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 지도와 논술

최근의 논술 문제는 과거의 논술 문제에 비해 다양하고 정교해진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논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과 논제, 그리고 제시문의 복합적인 관계를 살펴 답안을 써야 한다. 논제도 논증의 과정을 나누어 여러 단계로 제시되며, 제시문의 숫자도 크게 증가하였고 제시문 간의 관계도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생의 답안만 보고도 어느 정도의 논리성이나 논거의 타당성을 가늠하며 첨삭이 가능했던 시대는 분명 아니다. 논술 문제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고 분석해 보지 않고서는 적절한 첨삭을 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문장이나 문단을 작성하는 과정에 대해 어법의 오류를 점검하거나 논리적 일관성을 따지는 정도의 첨삭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논지의 타당성이나 창의적인 논리 전개의 유무까지 따져보는 첨삭은 우선 논제의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역으로 논술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논술 첨삭이 가능하다는 말도 성립된다. 학생들도 논술 수업을 받고 논제 이해 능력을 키워나간다면 논술문을 첨삭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논제 이해 능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첨삭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첨삭 방법을 지도해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첨삭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논술에 대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끼리 논술문을 서로 고쳐 주는 첨삭은 우선 문장이나 문단의 개념을 분명하게 알게 해 줄 수 있다. 다른 학생의 글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길게 쓴 문장, 앞뒤 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문장 등을 지적해 줄 수 있다. 또 소주제 문장이 분명하지 않거나 뒷받침 문장과 연결이 어색한 점 등 문단 구성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칠 계기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첨삭 과정을 통해 논술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좋은 논술문을 쓴 친구에게 그 장점을 배우고, 또 좋지 않은 글이라도 그 글의 단점을 통해 자신의 글에서 반성할 점을 찾게 된다. 논제가 자신도 고민하고 써 보았던 문제이므로, 첨삭 과정을 거치며 결국 자신이 쓴 논술문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 첨삭 과정을 경험해 보면서 교사의 첨삭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학생이 첨삭의 경험을 거쳤기에, 교사의 지적이나 지도 조언이 어떤 맥락과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의 길이 더 많이 열리게 된다. 학생들끼리 동료 첨삭을 한 후에, 첨삭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을 시키는 것도 첨삭을 통해 논술문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모둠을 편성해 모둠끼리 논술문을 돌려 첨삭을 하고 난 후, 하나의 논술문에 대해 여러 학생이 의견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 친구의 논술문은 이런 점에서 뛰어나고 저런 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논의를 진행하면 더 좋은 논술문이 될 수 있다’는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글을 쓴 학생은 자신이 왜 그렇게 썼는지, 상대의 의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첨삭 내용을 논의함으로써 논술 문제에 대해 깊고 넓게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렇듯 학생들의 첨삭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논술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첨삭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하나의 논술 문제에 대해 한 번 쓰고 교사의 첨삭 한 번 읽어보고 정리하는 정도의 논술과는 차원이 다른 논술이 될 수 있다. 이를 학교나 학급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운영한다면 교사들이 첨삭 부담을 과중하게 느끼고 있는데, 이를 줄이게 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김진익 (수성고 교사)

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5>프랑스

프랑스 교육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의무교육제이다. 중학교 과정까지가 아닌 15세까지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다. 이는 유급제가 있는 유럽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되는 학생들은 교육기회도 주지 않는다는 가혹한 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에꼴 엘레망떼르(ecole elementaire)라고 불리는 5년제 초등학교부터 시작한다. 또 4년제 중학교 과정인 꼴레쥬(college)로 진학한다. 여기까지가 일반 학생들을 기준으로 한 의무교육이다. 이후 본인이 성적 등을 감안해 인문계 또는 실업·전문계 고교를 선택하게 된다. 인문계와 실업·공업계로 진로를 선택한 경우 2년제 고교 과정인 리쎄(lycee)로 진학하게 된다. 고교과정을 마친 인문계 학생들의 경우 그 유명한 프랑스 대학입학 시험인 바깔로레아(Baccalaureat)를 치르게 된다. 실업계의 경우 다소 복잡하다. 자격증 취득과 취업이 목적인 실업계와 바깔로레아를 보거나 2~4년제 과정의 전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전문직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는 고교 과정의 과별로 구분된다. 실업계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술자로 불리는 전기 관련, 자동차 관련, 미용과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직의 경우 실용디자인, 미술, 음악, 회계, 간호, 약학 등 말 그대로 전문 기술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각 과별, 학교별로 분류를 달리 하고 있어 절대적인 분류가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의 정서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 실업계와 전문직은 일반 대입시험과 다른 프로페셔널 바깔로레아 시험을 본 뒤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프로페셔널 바깔로레아는 회계학의 통계 관련 수학시험만 치를 정도로 전문직 과목을 중심으로 과별 자격증 시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정도다. 전문대 과정은 고교에서의 학업성취도를 인정하고 최대한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학문을 배울 준비가 돼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셈인 것이다. 이에 따라 고교과정에서의 수업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대입시험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인문계 고교는 국내 사정과 다르지 않다. 기술직의 경우 각 과별 전문적 기술교육을 중심으로 이론 위주로 진행된다. 매일 학교도 등교해야한다. 이에 반해 방학때는 의무적으로 한달이상씩을 인턴십으로 전공과와 연관된 산업체에서 실습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인턴십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장조차 받을 수 없다. 학생때는 최소한의 실무능력만 익히고, 성인이 되기전까지는 학교 수업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학교 수업 만큼은 철저히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전문대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 전문직의 경우 일반 대학은 물론 전문대 진학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보다는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전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을 판단하는 프로 바깔로레아 시험을 대비한 과목별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문직의 존재는 프랑스가 유럽내 다른 국가보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는데 반해 매년 평균 전체 학생의 30%가량 만이 인문계로 진학하도록 하는 축이라고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중학교 과정에서 학교마다 진로상담사를 상주시켜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직업 전문가가 수시로 학교를 방문, 해당 직업에 대한 홍보를 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이해와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등 학생들이 올바른 진로 선택 기회를 주는 정책도 한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파리 유일 의상디자인 전문고교 / 옥티브 퍼이에 학교 “학생들은 직업을 찾기 위해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지 교양을 넓히려는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 파리지역 유일의 의상디자인 전문고교인 옥타브 퍼이에(Octave Feuillet)학교. 이 학교에는 의상디자인과 외에도 조화제작, 깃털 공예, 모자, 액세서리 제작 등 언뜻 주부들의 취미생활로 비춰질만한 과들로 구성돼 있다. 파리 중심가내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에 위치한 이 학교는 가정집 현관문 크기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기자기한 학생들의 공예 작품들이 곳곳에 장식돼 있어 학교가 아닌 소품가게에 온듯한 착각이 들정도다. 특히 학교로 들어서면 로비를 지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99여㎡ 규모의 사무실은 별도의 학생 작품 전시실로 마련, 갖가지 의상을 비롯 모자와 악세사리 등 학생들이 제작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작품들이 수북히 전시돼 있다. 전시실은 학교라기보다는 대형 쇼핑몰 의상코너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안내를 맡은 알리시아(Alesia) 교사(48)는 “학생들은 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작업장에서 보낸다”며 “이론 수업을 별도로 하기보다는 실습과 이론을 병행하며 수업을 할 경우 효과가 더욱 좋을 수 밖에 없다”며 당연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알리시아는 “전체 학생중 50%는 전문대학 진학을, 50%는 취업을 선택하지만 전문대학 시험 준비 역시 실습을 위주로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학교는 프랑스의 일반적인 실업·전문직 학교의 전형을 보여주며 철저한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 최고의 실무 전문가 양성 기관으로서의 제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4>스위스

교육제도는 한마디로 ‘자율속 통제’로 불리운다. 강력한 독일교육제도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국정 교과서도 없고 스위스내 26개 칸톤(지방자치주·kanton)마다 각기 다른 교육 정책을 가지면서 연방정부와 교육제도 협약을 맺어 최소한의 관리는 하려는 것이 특징적인 부분이다. 스위스는 9년간 의무교육이다. 9년간의 교육비는 칸톤에서 해결해준다. 7살부터 다니기 시작하는 초등학교는 4~6년씩 칸톤별로 차이가 있다.(취리히 6년, 아르가우 5년, 바젤 4년, 베른 6년, 루체른 6년 등) 이후 학생과 학부모의 진학 의사를 중심으로 초교 성적을 감안해 김나지움(Gymnasium·인문계), 세쿤다슐레(Sekundarschule·(직업+인문)), 레알슐레(Realschule·직업학교) 등으로 진학하게 되는 시스템은 독일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초교 졸업 후 인문계와 실업계를 선택하는 과정은 독일과 달리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사는 학생·학부모와 편지는 물론 지속적인 상담을 벌이면서 최대한 희망하는 학교에 진학시킬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인문·실업계 진학후에도 학교간 전학이 매우 자유로워 학생들의 이동이 잦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인문계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독일보다 월등히 많아 매년 졸업생중 40%가량이 인문계를 선택하고, 60%의 학생들이 실업·공업계 직업학교를 선택한다. 또 모든 중·고교과정에서 철저한 졸업 정원제로 학생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인문계 졸업이 어려운 직업학교 학생들이 매년 정원의 10%를 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직업학교를 나와도 굴뚝청소 영업은 할 수 있다. 자격이 없어도 관련 상점을 차려 운영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장인 개념의 기술자를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는 독일과 같아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서 직업학교를 졸업한 뒤 협회가입 없이 영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직업학교의 기술력을 그만큼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알게마이너 공업고등학교(Allqumeine Beruffschule). 유럽내 독일어권 학교중 진학 경쟁률 최고를 자랑하는 이 학교에는 요리, 서비스, 약학 등 14개과에 각 과별로 3~4년제로 구성, 16~20세의 학생 2천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스위스 교육제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하루만 등교하고, 나머지 4일은 현장에서 실습을 받는다. 그나마 학교에 등교하는 하루동안에도 실습을 통해 이론수업을 받는다. 이 하루동안의 학교 수업을 위해 이 학교에는 박사과정을 이수했거나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실습, 이론, 실무 교사가 따로 배치돼 있다. 특히 각 과별 실습장비 역시 최고 수준을 갖추고 있어, 이 학교 자체적으로 관련과에 대한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우수한 교사진과 시설을 바탕으로 교육받는 학생들은 4일간의 현장실습과정에서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러나 현장실습비는 1천(70만원)~2000천(140만원) 스위스 프랑으로 지극히 저렴하다. 이는 학창시설 경제적인 소득보다는 자연스럽게 독립심을 배우게 하기 위한 정책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인터뷰/ 알게마이너 직업학교 유르그 발서 교장 졸업후 자격증 100% 취득…최고 기술교육으로 맞춤취업 “학생의 자질향상과 사회 적응 훈련이 우리 학교의 교육이념입니다.” 스위스 취리히주 알게마이너 직업학교(Allqemeine Berufsschule) 유르그 발서 교장(61·Jurg Walser). 유르그 교장은 학교 소개를 요청하자 서슴없이 알게마이너 학교의 교육이념을 말한다. 이는 직업학교는 학생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갖춰주고, 선택한 직업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제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스위스의 교육제도는 현장 적응과 학교 교육의 조화를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학교 교육역시 현장에서 막바로 활용될수 있도록 실무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유르그 교장은 본인 역시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사들 역시 박사학위 소지자이거나 현장 실무자로만 구성,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자랑한다. 이는 알게마이너 학교 학생들이 졸업후 관련 자격증 취득률 100%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학교는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 교육받은 학생들의 실력을 믿는 만큼 취업알선에도 적극적이다. 시 취업센터와 연계는 물론 학교와 산학연을 맺은 수백여개의 기업들과 수시로 교류를 통해 학생별 맞춤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말 그대로 직업학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유르그 교장은 “우리 학교의 교육시스템은 유럽내 최고라고 자부하며, 여기서 교육받은 학생들도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최고의 기술은 자신을 믿는 ‘자신감’에서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최상의 기술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쟁점토론) 선의의 거짓말은 해도 되나?

1.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이 거짓말이죠. 이러한 거짓말에도 여러 유형이 있어요. 먼저 남을 속여 자기의 이익을 얻는 사기형 거짓말이 있어요. 또한 내 이익과는 상관없이 그저 악한 마음에 남을 괴롭히고 망하게 하려는 거짓말은 악질형 거짓말이라고 해요. 위장형 거짓말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쓰는 거짓말이에요. 책임이나 잘못을 피하기 위해 하는 회피형 거짓말도 있고요. 이러한 거짓말들은 모두 내 이익을 위해 도덕적 양심을 저버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반면 타인의 이익을 위해 혹은 타인을 돕기 위해 하는 거짓말도 있어요. 선의의 거짓말이 그것이죠. 2.선의의 거짓말이 무엇이며, 어떤 사례가 있나요? 선의의 거짓말이란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을 말해요. 외국에서는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라고도 불러요. 그 사례는 많아요. 예를 들어 간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다녀갔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의 크리스마스 흥을 돋우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죠. 또 뚱뚱한 것이 콤플렉스인 친구에게 뚱뚱하지 않다고 말하는 거짓말도 있고요, 시한부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의사가 병세를 미화해 말하는 것도 선의의 거짓말에 속해요.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거짓말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형 거짓말도 있어요. 그외 타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경우나 타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거짓말도 선의의 거짓말이지요. 3.그럼 선의의 거짓말도 나쁜가요? 대체로 악의적으로 하는 거짓말은 옳지 못한 행위이며,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혹은 선한 의도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인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해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선의의 거짓말을 통해 지키려고 한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해요. 선의의 거짓말은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도덕적 가치가 충돌하는 딜레마적 상황이 대부분이에요. 이를테면 생명을 구하기 위한 거짓말은 비록 거짓말이지만 더 큰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거죠. 하지만 반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도덕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다시 말해‘선의의 거짓말을 인정할 수 있나’라는 문제는‘도덕규범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나’라는 문제와 같은 맥락이에요. 4.도덕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구요? 사람들이 도덕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목적론적 윤리관과 의무론적 윤리관이 그것이죠. 이 중 도덕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 목적론적 윤리관이에요. 목적론적 윤리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3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해요. 왜 이렇게 거짓말을 자주 하는 걸까요? 또 우리가 흔히 말하는‘선의의 거짓말’과 ‘거짓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토론에 앞서 선의의 거짓말이란 무엇이며 어떤 사례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사람들은 행위의 결과가 사람에게 즐거움, 쾌락, 행복을 줄 때 선한 것이며 슬픔, 고통, 불행을 줄 때 악한 것이라고 주장해요. 이들은 사람들이 도덕을 지키는 이유가 인간답게, 양심적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죠. 때문에 이들은 도덕 그 자체가 중요해서라기보다 인간답게 사는 목적을 위해 도덕규범을 지켜요.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도덕은 때에 따라 변하고,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목적론적 윤리관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도덕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선하고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온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요.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선한 의도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될 수 있어요. 반면 의무론적 윤리관은 도덕에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죠. 5.의무론적 윤리관은 왜 도덕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나요? 의무론적 윤리관은 도덕이란 선한 행위 그 자체이며 이를 의무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입장에 따르면 아무리 동기가 선하다고 할지라도 거짓말이라는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돼요. 이들은 도덕에 예외를 두면 결국 도덕 자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하죠. 이러한 입장의 대표적인 철학자는 바로 칸트예요. 그는 만약 친구를 죽이려는 암살자가 추격해 와서 집안으로 달아나지 않았냐고 물었을 경우에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도덕법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요. 결과가 어떠할지는 아무도 미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의무론적 윤리관을 지닌 사람 중에도 자신에게 극단적인 불이익이 돌아올 경우나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불이익이 되는 경우, 약속이 사기나 폭력으로 맺어졌을 경우 등엔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키케로가 대표적인데요, 하지만 그러한 예외조차 가급적 허용되어선 안 되며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당성이 있어야 해요. /제윤아 유레카논술 상임연구원 명제Ⅰ 선의의 거짓말은 타인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해도 된다) 살다보면 때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상황을 맞는다. 예를들어 내 친구의 행방을 알아내어 해치려는 적이 있다고 하자. 그런 적에게 우리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친구의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이를 숨기는 거짓말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타인에게 삶의 행복이나 희망을 주거나 좋은 결과를 준다. 정직함이 아무리 올바른 도덕규범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그러한 정직함이 상대방에게 오해와 고통을 준다. 그럴때의 정직함은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때문에 모두가 행복해지고 좋은 결과를 주는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되어야 한다. (해선 안 된다) 선의의 거짓말의 결과가 타인에게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친구를 해치려는 적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 친구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오히려 거짓말이 들통났을 경우 친구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어떤행위라도 그 결과는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선한 동기의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또 다른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하는 의사의 거짓말은 아무리 선한 의도라고 하더라도 그 환자에게 좋은 결정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것은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발장>에서 신부는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줬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장발장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이후 장발장이 더 큰 것을 훔치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의의 거짓말은 그 결과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그 결과가 타인에게 좋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근거 없는 결과를 가정하여 ‘거짓말 하지말라’는 도덕법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 명제Ⅱ 선의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선한 행위다! (해도 된다) 선의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선한 행위다. 타인이나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기대한 선한 의지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선한 의도가 있는 경우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천안문을 보고 싶어 하는 불치병 소녀에게 어느 대학 운동장을 꾸며 천안문 광장이라고 속여 소녀의 소원을 들어준 것은 소녀는 물론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모두에게 행복함을 전해줬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거짓말이며 선한 행동이다. 물론 선한 거짓말이 나쁜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한 거짓말은 그 자체로 선한 행위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고해서 선한 거짓말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런 결과를 야기한 다른 요인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설사 거짓말을 했다는 윤리적 문제가 있더라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가장 선한 행위이다. (해선 안 된다) 아무리 선한 의도로 한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는 선한 행위가 될 수 없다. 어쨌든 그것은 남을 속이는 잘못된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설사 선의의 거짓말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이 잘못되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돈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결국엔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미인가? 게다가 선의의 거짓말이 담고 있는 좋은 의도라는 것이 과연 좋은지 나쁜지를 구분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토끼전>에서 토끼는 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간을 집에 놓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토끼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토끼를 놓쳐 용왕에게 혼이난 거북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나쁜 거짓말일 뿐이다. 첨삭 지도와 논술 / 김진익(수성고 교사) 첨자 지도에 대한 오해 ▲첨삭은 과정이지 평가가 아니다. 학생의 글을 첨삭 지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논술 능력을 향상시켜 우리 삶의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각도로 생각해 보고, 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데 있다. 따라서 학생의 논술문에 대해 논의를 첨가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빼는 등의 첨삭 지도 활동은 논술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논술문을 작성해 나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지 그 결과물이 아니다. 그렇지만 학생이나 교사 모두 첨삭을 해 주면 논술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께 첨삭지도한 내용으로 여백을 모두 채운 논술원고지를 받아 들고 오면서 뿌듯해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지적과 고칠 것에 대해 서술된 논술첨삭문을 받아들고서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이 훨씬 더 많다. 교사가 논술문에 대해 하나하나 지적한 내용을 모두 읽어보기도 전에 자신의 논술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회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 여러 면에서 미성숙한 존재인 학생들로서는 아무리 교사의 애정어린 지도가 담겨있다고 해도 잘못한 점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한 논술 첨삭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첨삭은 교사와 학생 간의 글로 나누는 대화요 논술을 완성해 가는 과정의 하나로 이해하여야 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의사전달에 그치는 첨삭은 아무리 내용이 좋다고 해도 학생에겐 한 번 읽고 넣어두는 것 정도의 의미에 불과하다. 논술문제에 대한 학생의 의견이 논술문이라면, 이 견해에 대한 교사의 의견과 생각의 제시가 첨삭인 셈이다. 그러면 학생은 교사의 의견을 읽어보고 다시 한번 논술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해서 논술문을 재작성하는 것이다. 교사가 답변한 내용에 대해 학생이 또다시 답을 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이때 첨삭의 내용은 논술문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일러주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의 글은 국어정서법에 비추어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또 비문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첨삭의 내용이 맞춤법, 표준어의 사용, 띄어쓰기, 호응 관계 등으로 한정되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첨삭의 궁극적 목적을 생각할 때 문장 표현의 영역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학생의 생각을 담은 글의 내용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맞춤법이나 정서법에 집착하다보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지나치게 커지고 글쓰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이는 학생의 논술 수준에 따라 적절히 비중을 주는 것이 좋다. 첨삭의 궁극적 대상은 학생의 생각이고, 글에 전개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첨삭은 학생의 글을 대신 완성해 주는 것이 아니다. 첨삭을 하다보면 학생 글의 표현을 다듬거나 고치기를 권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 완성해 주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서론부터 결론까지 학생의 글을 전부 부정하고 마치 새 글을 작성하듯 모두 고쳐주는 일도 있다. 나아가 이런 첨삭의 수고를 자랑삼아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다. 그러나 이렇게 학생의 글을 교사가 대신 완성해 준다면 학생의 역할을 없어진다. 첨삭을 통해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좋은 글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학생이 해야 할 일이지 교사의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글에 대해 더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잘 못 가고 있는 방향을 구분해서 일러주고 점검해주는 데에 머물러야지 절대 글을 대신 완성해 주어서는 안 된다. 때로 첨삭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논술 능력이 좋은 학생들에겐 교사의 첨삭이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겐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효과가 높다. 그러나 설명에 그쳐야 한다. 대신 써 주는 것이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비빔밥 논술

잠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를 떠올려 보자. 그 시절 국어 시간 혹은 바른 생활시간에 많이 공부했던 것 중 하나가 낱말 공부다. 새 낱말의 뜻을 배우며 신기해 하기도 했고 늘 쓰는 낱말인데도 막상 정확한 뜻을 말하려니 막막하기도 했을 것이다. 발음이 비슷하거나 뜻이 같은 낱말은 매번 헷갈리기도 했다. ‘발명’과 ‘발견’도 그런 낱말 가운데 하나다. 오늘 우리가 읽은 <문화의발견>은 ‘KTX에서 찜질방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와 원제를 같이보면, 이책은 ‘KTX에서 찜질방에 이르는 우리 주변 여러 곳에서 발견한 문화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 전에 이 책이 우리 생활환경의 문화를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한다는 점을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 이유가 궁금한 친구들도 있겠지만 함께 답을 찾아보는 재미를 위해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 문화란 무엇인가? 흔히 ‘문화’라고 하면 유명 화가의 작품이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음악 연주를 떠올리기 쉽다. 라디오나 TV에서 흘러나오는 인기 가수의 노래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예술과 관련한 무언가를 문화로 꼽는 셈이다. 물론 여러 예술작품도 문화에 속한다. 하지만 그것 만이 문화는 아니다. <문화의발견>은 30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를 살핀다. 그 공간들은 지하철, 버스, 노래방, 찜질방, 편의점, 집, 학교, 화장실 등 우리 일상과 매우 밀접해 있거나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곳이다. 예술과 관련된 것들만을 문화라 생각했던 독자라면 우리가 늘 접하는 여러 공간들을 ‘이동과 교통’ ‘유희와 교류’ ‘유통과 서비스’ ‘거주와 돌봄’ ‘창조와 성장’ ‘몸과 자연’이라는 여섯 부로 나누고 또 묶어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책의 목차를 보고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대체 문화란 무엇일까? 그리고 책에 실린 각각의 공간에는 어떤 문화가 담겨 있는 것일까? # 공간에 주목한 이유 <문화의 발견>은 <한겨레신문>에 2005년 5월부터 약 1년 동안 격주로 연재됐던 원고를 수정하고 확장해 꾸며졌다고 한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속성에 따라 각 글들은 현재 우리 생활의 모습들을 소재로 하고 있고 그것은 읽는 이에게 생동감을 전해준다. <문화의발견>은 단 번에 명료하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술술 읽히는 편이다. 아마도 거기에는 생생함이 한몫했을 것이다. 각 단원의 끝에는 ‘생각할 문제’가 실렸는데 글을 읽고 난 뒤 문제들을 풀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제들을 보면서 글을 읽는 중에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저자인 김찬호는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생활공간에 주목한 것일까? 도서평론가 이권우는 그 이유로 ‘속도’를 제시한다. 이권우는“징후로서 문화를 말하고자 하면, 그것은 벌써 사라져 버린다”고 말한다. 문화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문화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하려 하면 그 문화는 처음과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권우는 저자가 공간에 주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 많은 문화현상이 덧없이 사라지거나 한물간 듯 말하는 시대에 변화 자체의 흔적마저 간직한 곳이 공간일 터이니 말이다.” 우리 주변 환경은 몇달만에 새로운 건물이 생겨나고 길이 달라지고 다리가 세워지는 등 숨 가쁘게 변한다. 이를 보면 이권우의 말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저자의 의도는 어땠을까? 저자는 “구체적인 경험”을 읽어내고자 생활 공간에 주목했다고 답한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문화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외국 이론을 빌어 추상 담론을 하는 데 치우친 경향이 짙었다. 저자는 문화 이론 대신 생활공간을 살피며 우리 문화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이다. # 변화된 삶을 담는 공간! 저자가 연구한 공간 가운데 먼저 한국고속철도, KTX를 찾아가보자. 시속 300㎞를 돌파하는 KTX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은 지난2004년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KTX를 이용하며 생활의 편리를 누리고 있다. 개통 이후 3년이 지난 2007년 4월까지 승객수는 1억 명에 이른다. KTX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예전에는 전국이 ‘1일 생활권’이었지만 KTX 개통 이후 전국은 ‘3~4시간 생활권’이 됐다. 지역간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그동안 서울 시민들이 독식하다시피한 여러 시설을 지역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들어 지방 학생이 서울 강남의 입시학원을 다니는가 하면 서울에서 열리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 지방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또한 주말부부로 지내던 사람들이 KTX 통근 거리에 집을 마련해 평일부부로 돌아가고 있다. 대전의 경우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회의하기에 좋은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대전은 KTX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에서나 부담 없이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각지에서 서울까지 오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대전에서 여유롭게 회의를 마치고 뒤풀이까지 한다. 이동의 속도를 높인 KTX로 “일상 공간의 부피”가 늘어난 셈이다. 다음으로 노래방을 살펴보자. 어느 나라 사람이나 노래를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노래 사랑은 좀 유별난 편이다. 다른나라 사람의 경우 어렸을 적에는 노래를 많이 부르다가 어른이 되면 노래를 부르기보다 듣기를 더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인은 나이를 불문하고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런데 사회가 점차 도시화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줄었다. 노래방은 그 공간과 기회를 늘려주고 사람들의 억눌렸던 유희 충동을 되살려주었다. 이제 각종 모임의 마무리는 노래방에서 이뤄진다. 특히 직장인들의 회식에서 노래방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족들끼리 노래방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고 친구들끼리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친목을 다진다. 노래방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지치고 우울한 기분을 달래며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순수한 놀이공간”이다. 예전에는 동네 어귀마다 ‘구멍가게’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생활 필수품이나 여러 먹거리 등을 사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런저런 소식이나 소문을 접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24시간 편의점’이란 것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6년 전국의 편의점 수는 1만 개를 돌파했고 2007년 말에는 1만 4천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멍가게와 달리 편의점에서는 공공요금을 수납할 수 있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팩스를 보낼 수 있고 책을 구입할 수 있으며 DVD를 대여할 수도 있다. 또한 편의점에서는 물건이 다 떨어져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상품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다. 편의점은 판매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POS(판매 정보 통합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본사에서 하루에 1~2번씩 각 가맹점에 물건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24시간 내내 환한 조명을 밝히는 편의점은 도심속 안전지대 역할을 맡기도 한다.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도 밝게 빛을 내는 편의점을 보면 괜스레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된다. 일본의 편의점은 ‘아이들과 여성의 110번(한국의 112번) 점포’라는 안내문을 설치하고 비상 시 사이렌을 울리도록 해 지역 치안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종업원들이 “무관심의 배려”로 손님들을 번거롭거나 귀찮게 하는 일도 없다. 이는 익명성이 짙은 현대인들의 코드와 잘맞아 떨어진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분 주변에는 어떤 공간이 새로 만들어졌는지 한번 둘러보면 어떨까? 더불어 그 공간을 통해 나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자. # 공간에 따라 변하는 삶 저자는 30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3곳의 특징을 살펴봤다. KTX, 노래방, 편의점은 최근들어 새로 생겨난 것들이다. 그런데 이들 3곳은 변화된 우리의 생활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동시에 기존의 우리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기도 하다. KTX는 빠른 속도를 추구하고 속도에 중독된 우리의 모습이 반영됐다. KTX가 아닌 기존의 열차로 여행한 사람들은 열차 바깥으로 펼쳐지는 자연 경치를 한껏 느끼거나 옆사람과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고 간식거리를 나눠먹었다. 예전에는 열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됐다. 하지만 KTX는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됐다. KTX 노선에는 굴이 너무 많아 풍경을 감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KTX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혼자서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사무를 보거나 책과 신문을 읽기도 한다. 노래방은 일본의 ‘가라오케’에 뿌리를 두고 있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상업적인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노래방은 남다른 우리네 노래 사랑과 유희 충동이 만들어낸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별한 노래 사랑과 유희충동이 없었더라면 노래방이 생기고 노래방 경기가 활황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노래방은 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사랑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래방은 노래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꿨다. 과거에는 노래란 흥을 돋우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에 그쳤지만 노래방이 생기면서 노래 부르는 행위 자체보다 노래 실력이 중요해졌다. 저마다 “카수왕”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심지어‘음치 클리닉’에 다니며 서투른 노래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현대인, 특히 도시인들은 밤늦게 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귀가 시간이 늦어서이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즐기는 탓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출출하게 마련인데 그때만큼 편의점이 간절하게 생각나는 때도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때 혹은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귀가할 때 편의점에 들러 허기를 채우는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은 우리의 소비욕을 자극하기도 하고 소비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깔끔하고도 가지런하게 진열된 편의점의 여러 상품들은 우리의 소비욕을 부추긴다. 언제든지 편리하게 필요한 물건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게 되면서 물건 소비양이 늘었고 인스턴트 음식의 의존도도 높아졌다. # 좋은 문화, 나쁜 문화로 나눌 수 있을까? KTX, 노래방, 편의점 등 우리 삶은 크고 작은 공간안에서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여러 공간은 우리 삶을 담는 그릇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 삶은 항상 변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때로는 삶의 변화가 공간을 바꾸기도 하고 공간의 변화로 우리 삶의 모습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삶과 공간이 일으키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문화가 생겨난다. 한번 꽃피운 문화는 열매를 맺기도 하고 낙엽이 되어 사라지거나 새로운 싹을 움트기도 한다. 그 변화 가운데는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다. KTX의 경우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한 긍정적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여행에서의 여유를 앗아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KTX가 개통되면서 주말부부로 지냈던 사람들이 평일 부부로 돌아온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덕분에 수도권 인근지역의 원룸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화 중에서는 좋은 문화도 있고 나쁜 문화도 있는 것일까? 최근 노래방에서는 “노래방 도우미”라는 새로운 업종이 등장했다. 이는 노래방이 퇴폐적으로 변화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노래방에서는 음성적으로 도우미를 불러 흥을 돋우게 하고 술을 판매한다. 그러는 가운데 성희롱 시비가 붙기도 한다. 편의점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편리함과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점원에게는 결코 즐겁기 어려운 일터다. 편의점은 소비자의 요구를 세세하게 점검하고 충족시켜야 하는 만큼 일이 많고 고되다. 하지만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자한다. 문화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노래방이나 편의점에서 생겨나는 부정적인 모습을 떠올리면 주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화를 두고 좋고 나쁨을 구분할 수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 우리 문화의 현주소는? 앞서 책을 읽기 전에‘문화의 발견’이라는 책의 제목을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아마도 지금쯤 많은 친구들이 그 이유를 알아챘을 듯싶다. 우리는 문화를 우리 일상과는 먼 특별한 어떤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우리 주변에서 숨 쉬고 있는 문화의 모습을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문화는 우리 삶과 늘 함께 한다. 어쩌면 문화는 우리 삶과 너무나 가까이 놓여 있기에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문화의 발견>은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에서 문화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그 문화의 모습은 추상적이거나 난해하지 않고 구체적이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문화의 지도가 있다면 우리 문화의 위치를 제대로 짚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의 발견>을통해익숙한 우리 문화를 낯설게 보면서 우리 문화의 모습을 새로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물론 우리 문화의 어두운 면도 함께 보게 되지만 <문화의 발견>은 그것을 밝게 만들 방법까지 발견할 힘을 길러주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문화를‘발견’하기만 할 뿐 ‘발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문화의 발견>의 5부에 실린 한 단원에서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구태의연하고 건조한 졸업식에 대해 지적한다. 최근 졸업식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졸업생 수를 감안할 때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의 학생 수와 학교 사정 등을 고려해 졸업식을 흥겹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며 문화의 ‘발명’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3.독일(2)

기술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굴뚝청소도 할 수 없다. 집 주인이 아닌 이상 영리를 목적으로 굴뚝 청소를 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기술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할 수 없다. 특히 기술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해당 기술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독일 정부가 기술학교 활성화를 위해 만든 정책이지만 100여년 전부터 직업협회 차원의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압력행사의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내 장인으로 불리우는 기술자들의 위상은 누구보다 높다. 물론 보수 역시 그에 상응한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을 가질 수있는 근간에는 장인들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심감을 갖도록 하는 직업적 기술은 학창시절에 전문가 못지 않는 수준으로 배울 수 있도록하는 것이 독일 직업교육의 맥이다. ■ 인터뷰 / 뮌헨 공립 전기·기계 직업학교 학생 요하네스 타슈너(Joannes Taschner) “인문계를 다니다 뒤늦게 직업학교로 왔지만 취업을 한 뒤 전문대학에 진학할 겁니다” 뮌헨 공립 전기기계 직업학교 3학년 요하네스 타슈너(Joannes Taschner·19)군. 시스템 전기를 전공하고 있는 타슈너군은 치의학 기계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래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 빌딩공사장에서 전기배선과 관련된 현장실습을 해야하지만 집근처 치의학 기계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실습을 받고 있다. 타슈너 군이 현장 실습을 통해 받는 보수는 한달 750유로(한화 97만원 가량)이다. 타슈너 군은 초교를 졸업하면서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16살이 되서야 이곳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 뒤늦게 전학을 하면서 전공 선택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타슈너 군은 전공을 다시 바꿔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회사에 정식직원으로 근무한 뒤 전문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타슈너군은 “진학의 이유는 보다 큰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다”며 “같은 직종이라도 기술력이 달리지기 때문에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적이 좋아 6개월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는 타슈너 군은 공식적으로는 일주일에 39시간의 학교수업을 받는다. 이중 26시간은 직업과 연관된 수업으로 현장실습 등이 일부 포함돼 있다. 특히 조기졸업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만 학교에 등교하는 다른 학생과는 달리 이틀을 등교할때도 있다. 직업교육 이외의 종교와 운동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슈너 군은 “16살에 직업학교에 입학해 남들보다 열심히 수업을 받아 조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며 “인문계를 포기했지만 치의학 기계 제작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독일에서는 실업계와 공업계를 막론하고 직업전문학교 재학생은 학교내 실습뿐 아니라 외부 현장 실습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 5일중 4일간을 현장에서 실습을 받으며, 단 하루만 학교에 등교한다. 일주일에 하루만 가는 학교에서도 이론 수업은 별로 없다. 철저히 실습을 위해 필요한 이론수업만 실시한다. 국민기본공통 과목에 과별 과목을 덤으로(?) 배우는 격인 국내 전문계고의 현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독일내 직업학교 학생들은 학교내 이론교육에도 교양과목은 포함되지 않는다. 직업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이론교육만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 지식들은 초교 시절에 모두 습득했다는 기본적인 교육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업을 갖기까지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개별적인 부분이 많다. 학생들의 현장 실습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학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뿐 아니라 관여조차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학생 본인이 찾도록 하고 있다. 취업을 하듯 기술협회에 등록된 집근처 또는 인기 있는 사업장을 골라 승낙을 받으면 인턴쉽으로 기술을 배우며, 용돈(?)을 벌수 있다. 물론 현장 실습차원이므로 전직종을 막론하고 보수는 400유로(한화 52만원)~900유로(한화 110만원)을 밑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img5,L,300} 사업장에서도 실습을 원하는 학생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정책적으로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노동력 착취 등의 이유로 전문계 고교생들의 현장 실습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사정과는 너무나도 다른 교육정책이다. 이처럼 독일은 모든 직종에 걸쳐 적용되는 철저한 현장 실습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 전문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협회 가입을 할 수 없고, 굴뚝 청소를 비롯 막노동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5만여명의 고교생이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지역의 경우 60여개의 직업전문 학교가 있으며, 인문계 고교는 20여개에 불과한데도 인문계 학생들중 30%이상이 매년 직업전문학교로 전학을 한다. 뒤늦게라도 직업을 갖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직업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직장을 다니며 ‘전문대학’개념의 기술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확실한 보수와 위상확보를 위해서…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2>독일

학교가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해 준다. 물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는 비록 초등학교 1~4, 5, 6학년까지 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또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교육제도이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이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실업·기술계 또는 인문계 진학을 결정해 준다. <2>독일 초교과정이 5년제이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실업학교와 인문학교로 진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우수하다면 초교 4학년을 마친 뒤 곧바로 인문 학교에 진학을 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을 살펴보면 그룬트슐레(GRUNDSCHULE)라고 불리는 5년제 초등학교를 마친 뒤 학생들은 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와 실업계와 인문계를 합친 성격의 레알슐레(Realschule) 또는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교인 김나지움(Gymnasium)에 진학하게 된다. 졸업후 진로를 통해 구분해 보면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한 학생은 기술 등을 배운 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된다. 또 레알슐레(Realschule)의 경우 기술 위주의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교육과정상 이론을 첨부해 교육을 받게 되며 기술관련 ‘전문대학’ 진학을 전제로 공부를 하게된다.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은 말그대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교육을 받는다. 특이한 점은 독일의 경우 국내의 대학 졸업시 수여되는 학사학위 개념이 없어 김나지움(Gymnasium)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부분이 석사 또는 박사과정까지 교육을 받게된다. 이에 따라 30살이 넘도록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학업에 재능이나 취미가 없다면 선택조차 쉽지 않은 시스템인 셈이다. 이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김나지움 학생들은 평생 직업이 학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이 연구직이나 교수 등 평생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학비는 평생 무료다. 이에 반해 기술·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한 학생들은 철저하게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게된다. 독일 교육계 관계자들은 하우프트슐레의 장점을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실질적인 교육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70%이상이 실습으로만 꾸며진다. 그나마 이론 교육역시 실습과 연계되는 실무교육이 고작이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은 그룬트슐레에서 모두 배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문과 전문계 고교 학생 모두 국민 기본 공통 과목을 배워야만 하는 굴레에 갇혀있는 국내 교육과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대신 기술·실업계 학생들의 실습교육은 현장과 다를바 없이 진행된다. 실습기자재 등 장비는 물론 교사역시 실무에 능한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이로 인해 일개 기술 고교에서도 기술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정도다. 또 과목별 실습이 중요한 경우 교사가 아닌 현장실무자를 교사로 초빙해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히 독일의 철저한 실습위주의 교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우프트슐레 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등교하는 날보다 전공관련 현장으로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주일 5일중 3~4일은 현장에서 실습을 통한 교육을 받는다. 물론 기본적인 월급은 지급된다. 말 그대로 기술은 기술 현장에서 보다 확실히 배워야 한다는 기본적인 교육이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필요로하는 한 내용의 교육만 철저하게 받으면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미용, 목공, 엔지니어 등 개별 직업·직종별 협회에 가입하게 되며 협회차원의 구속력이 강한 관리를 받게 된다. 이는 기술직들이 장인(마스터)으로서 스스로 사회적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며, 실제 기술직 종사자(장인)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휘를 인정받고 있다. 굳이 대학진학이 필요없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한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 그룬트슐레(초등학교) -학교가 학생 진로 결정 -생활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이 과정에서 모두 배움 ● 하우프트슐레(실업계고) -철저한 기술 위주 교육 -70% 이상이 현장에서 실습 -졸업과 동시에 취업 ● 레알슐레(실업+인문계고) -기술과 이론 교육 병행 -기술관련 전문대학 진학 ● 김나지움(인문계고) -대학진학 목표로 공부 -평생 직업이 학업 -연구직이나 교수 등 종사 ■ 인터뷰 / 뮌헨 교육청 교육정책과 크리스안 본 호아너 직업학교 부장 {img5,L,180} “100년전 만들어진 독일의 교육제도는 정책변화 없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독일내에서도 교육시스템이 우수하다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교육청 교육정책과 크리스안 본 호아너(Christan Von Hoerner·60) 직업학교 부장. 뮌헨 지역내 60여개의 직업학교를 관장하는 그는 “유행에 따라 직업의 선호도가 달라진 경우는 있어도 인문계와 실업계 진학률 변화는 거의 없었다”며 독일의 교육정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호아너 부장은 “독일내에서도 부유층이 많은 뮌헨지역의 특성을 감안해도 전체 5만여명의 학생들중 65%가 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에 진학해 직업전문 학교 교육을 받고 있다”며 “김나지움(인문계)에 진학한 35%의 학생중 해마다 30%가량의 학생들이 실업계로 전환을 하고 있어 실제로는 80%의 학생들이 기술·실업계 학교를 졸업하는 격이다”고 설명한다. 이는 “직업전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높은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실무교육을 위해 교사들도 70%가 실업계 출신이다”며 “그럼에도 교사들을 1년에 1차례이상씩 관련 기업에서 실습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아너 부장은 “학교내에서 아무리 특별한 실무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킨다고 해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론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체 교육과정중 70%를 학생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힐 수 있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독일이 세계 최고의 기술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기술중심, 현장중심의 교육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유행따라 일부 수정을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호아너 부장은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기초지식은 초등학교에서 모두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기술·실업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교육을 중심으로 하면 된다”며 “살아가면서 필요한 교양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배우면 되듯이 학교는 학생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학교가 직접 진로결정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실업계 고교의 명칭을 전문계고교로 바꾸고 새로운 방향의 실업교육을 모색하고 있다. 명칭 변경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은 취업위주의 기술교육에서 입시교육 등과 혼재돼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유럽 4개국의 실업교육 현장을 찾아 우리나라 실업교육과의 비교를 통해 바람직한 실업교육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초등학교 4학년때 인문계 또는 실업계 진학을 결정해줘요’ 독일의 교육시스템이다. 그것도 학교에서 학생의 진로를 직접 결정해 준다. 물론 학생·학부모와 교사간 지속적인 진학상담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초교 1~4학년까지의 성적과 학생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교사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100년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육시스템이지만 누구나 이의제기 없이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을 세계 최고의 기계 제조국으로 만어어준 ‘힘’의 원천이다. 인접한 스위스와 프랑스도 시기만 다를 뿐 중학교 과정에서 인문계와 실업계 진학 학생으로 나뉜다.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굳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이 대학진학을 위해 인문계를 고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반해 영국의 교육정책은 다르다. 모든 학생이 초·중·고교 과정에서 의무교육으로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 이후 결정은 그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몫. 이렇듯 유럽내에서도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는 인접한 4개국의 교육정책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같은 맥락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교에 진학해 학위를 받는 다는 것’ 역시 직업선택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미용기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공부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미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따라서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기술자들의 경우 사회적인 대우는 대학졸업자 이상이다. 이에 따라 유럽내에서도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의 대학진학률은 자의 또는 타의를 떠나서 20~30%대를 넘지 않는다. 진학 희망률 역시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한 입시경쟁도 없을뿐 아니라 사교육으로 인한 각종 폐해도 거의 없다. 또 기술고교 등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철저하게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학교 수업역시 실습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진행됨은 물론 전체 교육과정의 70%가량을 현장에서 직접 실습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전문계 고교에 진학해서도 국민 기본 공통과목 등 인문계 고교 학생들과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받은 뒤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까지 하며, 진학률을 자랑하는 국내 전문계 고교의 현실로는 이해할 수 없을 교육과정 이다. 국내 고교의 경우 인문계와 전문계 고교(실업계 고교) 구분없이 대학진학을 위한 중간교육 기관으로 변했다. 더욱이 일부 전문계 고교는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것을 자랑하듯 매년 발표를 하고 있는데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대입특별전형을 이용하기 위해 전문계 고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또 일부 전문계 고교의 경우 매년 학생들의 기피로 미달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현상은 고학력 실업난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은 실무 인력 구인난에 허덕이게 만드는 초유의 사태를 빚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전문계 고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10%대에 머물고 있는 취업성공률은 대학진학을 부추기고 있는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산업분야별 관련 정부부처와 협약을 통해 전국에 94개교의 특성화고를 육성하고 오는 2009년까지 300개교, 2020년까지 500개교 이상의 전문계 고교를 늘려나간다는 육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전문계 고교 졸업자에 대한 처우 등 전반적인 대우가 높아지지 않을 경우 예산낭비만 초래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전문계 고교는 고교를 졸업후 취업과의 연계성, 기술력 등에 상응하는 지위가 보장되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이 수반돼야만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다는 이상과 현실에서의 괴리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교육시스템을 자랑하는 유럽내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 4개국의 나라별 교육정책과 기술·실업계 고교의 운영 실태를 집중 분석해 우리나라 전문계 고교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본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논술로 감상하기

스토리보다 명품패션으로 더 유명해진 영화가 있다. 이른바‘칙릿’(젊은 여성의 삶을 다룬 문학작품) 장르의 대표 소설인 로버트 와이즈버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대표적인 경우다. 시골 출신의 새내기 직장인인 앤드리아가 유명 패션잡지 편집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겪는 욕망과 좌절, 새로운 삶을 그린 이 영화는, 현란한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명품 브랜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패션잡지 패션지 <런웨이>로 상징되는 화려한 욕망과 출세를 선택할 것인가, 시사지 <뉴요커>로 상징되는 진실한 삶과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앤드리아의 선택은 이미 정해졌고, 여러분의 선택은 아직 미지수다. /유승찬(영화평론가) 20대 명품 소비의 천국인 한국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성공을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무려 16주만에 갈아치웠다. 그리고 올해 20대 명품소비가 100%나 증가했다는 통계가 보고됐다. 롯데카드 구매고객을 분석한 결과다. 한동안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된장녀’ 논란도 기세등등한 명품 소비시장앞에서는 ‘새발의 피’였던 셈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남성들의 명품 구매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명품에 대한 화려한 보고서라 부를만하다. TV 시리즈 <섹스앤더시티>로 전세계 트렌디 드라마 열풍을 주도했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과 그 드라마의 앞서가는 패션 감각을 직접 연출했던 의상감독 패트리샤 필드는 세련미와 화려함의 극치를 선사한다. 이 영화는 명품 브랜드의 진열장이다. 제목에 포함된 프라다를 비롯해 발렌티노, 도나 카렌, 갈리아노, 샤넬, 베르사체, 캘빈 클라인, 마크 제이콥스, 헤르메스, 지미 추, 마놀로, 톰 포드, 돌체, 크리스천 디오르 등 세계 유명 브랜드가 <런웨이> 사무실을 비롯해 영화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 그런데 왜 하필 프라다일까? <악마는 샤넬을 입는다>나 <악마는 루이뷔통을 입는다> 혹은 <악마는 아르마니를 입는다>가 아닌 이유는 뭘까? 영화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 궁금증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 수많은 명품 브랜드 가운데 제작진과 감독은 왜 하필 프라다를 선택했을까? 프라다에서 가장 많은 협찬을 받았기 때문에? 그건 너무 단순하고 쉬운 상상력 아닐까? 편집 장인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프라다가 선명하게 연결되는 장면은 처음 등장할 때 손에 든 베이지색 로고가 방이 고작이다. 자선파티에서의 검은 드레스와 볼레로 재킷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발렌티노가 직접 만든 것이다. 메릴 스트립 팬인 그는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다. 이 밖에 미란다는 도나 카렌, 캘빈 클라인, 헤르메스 등도 입고 나타났다. 의상감독 패트리샤 필드의 말을 들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영화는 영화를 보는 모든 대중을 염두에 둔다. 나의 임무는 패션계의 현실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름만으로도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는 프라다, 샤넬 등이 필요했다.” 즉, 프라다의 대중적이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필요했던 셈이다. ‘세련된 미니멀리즘’으로 상징되는 프라다의 이미지가 영화가 표현하고 싶었던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로고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마치 흰 종이처럼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느낌을 스크린에 옮기고 싶었을 터이다. 즉 쾌락적 이미지의 입센로랑이나 수동적인 여성을 표현하는 디오르 같은 브랜드가 강인하고 파워넘치며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미란다 이미지와 맞지 않았던 셈이다. <악마는 샤넬을 입는다> 정도가 후보작으로 거론됐을까? # 패션잡지 편집장의 비서로 산다는 것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가 면접을 보기 위해 옷을 입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녀는 대학신문 편집장 출신으로 <뉴요커>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경비노조에 관한 글로 전국 대학신문 기자상까지 받았다. 소박하고 진지하며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진 진실한 젊은이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오직한군데 연락온 곳이 패션지 <런웨이> 편집장의 비서 자리다. 그녀가 신문기사 스크랩을 들춰볼 때 “왜 명품은 페미니즘의 적인가?”라는 자막이 나온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질문이고, 페미니즘을 진실한 삶 정도로 바꾸면 이 영화와 맥락이 닿기도 한다. “명품은 진실한 삶을 방해하는가?” 앤드리아는 그 유명한 패션지 <런웨이>(원래 배경은 보그지다)도 모르고, 패션계를 주름잡는 미란다 프리슬리는 더더욱 모른다. 베르사체 철자도 모른다. 온통 44 사이즈들이 즐비한 사무실에서 66인 그녀가 촌스러운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다. 하지만 미란다는 다르다. 명품으로 치장한 44 사이즈의 여성들로부터 약간 신물이 나 있던 터라, 촌스럽지만 조금은 지성적으로 보이는 앤드리아에게 일을 시켜보기로 한 것이다. 일은 한마디로 “장난 아니다.” 까다롭고 질문도 할 수 없는 미란다는 속사포처럼 일을 시킨다. 퇴근시간도 없다. 변덕은 죽 끓듯 하고 사적인 심부름까지 시킨다. 아빠와 저녁먹고 뮤지컬 <시카고>를 관람하기로 한 날에 전화를 걸어 아들 발표회에 가야 한다고 뉴욕행 비행기표를 마련하라고 하는가 하면, 집에서 쓸 테이블도 사야 하고, 식사는 물론 커피까지 대령해야 한다. 하다 못해 출판되지도 않은 해리포터 다음 시리즈를 구해오라는 변태적인 요구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아트디렉터이자 미란다의 충실한 동료인 나이젤(스탠리 투치)의 도움으로 변신을 시작한다. 앤 해서웨이는 변신 전과 변신 후를 찍기 위해 5킬로그램을 찌웠다가 뺐다고 한다. 마돈나의 대표곡인 <보그>에 맞춰 패션쇼하듯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의 욕망을 한껏 부풀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그녀의 모습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 앤드리아의 변신은 무죄? 관객들은 아마 애인인 네이트(애드리언 그레니어)와 관계가 멀어졌다가 다시 사랑하게 되는 순수하고 소박한 이야기보다 그녀의 변신이 보여주는 파괴력에 훨씬 더 매료됐을 것이다. 그녀의 변신은 그 정도로 스토리를 압도한다. 특히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명품 브랜드의 마력은 이 영화의 주제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단지 “패션 잡지사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기”라고 읽는 것은 얼마나 앙상한가. 현대사회에서 소비, 또는 합리적 소비와 관련된 주제는 대학 논술문제의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한국사회의 비합리적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명품 소비 문제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분에 넘치는 무리한 소비가 개인적 삶과 사회적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4년 고려대 수시 2학기 논술시험에서 ‘소비사회의 전령’이라 불리는 광고가 자아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고, 같은 해 이화여대 정시에서는 장 보드리야르 등의 제시문과 함께 ‘소비에 대한 현대사회의 가치관이 전통적 가치관과 상충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문제가 나왔다. 2003년 고려대 수시 1학기에는 현대사회소비의 특성을 물었고, 2006학년도 성균관대 정시에서는 이른바 ‘짝퉁’이라고 알려진 모조품 소비현상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문화적 함의를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의 주제와 상관없이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명품 소비 욕망을 합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적으로 영화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20대 명품 소비량이 전년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명품에 대한 저항감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 앤드리아의 선택을 어떻게 볼까? 앤드리아는 파리에서 패션계의 비리를 발견한다. 미란다는 절친한 동료 나이젤을 배반한다. 그리고 앤드리아에게 말한다. “넌 나랑 무척 닮았어.” 앤드리아는 강하게 부정한다. 하지만 명품 패션으로 무장한 그녀는 애인하고도 헤어지고, 파리에 오는 게 꿈이었던 에밀리를 짓밟고 파리에 온 자신을 발견한다. 미란다는 그런 그녀에게 뚜렷이 환기시킨다. 자신이 나이젤을 배반한 것과 앤드리아가 에밀리를 짓밟은 것은 전혀 다르지 않다고. 화려한 세계에서 편집장에게 인정받고 출세를 목전에 둔 앤드리아는 그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떠난다. 소중했던 친구와 가족과 자신의 가치관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앤드리아는 화려한 세계의 소용돌이를 거쳐 다시 옛날 옷차림으로 돌아와 옛날 애인과 재회하고, <뉴요커>에 버금가는 <뉴욕미러> 기자로 입사한다. 미란다 역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열연에 대해서는 만장일치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정말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57세의 대배우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 체중을 늘렸다 빼가면서 아름다움을 맘껏 과시한 신예 앤 해서웨이의 매력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작가 제인 오스틴 역을 맡아 다시 우리를 찾을 예정이다. 이영화가 보여준 의상과 음악, 그리고 두 여자 주인공의 앙상블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스테레오 타입화된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조금 더 탄탄해져야 하지 않을까? 패션은 개성이다. 이미지다.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분수에 맞는 소비로 자기만의 멋을 가꾸어갈 줄 아는 지혜야말로 진정한 멋을 창조할 수 있다. 누구나 명품 하나쯤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에 중독되어서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는 일은 없어야 할 듯 싶다.

<대중문화로 읽는 논술> 惡과 맞서며 어른으로 성장하다

<디스터비아>는 스릴러영화인 동시에 청춘영화다. 문제아인 고교생 케일은 90일의 가택 연금에 처해진다. 발목에 부착된 감시장치 때문에 집앞도로 조차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된 케일은, 게임기와 아이팟마저 빼앗겨 버리자 엿보기에 몰두한다. 앞집 남자와 가정부의 불륜 장면, 겨우 10살이 넘은 꼬마들이 포르노 방송을 보는 장면, 옆집에 새로 이사온 소녀가 비키니를 입고 수영하는 장면 등을 훔쳐보던 케일은, 드디어 뭔가 심상치 않은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옆집의 남자가 한 여인을 데리고 와 죽이는 장면을 보게된 것이다. 그것이 진짜 벌어진 일인지 의심하면서도, 케일은 그 남자가 최근 인근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경찰은 케일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엿보기는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코크의 <이창>에서 소재로 쓰인 후 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이창>에서는 휠체어에 탄 남자가 엿보기를 하다가 범죄를 목격하고, 결국은 사건에 말려들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창>을 패러디한 브라이언 드 팔마의 <바디 더블>도 비슷한 내용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쾌락을 위해 엿보기를 하다가 음모에 말려들어간다. <디스터비아>도 그런 이야기와 거의 흡사하다. 엿보기를 하다가 범죄를 목격하고, 정의감과 호기심 등등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경찰은 그를 믿지 않는다. 엿보기는 차마 남에게 고백하기 어려운 악취미인 것이다. 그런데 <디스터비아>는 또한 청춘영화이기도 하다. 즉 어떤 사건을 통해 케일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 성장영화인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버지와 함께 다정한 주말을 보내는 케일의 모습이 보인다. 즐거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케일이 몰던 차가 사고를 내고 아버지가 죽는다. 그리고 장면이 건너뛰어 문제아가 되어버린 케일이 보인다. 교통 사고는 불가항력이었지만, 자신이 차를 몰았다는 사실 때문에 케일은 죄책감을 느낀다.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케일은 더 이상 모범적인 착한 학생이 되기를 거부한다. 케일은 이미 큰 잘못을 저지른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어긋난 길로만 가려 한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케일은 착한 아들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모욕한다고 생각하는 선생을 공격한다. <디스터 비아>는 죄책감 때문에 오히려 모든 책임을 방기해 버리는 소년이, 가족의 안녕을 위협하는 외부의 적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가족을 재건하는 이야기다. 케일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디스터비아>의 키워드는 교외와 엿보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교외라는 공간은 정말 묘한 곳이다. 한때 미국의 교외는 중산층에게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도시의 복잡함과 범죄 위협에서 벗어나, 행복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 중산층이 모여 사는 교외는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공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이 꿈꾸는 이상이었을 뿐이다. 혹시 <위기의 주부들>이란 미국 드라마를 보았다면 교외라는 공간이 대체 어떤 곳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중산층이 모여 사는 교외는, 쾌적한 환경과는 별개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날것으로 들끓는 곳이다. 불륜은 일상사에 불과하고 가정 내 폭행이나 사소한 질투심에 기인한 살인까지 서슴없이 벌어지는 곳이다. 아무리 도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외는 일종의 모델 하우스 같은 곳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근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온갖 모조품이나 지저분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단지 겉모습에만 혹해서 집을 사게 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우리가 감추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배트맨>의 감독 팀 버튼은 자신이 자란 LA의 교외인 버뱅크가 지독하게 끔찍한 곳이라고 토로했다. 눈앞에 펼쳐진 정경보다는, 이면에 존재하는 무엇을 바라보려 했던 팀 버튼은 교외가 철저한 모조품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교외의 진정한 모습을, <가위손>에서 생생하게 그려 낸다. 원색으로 예쁘게 꾸며진 교외에서 화사한 옷차림의 교양있는 중산층들이 모여 안락하게 살아가만 사실 그들은 정말 추악한 존재들이다. <디스터비아>에서 케일이 바라보는 교외 역시팀버튼의 악몽과 근접해 있다. 그런 교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엿보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엿보기는 죄악이다. 엿보기라는 죄악을 택한 케일은 남을 엿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위기에 몰리고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통과제의 같은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그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성장 영화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살인마는, 케일이 엿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다. 케일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먼저 케일이 치고 들어가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는가, 아니면 그저 기다리고만 있다가 교활한 음모에 당하는가. <디스터비아>는 아주 영리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디스터비아>는 어쩔 수 없는 틴 무비다. 근육질의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 죄책감에 사로잡힌 소년이 악과 싸우면서 성장하는 청춘 스릴러 영화인 것이다. 아무리 치밀한 작전을 세운다 해도, 평범한 문제아가 연쇄 살인마와 대적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덕에, 케일이 살인마와 악전고투하는 과정은 더욱 실감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설픈 주인공 덕에,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친절한 이웃이 교외의 살인마라는 사실이 더욱 소름끼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악과 싸워서 이긴 케일은 마침내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소원했던 어머니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가족을 지키는 존재로서 케일의 가치가 입증된 것이다. 케일은 진정한 남자이자 가장이 되고, 교외의 질서도 원상복귀된다. 사실 <디스터비아>는 매우 전형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영화다. 모든 질서가 원상회복되는 것으로 마무리 된.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논제 분석과 첨삭 지도> / 김 진 익(수성고 교사) 논술문에 대해 첨삭을 하려면 먼저 논술 문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논술도 글의 하나이기 때문에 국어 정서법을 지켜서 써야 하고, 글의 전개도 보편적인 글쓰기의 원리 안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이 첨삭의 전부는 아니다. 논술문은 수필이나 설명문이 아니다. 따라서 논술문의 성격을 이해하고 논술 문항이 무엇을 평가하고자 하는지 알아야 논술 첨삭을 잘 할 수 있다. 문항이 요구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야 하고, 또 각각의 제시문은 어떤 내용인지 분석하고, 여기에 문항과 제시문의 관계를 파악해서 출제 의도까지 파악해야 한다. 논술문을 평가하고 그 논술문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개선의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논술 문제를 다각도로 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 논술 문제가 제시한 논제가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일까 정리해 보는 것을 논제분석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정보화 시대의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논제가 있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대체로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모습만을 제시하는 답안을 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 논제를 수행하려면 그 모습이 왜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모습인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제의 요구를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위 논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바람직한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 정보화 시대와 민주주의와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서 나타나는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그 모습이 왜 바람직한 것인지 설득하는 논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논제 분석을 통해 논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논술문에서 논제를 이탈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논제 예시] (가), (나), (다)에 나타난 인간관 또는 생활 태도를 (라)의 관점을 활용하여 각각 비판하시오. 위의 예시 논제에 대해 논제분석을 해 보면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1. (가),(나),(다)에 나타난 인간관 또는 생활 태도를 2. (라)의 관점을 활용하여 3. 각각 비판하시오. 이 논제에 대한 논술문을 첨삭할 때는 우선 위의 요구 사항을 모두 담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둘째는 하나하나의 요구 사항을 적절히 논의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때 그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논제의 요구 사항에 따라 달리 보아야 한다. 요구 사항 2의 경우, 제시문에서 관점을 추출하여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경지식을 동원하고, 이를 3의 요구 사항에 따라 답안을 쓰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첨삭할 때에는 (라)의 관점은 결정론적 관점과 인간의 자유의지적 관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논의를 적절하게 전개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학생이 1의 요구사항에 대해 자신의 배경지식만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을 전개한다면 그것은 논점 일탈이 된다. 이 논제는 여기에서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논술해 보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 첨삭을 하기 위해서는 이 의도까지 염두에 두고 논술문을 검토하여야 한다. 논술문을 첨삭하기 위해서는 우선 논제에 대해 정확하게, 또한 다각도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논제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파악하여 논제 분석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학생들이 논술실력을 키우는 논술 첨삭지도의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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