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찾아준 도락산, 깨끗하게 지켜줄래요”

양주시 중심에 그리 높지 않은(441m) 산이지만 백두대간 13개 정맥 중 하나로 산악회의 필수 답사코스인 도락산이 우뚝 서있다. 이곳 도락산을 마치 자신의 정원처럼 돌보는 이가 있다. 도락산 쓰레기를 치우며 자원봉사 하고 있는 (64)가 그 주인공. 여씨는 매주 주말이면 엄청나게 큰 정원을 가진 사람으로 변신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몇 시간이고 머물며 멀리서 자신의 정원을 감상하러 오는 등산객들의 쾌적한 산행을 위해 등산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다. 여씨는 지난 1983년 고향인 경북 김천을 떠나 양주에 터를 잡고 한 때 직원이 80여명에 이를 정도로꽤 큰 규모의 레이스 섬유기계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몇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오른쪽 몸이 마비돼 제대로 걸을 수 없었고 공장 등 모든 것을 동생에게 물려주고 은퇴 아닌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이 잘 돼 어느정도 몸이 회복되자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지루해 아파트 뒤 도락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6개월 산에 올랐더니 마비됐던 손이 풀리고 다리 움직임도 자유로워졌다. 건강을 회복하니까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을 떨쳐버리는 동력이 바로 도락산 이었어요. 산을 오르던 어느날 등산로에 걸려있던 현수막에 산을 아낍시다. 쓰레기는 내 베낭에란 글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때부터 등산로 주변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4년이 넘었다. 도락산을 오르는데 보통 2시간이면 되지만 여씨는 산속에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다보니 정상까지 오르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그제서야 이제 제대로 정상에 한번 올랐구나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씨가 매주 수거하는 쓰레기 양은 80~100㎏, 한해 무려 5t이 넘는다. 쓰레기봉투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청소하다 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쓰레기 양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격려해 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여씨는 가래비 쪽에서 도락산 쓰레기를 줍는 노명환씨도 70세가 넘었다며 힘이 닿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양주=이종현기자 major0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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