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미사일과 탱크가 동원되는 전쟁도 있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싸우는 나라도 있다. 기아나 기근과 싸우는 국가도 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나라들에겐 의약품이 무기고, 굶어죽는 사람이 많은 나라들에겐 식량이 무기다.
최근 ‘식량의 무기화’가 세계 이슈가 됐다.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국가를 압력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이 식량의 무기화다. 미래의 자원 싸움은 식량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가 많다. 국제적으로 농산물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식량 수출이 중지되면 전 세계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위기가 최소 3년, 길게는 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15%, 해바라기씨 수출의 약 60%를 담당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겨울 밀, 보리, 귀리 등 곡물의 30%를 수확할 수 없고,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농지의 50%도 파종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들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재 수준의 식량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주요 곡물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가 지난 14일 식량 안보를 확보하겠다며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이른 폭염으로 올해 밀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20%에 불과하다. 소비량의 8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소한 기초식량은 국내에서 자급할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곡물 생산국의 식량 무기화가 현실화 됐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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