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실업계 고교의 명칭을 전문계고교로 바꾸고 새로운 방향의 실업교육을 모색하고 있다. 명칭 변경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은 취업위주의 기술교육에서 입시교육 등과 혼재돼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유럽 4개국의 실업교육 현장을 찾아 우리나라 실업교육과의 비교를 통해 바람직한 실업교육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초등학교 4학년때 인문계 또는 실업계 진학을 결정해줘요’
독일의 교육시스템이다. 그것도 학교에서 학생의 진로를 직접 결정해 준다.
물론 학생·학부모와 교사간 지속적인 진학상담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초교 1~4학년까지의 성적과 학생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교사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100년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육시스템이지만 누구나 이의제기 없이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을 세계 최고의 기계 제조국으로 만어어준 ‘힘’의 원천이다.
인접한 스위스와 프랑스도 시기만 다를 뿐 중학교 과정에서 인문계와 실업계 진학 학생으로 나뉜다.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굳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이 대학진학을 위해 인문계를 고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반해 영국의 교육정책은 다르다.
모든 학생이 초·중·고교 과정에서 의무교육으로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 이후 결정은 그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몫.
이렇듯 유럽내에서도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는 인접한 4개국의 교육정책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같은 맥락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교에 진학해 학위를 받는 다는 것’ 역시 직업선택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미용기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공부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미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따라서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기술자들의 경우 사회적인 대우는 대학졸업자 이상이다.
이에 따라 유럽내에서도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의 대학진학률은 자의 또는 타의를 떠나서 20~30%대를 넘지 않는다. 진학 희망률 역시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한 입시경쟁도 없을뿐 아니라 사교육으로 인한 각종 폐해도 거의 없다.
또 기술고교 등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철저하게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학교 수업역시 실습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진행됨은 물론 전체 교육과정의 70%가량을 현장에서 직접 실습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전문계 고교에 진학해서도 국민 기본 공통과목 등 인문계 고교 학생들과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받은 뒤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까지 하며, 진학률을 자랑하는 국내 전문계 고교의 현실로는 이해할 수 없을 교육과정 이다.
국내 고교의 경우 인문계와 전문계 고교(실업계 고교) 구분없이 대학진학을 위한 중간교육 기관으로 변했다.
더욱이 일부 전문계 고교는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것을 자랑하듯 매년 발표를 하고 있는데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대입특별전형을 이용하기 위해 전문계 고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또 일부 전문계 고교의 경우 매년 학생들의 기피로 미달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현상은 고학력 실업난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은 실무 인력 구인난에 허덕이게 만드는 초유의 사태를 빚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전문계 고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10%대에 머물고 있는 취업성공률은 대학진학을 부추기고 있는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산업분야별 관련 정부부처와 협약을 통해 전국에 94개교의 특성화고를 육성하고 오는 2009년까지 300개교, 2020년까지 500개교 이상의 전문계 고교를 늘려나간다는 육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전문계 고교 졸업자에 대한 처우 등 전반적인 대우가 높아지지 않을 경우 예산낭비만 초래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전문계 고교는 고교를 졸업후 취업과의 연계성, 기술력 등에 상응하는 지위가 보장되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이 수반돼야만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다는 이상과 현실에서의 괴리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교육시스템을 자랑하는 유럽내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 4개국의 나라별 교육정책과 기술·실업계 고교의 운영 실태를 집중 분석해 우리나라 전문계 고교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본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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