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원에는 ‘청바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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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1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난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삼포 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 ‘열정페이’와 같은 절망 섞인 단어가 수년째 오르내리는 이유다.

 

청년층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로 이어진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출산율은 매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단칸방에서 시작해도 열심히 저축하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요즘 청년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해도 작은 집조차 마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 단독가구 빈곤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기성세대는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고 얘기하겠지만, 요즘 청년의 삶은 너무나 힘겹다.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수원시가 청년층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에 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다. 수원시는 2016년, ‘청년과 함께, 청년을 이해하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청년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최근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원시를 방문해 청년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수원시는 2016년 2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청년 정책 전담부서인 청년정책관을 신설하고,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같은 해 4월에는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고, 6월에는 수원형 청년 정책 비전 ‘청년! 신나고 호감 가는 더 큰 수원’을 선포했다. 청년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인 청년바람지대(팔달구 행궁로)도 열었다.

 

청년바람지대는 매년 1만 명 이상이 찾는 ‘핫 플레이스’(명소)로 자리매김했다. 1인 청년기업에게 청년바람지대 공간을 무료로 임대하고, 취ㆍ창업, 인문학 강좌 등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청년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거창한 상상, 소소한 일상’ 공모사업으로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있다. 수원청년 300여 명으로 구성된 청년 네트워크는 매달 정기모임을 열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만 19~39세 청년 800명을 대상으로 ‘수원 청년 생태계’를 조사해 청년의 실태와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청년 생태계 조사결과를 ‘수원형 청년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4월에는 취업준비 청년에게 면접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청나래’ 사업을, 5월에는 대중교통 전용카드를 지원하는 ‘청카드’ 사업을 시작해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청나래’는 지난 8월 2호점을 열기도 했다. 청년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청년들 의견을 반영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정부에서 내놓는 청년지원 정책이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자주 접한다. 청년 문제를 단순히 구멍을 메우는 식의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정확히 진단하고, 청년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정책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한규 수원시 제1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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