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보건소 근무 시조시인 이희란씨

보건소 6급 공무원인 이희란씨(42·여·인천시 동구 만석동)에게선 이상스럽게도 그 흔한 소독약이나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는다.

마음이 봄볕처럼 여려서일까. 아니면 늘 엷은 미소를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그의 이름 옆엔 시조시인이란 호칭이 붙어 다닌다.

“여고를 졸업하던 해 동인지인‘현장문학’에 자유시를 발표했어요”

어줍잖은 문학소녀의 치기를 고맙게도 기성문단이 받아 들였다는게 그의 표현이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소녀에게 문학이라는 길고도 고통스러운 여정을 제시해 준 은인은 현재도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계산 용진호선생이다.

“그분에게서 시조작법을 배웠고 새솔문학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형시를 읊게 됐어요”

틈을 쪼개 가슴으로 쓴 작품들은 모두 200여편. 지난 94년‘어깨 힘 좀 푸시게’란 제목으로 시집도 냈다.

그러나 그녀는 생계를 위해 문학 대신 전공을 임상병리과로 택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후 완도보건소를 시작으로 각종 실험기구와 플라스코, 약품들로 빼곡한 실험실에서 중년을 맞고 있지만 요즘도 문학은 그녀를 설레이게 한다.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올 봄에 그는 참으로 몇년만에 활짝 기지개를 펼 계획이다.

현재 살고 있는 만석동에서의 삶을 멋드러지게 작품속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독서실에서 작업했던 씁쓸한 추억이 오히려 달콤하네요.”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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