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결혼할 거니? 아이는 언제 낳을 거니? 명절 가족이나 친족 모임에서 결혼 적령기 자녀나 젊은 부부들에게 금기시되는 물음이다. 지난번 추석을 앞두고 거의 모든 특집방송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않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낳지 않는 것도 개인의 자유’라는 생각이 당연시돼 가족조차도 관여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인식의 변화로 아이들이 점점 태어나지 않는 사회, 그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에 직면해온 일본에서 저출산 사회의 미래 모습을 연대별로 체계적으로 제시한 책, 미래연표(가와이 산케이신문 논설위원 저)가 지난 6월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인구감소는 외환위기 같은 사태와는 달리 그 변화가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기에 사람들이 무감각해지기 쉽다. 그래서 미래연표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몇 살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현장감 있게 제시하고 인구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케 한다. 그 줄거리는 이렇다. 일본의 인구는 2015년 1억 2천709만명으로, 5년 전 국세조사 때보다 96만여 명이 감소했다. 일본 인구가 실제로 줄어든 것이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의하면, 현 감소추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총인구는 60년 후 8천808만, 100년 후에는 5천60만, 200년 후에는 1천380만, 서기 3000년에는 2천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인이 소멸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국가가 멸망하는 데는 한발의 총탄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인구감소로 일본사회가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시계열에 따라 그려보면 충격적이다. 우선 2025년에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데, 노인환자가 증가해 사회보장급여비가 팽창하고,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이 부족하게 된다. 그에 앞서 2021년경에는 고령부모 간병을 위한 이직이 증대해, 기업이 심한 인력부족을 겪게 되고, 부모간병과 자녀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하는 더블케어 부담으로 생산가능인구는 더 감소하게 된다. 2030년경에는 지방대학, 은행, 백화점, 패스트푸드점이 사라지기 시작해 인프라, 서비스 부족이 현실로 나타나고, 2040년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망자가 급증하여 화장장도 부족하게 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하게 된다. 2042년에는 고령자수가 최고에 달해, 무연금 저소득 노인이 급증하고 생활보호급여가 격증함으로써 국가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 또 젊은 인력 부족으로 경찰관자위대원소방대원 확보가 어려워 국방, 치안, 방재기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국가사회의 파탄으로 직결될 수 있다. 2050년에는 국토의 약 2할은 무거주 지역이 되고, 텅 빈 일본열도의 일각에 외국인이 대량으로 이주해 살면 실질적으로 영토를 뺏기게 된다. 이렇듯 암울한 전망으로 충격을 던진 미래연표는 결국 인구 규모가 작아도 풍요로운 나라는 가능하다며 당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하고, 인구가 줄어든 지자체 합병, 중ㆍ노년층의 지방이주 장려, 국제분업 체제 강화, 3번째 아이에 대해 천만엔(1억원) 지원 등 10가지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듯 스스로 소멸위기까지 거론하고 나선 일본. 그 일본의 출산율(1.44명)보다 더 낮은 우리나라(1.17명). 시급하기로 따지면 우리가 더하지 않을까?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오피니언
서형원
2017-10-17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