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최유덕 교수 학술대상 수상

인천시 동구 금곡동 속칭 배다리에서 동구청으로 올라가는 길은 헌책방 골목이다.지난 60년대부터 이곳에 문을 연 고서점들은 최근까지 줄잡아 10여개소. 이 골목 초입에 곱게 영근 맨드라미처럼 간판을 단 책방이 있다. 아벨서점. 곽현숙씨(51·여)가 지난 20여년간 꾸려오고 있는 헌책방이다. 꺽다리 농구선수 키만큼 높은 천장까지 온갖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어지간한 도서관보다 많은 장서량에 주눅이 들 정도다. “열여섯살에 책 세일즈에 나선 경험이 헌책방을 차리게 된 계기라고나 할까요. 그냥 책속에 묻혀 있으면 시간 가는줄 모르겠더라구요” 이곳에서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는 책들은 고전, 철학, 문학, 역사, 미술분야에 모두 5만여권. “어떤 책이 어디께 있는지 눈을 감아도 선해요” 구석구석마다 자신의 채취가 남아 있는 탓에 정이 들대로 들어 누군에겐가 팔려갈 때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쉽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요즘 소망이 하나 있다. “도쿄나 타이페이는 헌책방거리를 문화명소나 관광코스로 조성하고 있는데 우리도 본받아야 합니다” 그는 21세기는 문화강국만이 살아 남는만큼 문화의 보고(寶庫)인 이 거리도 당국차원의 배려가 전제돼야만 마땅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몇명 되지 않는 인사(?)다. 그래서일까. 그의 명함에 적힌 ‘살아 있는 가슴에 살아 있는 글들이’란 글귀가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상록수 문화사랑회 김정식이사장

“선진 외국에서는 책과 미디어를 포함해 정보혁명의 물결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도서관 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사단법인 상록수 문화사랑회 김정식 이사장은 회원들과 함께 안산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도서관 전산화 지원사업을 비롯, 도서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정보와 자료를 탐색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에서 문화와 정보 인프라 형성은 물론, 독서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이를위해 지난 99년부터 사서를 선발, 안산지역 7개 초등학교에 사서 2명씩을 파견, 컴퓨터를 이용한 도서자료 정리에서부터 대출, 검색 및 도서관운영에 필요한 전산업무체제를 확립했다. 이와함께 대부초등학교를 비롯, 11개교에 컴퓨터를 기증, 현재까지 학교당 컴퓨터 3대와 매월 30권의 도서를 지원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현재 안산지역에는 재정형편이 열악해 어린들이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등 학습을 검색할 수 없는 정보화실이 부족한 실정이며 도서관 조차 없는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학교관계자들이 이들 학교에 작은 도서관이라도 생길 수 있도록 적극 나서줬으면 바랄나위가 없겠습니다”고 말했다./안산=최현식기자 hschoi@kgib.co.kr

고양 한수초교 전국학생발명올림픽 대상

고양시 주엽동 한수초등학교 세우손팀(팀장 정종오)이 23일 서울 서부교육청에서 열린 제4회 전국 학생발명올림픽 시상식에서 롤러코스트 초등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김성례 교사(여·29)가 지도교사상을 받았다. 이에따라 이들은 5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열리는 세계발명올림픽에 롤러코스트 초등부문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이 대회는 발명품을 전시하는 일반 발명대회와는 달리 5∼7명으로 구성된 팀이 3개월전에 미리 주어진 장기과제 가운데 1가지를 미리 선택하여 연구한뒤 창의력을 겨루는 것이 특징이다. 롤러코스트란, 7명으로 구성된 팀이 10만원 이내의 경비로 가로세로 2∼3m의 공간에 우유곽 음료수깡통 등을 이용해 자동차코스를 만든뒤 10분 이내에 20대의 모형 자동차가 코스를 완전 주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모형 자동차에 실린 소프트볼이 떨어져서는 안되며 20대의 차량이 이동하는데 걸린 총시간의 평균을 낸 뒤 가장 빠른 기록을 얻은 팀이 이기게 된다. 한수초교는 지난 3개월 동안 학생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매일 아이디어를 모으고 분석하여 가장 빠르고 안전한 롤로코스트를 만들었으며, 우유곽 등 재활용품을 이용한 점이 높이 평가돼 다른 경쟁팀보다 앞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인천 보건소 근무 시조시인 이희란씨

보건소 6급 공무원인 이희란씨(42·여·인천시 동구 만석동)에게선 이상스럽게도 그 흔한 소독약이나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는다. 마음이 봄볕처럼 여려서일까. 아니면 늘 엷은 미소를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그의 이름 옆엔 시조시인이란 호칭이 붙어 다닌다. “여고를 졸업하던 해 동인지인‘현장문학’에 자유시를 발표했어요” 어줍잖은 문학소녀의 치기를 고맙게도 기성문단이 받아 들였다는게 그의 표현이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소녀에게 문학이라는 길고도 고통스러운 여정을 제시해 준 은인은 현재도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계산 용진호선생이다. “그분에게서 시조작법을 배웠고 새솔문학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형시를 읊게 됐어요” 틈을 쪼개 가슴으로 쓴 작품들은 모두 200여편. 지난 94년‘어깨 힘 좀 푸시게’란 제목으로 시집도 냈다. 그러나 그녀는 생계를 위해 문학 대신 전공을 임상병리과로 택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후 완도보건소를 시작으로 각종 실험기구와 플라스코, 약품들로 빼곡한 실험실에서 중년을 맞고 있지만 요즘도 문학은 그녀를 설레이게 한다.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올 봄에 그는 참으로 몇년만에 활짝 기지개를 펼 계획이다. 현재 살고 있는 만석동에서의 삶을 멋드러지게 작품속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독서실에서 작업했던 씁쓸한 추억이 오히려 달콤하네요.”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