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3.독일(2)

최종식·김대현기자/사진=김시범기자 choi@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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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수준 학교교육… 세계 이끌 ‘장인의 혼’ 심는다

기술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굴뚝청소도 할 수 없다.

집 주인이 아닌 이상 영리를 목적으로 굴뚝 청소를 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기술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할 수 없다.

특히 기술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해당 기술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독일 정부가 기술학교 활성화를 위해 만든 정책이지만 100여년 전부터 직업협회 차원의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압력행사의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내 장인으로 불리우는 기술자들의 위상은 누구보다 높다. 물론 보수 역시 그에 상응한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을 가질 수있는 근간에는 장인들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심감을 갖도록 하는 직업적 기술은 학창시절에 전문가 못지 않는 수준으로 배울 수 있도록하는 것이 독일 직업교육의 맥이다.

■ 인터뷰 / 뮌헨 공립 전기·기계 직업학교 학생

요하네스 타슈너(Joannes Taschner)

“인문계를 다니다 뒤늦게 직업학교로 왔지만 취업을 한 뒤 전문대학에 진학할 겁니다”

뮌헨 공립 전기기계 직업학교 3학년 요하네스 타슈너(Joannes Taschner·19)군.

시스템 전기를 전공하고 있는 타슈너군은 치의학 기계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래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 빌딩공사장에서 전기배선과 관련된 현장실습을 해야하지만 집근처 치의학 기계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실습을 받고 있다.

타슈너 군이 현장 실습을 통해 받는 보수는 한달 750유로(한화 97만원 가량)이다.

타슈너 군은 초교를 졸업하면서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16살이 되서야 이곳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

뒤늦게 전학을 하면서 전공 선택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타슈너 군은 전공을 다시 바꿔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회사에 정식직원으로 근무한 뒤 전문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타슈너군은 “진학의 이유는 보다 큰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다”며 “같은 직종이라도 기술력이 달리지기 때문에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적이 좋아 6개월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는 타슈너 군은 공식적으로는 일주일에 39시간의 학교수업을 받는다. 이중 26시간은 직업과 연관된 수업으로 현장실습 등이 일부 포함돼 있다.

특히 조기졸업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만 학교에 등교하는 다른 학생과는 달리 이틀을 등교할때도 있다. 직업교육 이외의 종교와 운동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슈너 군은 “16살에 직업학교에 입학해 남들보다 열심히 수업을 받아 조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며 “인문계를 포기했지만 치의학 기계 제작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독일에서는 실업계와 공업계를 막론하고 직업전문학교 재학생은 학교내 실습뿐 아니라 외부 현장 실습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 5일중 4일간을 현장에서 실습을 받으며, 단 하루만 학교에 등교한다.

일주일에 하루만 가는 학교에서도 이론 수업은 별로 없다. 철저히 실습을 위해 필요한 이론수업만 실시한다.

국민기본공통 과목에 과별 과목을 덤으로(?) 배우는 격인 국내 전문계고의 현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독일내 직업학교 학생들은 학교내 이론교육에도 교양과목은 포함되지 않는다.

직업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이론교육만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 지식들은 초교 시절에 모두 습득했다는 기본적인 교육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업을 갖기까지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개별적인 부분이 많다.

학생들의 현장 실습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학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뿐 아니라 관여조차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학생 본인이 찾도록 하고 있다.

취업을 하듯 기술협회에 등록된 집근처 또는 인기 있는 사업장을 골라 승낙을 받으면 인턴쉽으로 기술을 배우며, 용돈(?)을 벌수 있다.

물론 현장 실습차원이므로 전직종을 막론하고 보수는 400유로(한화 52만원)~900유로(한화 110만원)을 밑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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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에서도 실습을 원하는 학생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정책적으로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노동력 착취 등의 이유로 전문계 고교생들의 현장 실습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사정과는 너무나도 다른 교육정책이다.

이처럼 독일은 모든 직종에 걸쳐 적용되는 철저한 현장 실습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 전문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협회 가입을 할 수 없고, 굴뚝 청소를 비롯 막노동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5만여명의 고교생이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지역의 경우 60여개의 직업전문 학교가 있으며, 인문계 고교는 20여개에 불과한데도 인문계 학생들중 30%이상이 매년 직업전문학교로 전학을 한다.

뒤늦게라도 직업을 갖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직업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직장을 다니며 ‘전문대학’개념의 기술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확실한 보수와 위상확보를 위해서…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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