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고향에는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텃밭을 가꾸며 생활하고 계신다. 2005년 어느 날 일흔을 넘긴 아버지께서 폐암 투병을 위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하셨고 각종 검사와 항암치료로 고통받아야 했다. 더불어 당신도 이미 일흔을 넘긴 나이에 성치 않은 무릎으로, 아버지를 간병해야 하는 어머니의 고통도 만만치 않았다. 각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자식들은 주말에 어머니의 수고를 덜어 드리는 것 말고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성치 않은 무릎으로 아버지를 챙기시는 어머니를 보다 못해 간병인을 쓰자고 했지만, 자식들의 가계사정을 아시는 어머니는 극구 만류하셨다. 힘든 치료를 마치고 아버지가 퇴원하실 쯤 치러야 하는 병원비와 간병비는 2천만 원에 육박했고, 형제들이 나눠 셈을 치루기는 했지만, 버거운 액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1977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12년 만인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 확대라는 양적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보편적 의료서비스 제공과 국민 건강수준의 획기적 개선을 이뤘고,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민의료비 중 공공재원의 비중은 55.9%로 OECD 평균(72.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가계부담 의료비 지출 비율은 36.8%로 OECD평균인 20.3%의 1.8배로 34개국 중 라트비아(41.6%), 멕시코(41.04%)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OECD Health Data, 2017). 이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공단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진료비 폐지, 간호 ㆍ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MRI, 초음파 건강보험적용확대 등 다양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였고, 저소득층의 연간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더욱 낮추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은 질병 부상 등으로 가구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의료비가 발생하였을 때,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는 사회안전망이다. 2013년 8월부터 4대 중증질환(암, 희귀난치성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과 중증화상환자가 있는 저소득 가구와 의료비 과부담 가구에 최대 2천만 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은 올해부터 지원 대상을 모든 질병(외래는 4대 중증질환)으로 확대하고, 지원금도 최대 3천만 원으로 늘렸다. 2017년까지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은 사람은 약 7만 명이며, 총 지원 금액은 약 2천76억 원, 1인당 평균 지원 금액은 296만 원에 이른다. 지금처럼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됐다면, 2005년 그때, 자식들의 부담이 미안해 극구 간병인을 사양했던 우리 어머니의 고통과, 녹록치 않은 형편에 형제들의 부담은 훨씬 덜 했을 것이다. 질병으로 힘든 이들에게 경제적인 부담까지 더해지는 이중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복잡하고 힘겨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국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김덕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장
오피니언
김덕수
2018-11-1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