싸우는 국가도 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나라들에겐 의약품이 무기고, 굶어죽는 사람이 많은 나라들에겐 식량이 무기다. 최근 ‘식량의 무기화’가 세계 이슈가 됐다.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국가를 압력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이 식량의 무기화다. 미래의 자원 싸움은 식량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가 많다. 국제적으로 농산물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식량 수출이 중지되면 전 세계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위기가 최소 3년, 길게는 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15%, 해바라기씨 수출의 약 60%를 담당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겨울 밀, 보리, 귀리 등 곡물의 30%를 수확할 수 없고,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농지의 50%도 파종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들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재 수준의 식량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주요 곡물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가 지난 14일 식량 안보를 확보하겠다며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이른 폭염으로 올해 밀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20%에 불과하다. 소비량의 8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소한 기초식량은 국내에서 자급할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곡물 생산국의 식량 무기화가 현실화 됐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필자는 그때 이렇게 썼다. “이 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한글 간판도 찾아 보기 어렵다. 어쩌다 한국인을 만나면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외국인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고, 한국인들에게는 이국(異國) 같은 곳이다”. ▶그 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한국인이 이곳에 오면 졸지에 이방인이 된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다양한 피부색과 다채로운 모국어들.... 플랫폼을 나오면서부터 만나는 환승센터부터 딴 나라 같다. 마치 낯선 외국 공항에 내린 것 같다”. 꼭 2년 전 이맘때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를 찾았을 때 얘기다. ▶간판들도 외국어 투성이다. 음식점과 상점 등은 물론 은행 등의 간판들도 그렇다. 현지 문자를 크게, 알파벳과 한글 등은 작게 써넣었다. 그래서일까.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한복판에 서면 한국인지, 중국인지, 베트남인지, 러시아인지 당최 헷갈린다. ▶피부색이 다양한 외국인들과 어깨를 마주치다 보면 다양한 과일 가게들도 보석처럼 숨어 있다. 음식점도 지구촌 수준이다. 인도네시아가 10곳에 중국 8곳, 베트남과 파키스탄과 네팔 등이 각각 4곳이고 태국도 3곳이다. ▶다문화 학생들도 많다. 지난 2019년 4천605명, 지난 2020년 4천982명, 지난해 5천539명 등 최근 5년 새 1.6배 늘었다. 전체 학생 중 비율도 지난 2019년 6.15%, 지난 2020년 6.99%, 지난해 7.93% 등 해마다 1%씩 늘고 있다. 안산시와 교육 당국 등이 갈수록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해 교육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현듯 신경림 시인의 ‘시외버스 정거장’이라는 작품이 떠올려진다. “을지로 육가만 벗어나면/내 고향 시골 냄새가 난다/질퍽이는 정거장 마당을 건너/ 난로도 없는 썰렁한 대합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이곳은 어쩌면 그들만의 ‘을지로 육가’가 아닐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록으로 회복과 부활을 외치다

올해 8월에 인천이 록(Rock) 음악으로 들썩인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과 지난해 언택트 음악축제로 명맥을 이어왔지만, 올해 3년 만에 현장 공연이 부활하는 것이다. 날짜는 한참 더울 시기인 8월5~7일 장소는 똑같은 인천송도달빛축제공원. 수많은 록 팬들이 몰려들어 무대 앞에서 쏘아질 물폭탄을 맞으며 진정한 록을 즐길 것이다. 벌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앞서 국내 최대 공연 커뮤니티인 ‘페스티벌 라이프(FSTVL LIFE)’는 지난3월 11~14일 코로나19 이후 공연·페스티벌을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가고 싶은 페스티벌에 대한 질문에서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33%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티켓 금액이다. 이미 대부분 페스티벌은 올해 티켓 가격을 20% 이상 인상했다. 하지만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티켓 가격은 코로나19 발생전인 2019년과 같다. 지난 3년간 록팬들이 보내준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자는 취지다. 인천은 7월부터 지역 곳곳에서 록음악이 울려 퍼질 것이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별도로 신진 아티스트 발굴·육성을 위한 ‘펜타 유스스타’, 인천의 명소에서 펼쳐지는 ‘펜타포트 라이브 스테이지’, 인천지역 내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하는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파티’ 등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천지역 예술인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지속 가능한 음악 도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천펜타포트 음악축제이다. 이번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가 2년간 비대면 행사의 아쉬움, 코로나19로 인해 끊어진 문화예술 공연의 갈증과 스트레스를 확 날렸으면 한다. 회복과 부활을 외치며.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링시우

호칭(呼稱). 부르거나 불리는 이름의 통칭이다. 세상에서 이것만큼 인간에게 유별난 건 없다. 지위가 높을수록 그렇다. 더구나 그 부름이나 불림 등에 의미까지 부여한다. 높게 불러주면 ‘셀프 존경’에도 빠진다. 군중심리(群衆心理)까지 가세한다. 북한이나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선 더 두드러진다. ▶영수(領袖). 원래는 깃과 소매라는 의미의 명사지만, 일반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링시우’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쓰임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최고 지도자를 부를 때 쓰는 극존대 호칭으로 사용되는 탓이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대해 중국 언론이 이 호칭을 사용, 주목 받고 있다. ▶‘링시우’로 처음 불려진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었다. 주석(主席)이란 호칭도 중국에선 극존칭이다. 이후 ‘링시우’라는 호칭은 마오쩌등의 전유물이었다. 그에게만 붙여졌다. 해당 극존칭이 최근 회의서 시진핑을 향한 헌사로 사용됐다. 예사롭지 않다. ▶어떤 연유에서 그랬을까. 최근 열린 광시 좡족((廣西壯族) 자치구 당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링시우를 추대하고 호위하고 추종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언론에도 시진핑의 광시 시찰 1주년을 앞두고 6부작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서 “링시우에 대한 충성”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마오쩌둥 사망 후 국가주석을 이어받은 화궈펑(華國鋒)도 한 차례 공식적으로 불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호칭을 누린 시간은 짧았다. 공식 직제 상 국가 최고 지도자 직위에 오르지 않은 채 실질적 1인자로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한번도 링시우로 불린 적이 없었다. 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덩샤오핑 사후 추도사를 통해 “탁월한 링시우” 등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엇갈린 분석도 나온다. 일부 외신은 “최근 시(진핑)가 ‘렌민 링시우(人民領袖)’로 불릴 때가 있었지만 공식 문서에는 아직 ‘링시우’라는 칭호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에 대한 ‘링시우’ 표현이 등장한 데 대해 “아첨이 과했던 것인지, 제20차 당대회에 대한 비밀을 누설한 것인지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바야흐로 시진핑의 우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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