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심재덕 전 의원을 그리며...
수원의 큰 어른! 심재덕 시장님!
1월 14일 우리는 당신을 영면의 길로 보내드렸습니다.
수원 장안구 이목동 해우재(解優齋) 영결식장을 가득 메운 조문객들은 칠십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오신 당신의 큰 발걸음을 돌아보며 오열했습니다.
앳된 손녀가 당신께 바친 ‘It's time to say good-bye’의 선율이 제 폐부를 찌를 때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새들도 잠시나마 숨을 죽였습니다.
지난해 17대 국회의원임기를 마치시고 ‘Mr. Toilet(화장실)’으로 다시 태어나셨다고 환하게 웃으시더니, 왜 그렇게 서둘러 떠나신 겁니까?
시장님과 저의 만남은 지난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이호정(수원시 장안구) 의원이 “심재덕 문화원장은 수원의 큰 일꾼”이라고 해서 저는 동아일보 기자의 신분으로 ‘심재덕 참모’가 됐습니다. ‘광교산 연중개방’ 같은 공약개발과 유세원고 작성 등으로 95년 시장당선에 일조를 했습니다.
시장님은 제가 2000년 4월, 16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때의 빚을 몇 배로 갚아 주셨습니다.
그리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2004년 4월, 17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비방하지 않으면서 정책과 비전으로 선거전을 이끌었습니다. 참으로 서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그때 수원에서 나고 자란 당신의 수원사랑,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알았습니다. 광교산 만큼이나 우람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하신 일도 많습니다. 수원문화원장으로 7년간 계시는 동안 펼친 사업들은 전국의 벤치마킹의 대상일 정도로 문화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시켰습니다.
중앙정부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긴 수원화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업적은 ‘우리가 무엇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명확하고도 실천적인 답변입니다. 수원 월드컵 유치는 지도자의 혜안과 리더십이 도시의 백년대계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국회에서 주장하셨던 행정체계개편과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폐지 같은 것도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세계최대변기모양의 집 해우재를 사재로 건립하시면서 세계화장실협회를 유엔본부 산하기구로 만드시려던 그 열정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주소서.
시커멓게 오염된 수원천 복개시멘트를 뜯어내던 날, 소주와 사이다를 섞은 칵테일로 “우리 후손에게 이렇게 깨끗한 수원천을 물려주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라며 흥겹게 외치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는 건배사를 이제 어디서 들을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이 없는 수원은 한동안 멋 없는 도시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시장님!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박종희 수원장안구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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