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류와 첨단산업제품’ 세계 속 한국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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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국내 언론에 조명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활약상은 한류가 세계인들과 교감하고 있는 정도를 알게 해준다. 한류는 세계가 한국을 인지토록 하는데 있어 우리의 첨단 산업제품과 함께 탁월한 외교관 또는 대사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고 본다.

 

필자가 근무했던 그리스에서도 이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리스는 한국을 첨단 IT기술이 발전한 경제강국으로 인식하면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삼성 핸드폰과 LG에어컨을 최고의 제품으로 선호하며, 첨단산업을 발전시킨 한국에 대해 신기해하고 한국의 역사, 문화, 전통과 언어에 대해 알고 싶어하며 이웃나라인 중국, 일본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한다. 아테네 경찰청의 순찰차로 채택된 현대 i30들이 아테네 거리를 주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와 한국을 홍보하는 모습은 우리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자긍심을 주고 있다.

 

그리스에 주재한 인도대사의 부인은 미국인이었는데 필자에게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삼성 갤럭시를 보여주며 친근감을 표시하였고 또한 자신의 승용차로 i20중고차를 쓰고 있다고 자랑하곤 했다. 또한 필자가 예방하였던 겸임국 알바니아의 외교부 장관도 접견 석상에서 삼성 갤럭시를 꺼내어 보이면서 한국에 대한 우호감을 표시했다.

 

우리나라의 TV드라마, 영화, K-pop 등 한류가 그리스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또한 국내에서 상상하는 이상으로 크다. 그리스 젊은이들은 한국의 TV드라마를 한국어로 듣고 이해하기 위해 토요 한글학교와 한인교회 일요일 예배에 참석한다. K-pop을 좋아하는 그리스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매년 KBS주최로 개최되는 전 세계 외국인 대상 K-pop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우리 대사관이 주최하는 아테네 예선에서 우승해야 하므로 보통 20여 개 그룹이 참가하여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데, 수백 명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 채 무대 위의 경연팀들이 노래하는 K-pop을 환호하며 합창하는 예선 행사 자체가 그들에겐 축제와 같다.

 

그리스 제2의 도시인 데살로니카에도 한류 팬들이 많다. 그들은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여 한국어학당을 설립해주기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우리 대사관에 보내올 정도였다. 우리 대사관이 데살로니카에서 ‘한국문화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건축학개론’을 상영했을 때, 200여 명의 관람객이 영화 상영도중 잦은 웃음으로 영화를 음미하였으며, 특히 젊은 한류 팬들은 ‘건축학개론’의 내용에 관해 자체 토론회를 가질 정도였다.

 

그리스 제4의 도시 ‘라리사’는 매년 국제 영화제를 개최하는데 2015년에는 한국영화 3편을 올해의 초청작으로 정하여 필자가 참석한 개막식 날 상영했으며, 주최 측 사무총장은 앞으로 10~20년 후에는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에 못지 않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질 것임을 확신한다고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우리 사회가 한류와 첨단 산업제품을 세계에 수출하듯이, 세계화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성장론자와 복지확대론자가 공히 만족할 수 있는 경제발전을 성취하는 경제운영방식을 모색해 세계에 모범사례로 제시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새해에 기원해본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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