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바이든 대통령의 선물

세계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한 나라를 방문할 때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정상회담의 이슈에 관심이 많겠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선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선물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적힌 패를 선물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의미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인에게 백악관 나무를 손으로 깎아 이 패를 제작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문구를 인용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은 많은 사람과 의논도 하고 상의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결정할 때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기대와 비판과 비난도 한 몸에 받는다. 열심히 하고 국민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염두에 두고 새 대통령 취임 의미를 더해 탁상패를 선물한 것에 ‘센스 있다’는 반응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비국화당초 서안’을 선물했다. 서안(書案)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책을 보거나 손님을 맞아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한 일종의 좌식 책상이다. 과거 사대부 사랑방의 대표 가구로 자개에 나비와 국화, 당초 무늬를 새겨 번영·부귀영화·장수의 의미를 담았다. 답례 선물에는 김건희 여사가 함께 방한하지 못한 질 바이든 여사를 위해 준비한 전통 문양이 새겨진 경대와 마크 로스코 전시 도록도 포함됐다. 김 여사가 2015년 기획한 마크 로스코전은 미국 국립미술관이 한국에 대규모로 그림을 빌려준 첫 사례였다.

정상회담이 끝났고, 한미간 동맹을 더욱 포괄적이고 굳건히 하자며 바이든은 떠났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내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