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통령 관저

청와대(靑瓦臺)는 2022년 5월9일까지 사용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본관 지붕이 청기와(靑瓦)여서 ‘푸른 기와집’이란 뜻으로 청와대라 했다. 이 명칭은 1960년 윤보선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그 전까지 ‘경무대(景武臺)’라 했던 것을 바꾼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철옹성, 구중궁궐, 금단의 땅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 개방을 약속했다. 조금씩 개방의 폭은 넓어졌으나 여전히 접근이 어려웠다. 얼마 전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기면서 지난 5월10일부터 국민에 개방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용산의 전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했다. 대통령실은 새 대통령 집무실 이름을 공모, 한 달간 3만여건이 접수됐다. 새 이름 후보로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등 5개가 압축됐다.

‘국민의집’은 국민이 대통령실 주인이고, 대통령실은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란 뜻이다. ‘국민청사’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聽) 국민을 생각한다(思)는 의미를 가졌다. ‘민음청사’는 국민의 소리(民音)를 듣는 관청이란 뜻이다. ‘바른누리’는 바르다는 뜻을 가진 ‘바른’과 세상을 의미하는 ‘누리’를 결합한 순우리말로, 공정한 세상을 염원하는 국민소망을 담았다. ‘이태원로22’는 대통령 집무실의 도로명 주소다. ‘다우닝가10번지’로 불리는 영국 총리 관저의 작명 방식을 따른 것 같다.

국방부청사 2층 대통령 주 집무실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중 마무리 해 청와대 개방 경과를 소개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다. 용산시대 개막을 정식으로 알리는 일종의 ‘집들이’다.

청와대 개방을 반기는 한편 집무실 이전, 관저명 공모, 집들이에 많은 예산과 열정을 쏟을 일인가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지금 시급한 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집들이가 아니다. 집무실 명칭은 그냥 ‘대한민국 대통령 청사’면 된다. ‘국민’을 자꾸 들먹이는 말잔치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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