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로봇 확산에서 일본의 국가전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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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일손이 없어 바쁠 때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로봇 손이야말로 빌려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심각한 인력부족에 직면한 일본기업들이 사람 대신 로봇이나 첨단기계에 일을 맡기려고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의 유명 소고기덮밥 체인, 요시노야(吉野家)는 점포 기계화를 서둘러, 그릇에 밥을 자동으로 퍼 담는 기계를 전국 모든 점포에 이미 도입했다. 작년에는 도쿄의 한 점포에 로봇을 시험적으로 도입했는데, 이 로봇은 식기세척기에서 씻긴 그릇을 종류별로 쌓아서 정리하는 일을 한다. 요시노야는 앞으로 작업의 절반 이상을 기계화하거나 로봇에 맡기고, 종업원은 조리나 서비스에 전념케 할 것이라고 한다.

 

호텔에도 로봇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큰 호텔 로비에 들어가 헤매고 있으면 어디선가 직원이 나타나 도울 일을 물어오곤 한다. 도쿄 하이얏트 호텔에 이런 일을 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이 도입돼 직원 한 사람 몫을 해낸다고 한다. 영어나 일어로 손님에게 말을 걸고 간단한 수다도 떨며 호텔 곳곳을 안내한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이 일본의 서비스업, 제조업 등 분야에서 도입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추세다. 2015년 일본 노무라연구소 조사에서 슈퍼점원, 경비원, 은행창구, 전자부품 제조나 조립, 공장 사무원 등 235종의 직업(일본 내 근로자 49% 종사)이 향후 10년 내지 20년 사이에 기계나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됐는데, 현 추세라면 그 시기는 훨씬 더 앞당겨질 것이라 한다.

 

일본에서 로봇 도입을 촉진한 것은 저출산에 따른 인력부족이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전략이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 1월 경제산업성은 ‘로봇 신전략’을 발표했는데, 향후 5년을 로봇 혁명의 집중 실행기간으로 정하고, 제조ㆍ서비스ㆍ간호ㆍ의료ㆍ인프라ㆍ재해대응ㆍ농식품업 등 주력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이 로봇 관련 프로젝트에 1천억 엔을 투자해 로봇 시장규모를 현재 연간 6천500억 엔에서 2.4조 엔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의 연간 출하액이 3천400억 엔(2014년 세계시장 점유율 약 50%), 국내 가동 로봇 수가 약 30만대(세계 점유율 약 20%)로 세계 1위이며, 로봇의 활용 및 진화와 관련된 센서, 네트워크 인프라, 현실 데이터, 컴퓨터개발능력 등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강점을 활용한 ‘로봇 신전략’은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일본의 대응전략 근간이 되고 있다.

 

일본의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제조업 혁신 개념인 것과는 달리 과학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물론 국가사회의 제반 과제 해결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에너지, 지역침체, 재난재해, 지구문제 등 다양한 경제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오히려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즉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창출하여 거대한 미래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구체 실행전략과 로드맵은 이미 ‘일본재흥전략 2016:제4차 산업혁명을 향해’, ‘신산업구조 비전:제4차 산업을 선도하는 일본의 전략’ 등 정책문건을 통해 제시돼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일본사회의 로봇화 진전을 통해 이미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과 흡사한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이제 겨우 제4차 산업혁명 논의가 본격화되는 정도다. 새해는 우리사회의 실정에 맞는 제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국가적 대응전략을 정립하는 중요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순천청암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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