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이제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대선 때의 북풍 논란이나 이번 대선의 북 미사일 발사 논쟁처럼, 북한은 우리 대선 판에서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불쏘시개이다.그러나 사드 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안보·외교 이슈가 대선 후보 진영 간에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 경우는 과거에 없었던 것 같다. 또, 이들 외교·안보 이슈에 이해관계를 갖는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 대선후보들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골적으로 말과 행동을 보여 온 경우는 더더욱 없었던 것 같다.그만큼, 이들 이슈가 우리나라와 주요국 간의 미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그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의 대외경제와 나아가 국민의 경제생활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배치 문제. 미국과 현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는 대선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해서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생각에서, 배치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겨 부지(성주 롯데 골프장)도 정리되기 전에 사드 장비부터 들여 놓기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하순 출범한 이래, 곧 국방장관(2월), 국무장관(3월), 부통령(4월)이 연이어 방한하여,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조기 배치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중국은 정반대로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은 엄청난 후회를 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고, 실제 배치가 이루어지면서 경제·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보복조치를 강화해오고 있다. 중국의 고위관료들이 한국을 연이어 방문하여, 관계, 정계 및 재계를 순회하며, 사드 문제가 현행대로 배치되어 가면 한중관계에 손상이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다닌다. 참으로 양 대국 사이에서 사면초가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대선 후보들 간 사드 토론에서는 사드 배치에 찬성이냐 반대냐, 기존 주장과 다른데 말을 바꾸었느냐 하는 선명성 공방만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사드 배치 찬성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것이고 반대는 한미동맹을 깨자는 것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논란도 눈에 띈다. 그러나 외교에서 절대적 입장은 위험하다. 타협하기 어려운 입장은 있어도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협상에 임하는 바보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최고 결정권을 갖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사드 문제처럼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 교섭 사안에 대해 찬반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답답하기만 하다. 현 정부는 사드 배치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결함과 의혹을 범하였고 최고 외교관인 대통령이 궐위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사드배치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미국이나 중국의 주장이나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어서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여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런 점에서 남은 대선과정에서 후보들이 서로 찬성이냐 반대냐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대선 후 신정부 하에서 어떤 과정으로 어떤 원칙에 따라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논의하기를 기대해본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오피니언
서형원
2017-04-11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