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우리가 인도로 가야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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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배치 이후 어려운 한중관계를 겪으면서 우리는 무역과 문화교류 등 모든 면에서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기업들은 위험분산을 위해 동남아, 인도 등지에 투자와 거래를 확대하느라 분주하다.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며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와 더불어 대인도 외교를 4강 외교 수준으로 격상하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외교관계 강화를 위해서는 국민 상호 간 이해가 기반이 되며, 그 기본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2016년 한국인 해외여행객 2천200만여 명 가운데 인도 방문객이 고작 11만 명이라는 사실은 인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을 짐작케 한다. 우리에게 인도는 아직도 석가모니, 타지마할, 길거리의 소, 갠지스 강 인파 정도로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 미국 IT 회사를 주름잡는 사람들을 인도의 이미지로 떠올린다면 그나마 이해가 높은 편이겠다.

 

하지만 세계는 인도를 더 이상 ‘영원한 잠재력의 나라’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인도 인구는 2020년대 중반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가 되며, 고령화 단계에 접어든 중국과 달리 젊은 인구의 팽창은 지속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인도의 경제규모는 아직 중국의 20% 수준으로 전 세계 GDP의 3%에도 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수년간 성장률 6%대에서 숨 고르기 하는 사이, 인도는 7% 후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것도 안정적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루어내는 성과다. 향후 세계경제에서 OECD 회원국 등 선진국 비중은 50% 이하로 떨어진 후 더욱 줄어들고, 중국이 15%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는데 비해 아세안과 인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나, 양국 간 무역 150억 달러는 1조 달러 무역국가인 한국의 위상에 비추어 초라하다. 인도와의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 29개 지방이 각각의 국가처럼 다양한 아대륙(亞大陸subcontinent), 할리우드 영화나 한류의 진입이 쉽지 않은 문화적 자부심, 사회를 지배하는 종교적 생활방식과 계급제도 등은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요소의 일부일 뿐이다.

서남아 지역에 대한 외교과제도 녹록지 않다. 인도 외교부 고위인사는 양국 간 한-인도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를 ‘서로의 핵심적 민감 사안에 대해 이해를 공유하는 관계’로 정의하면서, 파키스탄 관할의 양국 분쟁지역인 캐시미르에서 한국의 공기업들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신남방정책의 한 축인 인도와의 관계 증진을 위해서는 우선 인적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관심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2천 년 전 아요디아 왕국의 허황옥이 물길로 가락국까지 건너와 김수로왕의 비(妃)가 된 이래 양국 인적교류는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고대 인도 이미지에 갇혀 있는 동안 인도인들도 오래전 한국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기 어렵다. 보다 많은 한국인이 인도에 가서 오늘의 인도를 마주하고, 보다 많은 인도인을 초청하여 한국을 보여주는 것이 이해 증진의 첫걸음이다.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라는 토대가 있어야 외교관계의 격도 높아질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인도로 가야 하는 까닭이다.

 

이시형 국제교류재단 이사장·前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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