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2>독일

최종식·김대현기자 /사진=김시범기자 choi@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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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기술국 원동력 기술.현장중심 철저한 교육

학교가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해 준다. 물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는 비록 초등학교 1~4, 5, 6학년까지 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또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교육제도이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이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실업·기술계 또는 인문계 진학을 결정해 준다.

<2>독일 초교과정이 5년제이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실업학교와 인문학교로 진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우수하다면 초교 4학년을 마친 뒤 곧바로 인문 학교에 진학을 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을 살펴보면 그룬트슐레(GRUNDSCHULE)라고 불리는 5년제 초등학교를 마친 뒤 학생들은 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와 실업계와 인문계를 합친 성격의 레알슐레(Realschule) 또는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교인 김나지움(Gymnasium)에 진학하게 된다.

졸업후 진로를 통해 구분해 보면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한 학생은 기술 등을 배운 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된다.

또 레알슐레(Realschule)의 경우 기술 위주의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교육과정상 이론을 첨부해 교육을 받게 되며 기술관련 ‘전문대학’ 진학을 전제로 공부를 하게된다.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은 말그대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교육을 받는다.

특이한 점은 독일의 경우 국내의 대학 졸업시 수여되는 학사학위 개념이 없어 김나지움(Gymnasium)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부분이 석사 또는 박사과정까지 교육을 받게된다.

이에 따라 30살이 넘도록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학업에 재능이나 취미가 없다면 선택조차 쉽지 않은 시스템인 셈이다.

이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김나지움 학생들은 평생 직업이 학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이 연구직이나 교수 등 평생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학비는 평생 무료다.

이에 반해 기술·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한 학생들은 철저하게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게된다.

독일 교육계 관계자들은 하우프트슐레의 장점을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실질적인 교육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70%이상이 실습으로만 꾸며진다.

그나마 이론 교육역시 실습과 연계되는 실무교육이 고작이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은 그룬트슐레에서 모두 배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문과 전문계 고교 학생 모두 국민 기본 공통 과목을 배워야만 하는 굴레에 갇혀있는 국내 교육과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대신 기술·실업계 학생들의 실습교육은 현장과 다를바 없이 진행된다. 실습기자재 등 장비는 물론 교사역시 실무에 능한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이로 인해 일개 기술 고교에서도 기술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정도다.

또 과목별 실습이 중요한 경우 교사가 아닌 현장실무자를 교사로 초빙해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히 독일의 철저한 실습위주의 교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우프트슐레 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등교하는 날보다 전공관련 현장으로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주일 5일중 3~4일은 현장에서 실습을 통한 교육을 받는다. 물론 기본적인 월급은 지급된다.

말 그대로 기술은 기술 현장에서 보다 확실히 배워야 한다는 기본적인 교육이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필요로하는 한 내용의 교육만 철저하게 받으면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미용, 목공, 엔지니어 등 개별 직업·직종별 협회에 가입하게 되며 협회차원의 구속력이 강한 관리를 받게 된다.

이는 기술직들이 장인(마스터)으로서 스스로 사회적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며, 실제 기술직 종사자(장인)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휘를 인정받고 있다.

굳이 대학진학이 필요없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한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 그룬트슐레(초등학교)

-학교가 학생 진로 결정

-생활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이 과정에서 모두 배움

● 하우프트슐레(실업계고)

-철저한 기술 위주 교육

-70% 이상이 현장에서 실습

-졸업과 동시에 취업

● 레알슐레(실업+인문계고)

-기술과 이론 교육 병행

-기술관련 전문대학 진학

● 김나지움(인문계고)

-대학진학 목표로 공부

-평생 직업이 학업

-연구직이나 교수 등 종사

■ 인터뷰 / 뮌헨 교육청 교육정책과 크리스안 본 호아너 직업학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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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만들어진 독일의 교육제도는 정책변화 없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독일내에서도 교육시스템이 우수하다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교육청 교육정책과 크리스안 본 호아너(Christan Von Hoerner·60) 직업학교 부장.

뮌헨 지역내 60여개의 직업학교를 관장하는 그는 “유행에 따라 직업의 선호도가 달라진 경우는 있어도 인문계와 실업계 진학률 변화는 거의 없었다”며 독일의 교육정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호아너 부장은 “독일내에서도 부유층이 많은 뮌헨지역의 특성을 감안해도 전체 5만여명의 학생들중 65%가 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에 진학해 직업전문 학교 교육을 받고 있다”며 “김나지움(인문계)에 진학한 35%의 학생중 해마다 30%가량의 학생들이 실업계로 전환을 하고 있어 실제로는 80%의 학생들이 기술·실업계 학교를 졸업하는 격이다”고 설명한다.

이는 “직업전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높은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실무교육을 위해 교사들도 70%가 실업계 출신이다”며 “그럼에도 교사들을 1년에 1차례이상씩 관련 기업에서 실습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아너 부장은 “학교내에서 아무리 특별한 실무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킨다고 해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론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체 교육과정중 70%를 학생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힐 수 있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독일이 세계 최고의 기술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기술중심, 현장중심의 교육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유행따라 일부 수정을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호아너 부장은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기초지식은 초등학교에서 모두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기술·실업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교육을 중심으로 하면 된다”며 “살아가면서 필요한 교양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배우면 되듯이 학교는 학생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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