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신냉전

전쟁은 뜨겁다. 소총 등 개인화기에 기관총 등 공용화기, 거기에다 각종 포(砲)까지 동원된다. 곳곳에서 불을 뿜어내고 폭탄이 작열(灼熱)한다. 지옥이 따로 없다. 인명 살상은 물론이고 숱한 건물들이 파괴된다. 그래서 ‘열전(熱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을 비롯해 서유럽과 옛 소련(러시아)은 냉정하지만, 철저하게 적대상태였다. 이 같은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로 냉전(冷戰)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차가운 전쟁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힘을 겨룬다. 열전보다 더 무섭다. ▶미국과 러시아는 동유럽 정치체제와 원자력관리를 놓고 맞섰다. 미국의 1948년 마셜계획, 1949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결성 등으로 절정에 달했다. 러시아도 바르샤바 조약기구(WTO)를 결성, 서방과 대치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으로 냉전은 진화됐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 대립, 제3세력 대두 등으로 다극화됐다. 그러다 1990년 9월 미국과 러시아 등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이 화해조약을 조인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 주역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교체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안보와 경제영역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공격시 무력개입을 내비췄다.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출범시켰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만 무력개입에 대해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IPEF에 대해선 “지정학적 대항을 조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일동맹의 반중(反中) 지향성을 드러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지속적인 핵능력 증강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핵군축 협정에 대한 기여를 요구했다. 앞서 열렸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중국견제를 담되,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바짝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영역에서도 미국과 협력의 틀을 넓혔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안보 좌표를 미국 쪽으로 일보 옮겼다. 대한민국이 외교·안보적으로도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시기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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