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음악 산업 역시 AI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이미 음악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창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기존 곡들을 학습해 새로운 멜로디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특정 스타일을 모방한 음악을 만든다. 과거에도 작곡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AI 기술을 창작에 활용해 왔다. 1950년대부터 알고리즘 기반 작곡 방식이 있었고 1980년대 EMI(Experiments in Musical Intelligence) AI 프로그램은 다양한 작곡가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곡을 작곡했다. 1990년대 신경망 기반 작곡 프로그램은 리듬, 화성, 멜로디를 학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고 2010년대 AI 기반 음악 플랫폼 앰퍼뮤직(Amper Music)은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과 분위기에 맞춰 새로운 음악을 생성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이처럼 AI 기술은 과거부터 실험적 도구이자 창작 도우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현재 AI 음악 플랫폼 발전의 기반이 됐다. AI가 제공하는 이러한 기술은 작곡가에게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최근 많은 창작자가 활용하는 AI 플랫폼 수노(Suno)는 실시간 음악 생성, 사용자 인터랙션, 다양한 장르의 음악 생성 기능을 제공하며 전문적인 작사·작곡 지식이 없어도 음악을 창조하는 도구로서 획기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데이터 기반의 모방을 넘어 독특한 창작물을 제시해 인간과의 협업을 강화한다. 이로 인해 창작자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하거나 음악적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AI가 창작에 개입하면서 음악 창작자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작곡, 편곡, 녹음 등 모든 과정을 하나의 작곡가나 팀이 담당했으나 이제는 AI가 일부 작업을 분담하면서 창작자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창작자는 AI가 제안한 아이디어 중에서 선택하고 이를 인간의 감성과 경험으로 다듬는 새로운 작업을 한다. 이는 창작자가 단순 기술자가 아닌 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존재로 변모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음악이 인간 고유의 감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AI가 창작을 기계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다. 전문 영역에서는 악기별 스템 파일 분리, 믹스, 마스터 등의 영역에서 한계가 있어 현재 스케치 용도로 사용되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이 역시 극복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AI가 창작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악 창작의 미래는 더욱 다채롭게 변화할 것이다. 첫째, AI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창작이 민주화될 가능성이 높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아마추어 창작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둘째, 맞춤형 음악 서비스의 발전이 기대된다. AI는 사용자의 음악 취향과 감정을 분석해 개인화된 음악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청중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창작자는 청중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셋째, AI와 인간의 협업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AI가 자동으로 음악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창작자와 AI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미 많은 아티스트가 AI와 협업한 곡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더 복합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AI와 음악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창작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AI는 음악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 효율성을 높이고 인간 감성과 결합해 새로운 음악적 경지를 열어 가고 있다. AI 기술이 가진 데이터 의존성에 의한 창의성 한계, 저작권 문제, 연관 직업군 감소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지만 AI 기술의 활용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러한 문제점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인간과 AI의 균형 잡힌 협력과 문제점 해결은 어디까지 가능할지,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을 넘어 AI 기술과 음악이 만들어갈 미래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보면서 오래전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을 다시 짚어봤다. 왜 교육감선거는 정당 공천을 하지 않을까. 교육이 정말 중요한 사안이니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면 안 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실제 선거 과정에서 정당의 흔적이나 영향이 없어야 하는데 그건 또 아니다. 교육감선거가 사실상 양대 정당의 대리전으로 치러진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 아닌가. 정당이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왜 정당인가. 정당은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과 요구를 결집해 공론장에 투입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해 일정 기간 통치하고 다시 선거를 통해 책임을 진다. 요컨대 정당은 시민들의 이익과 요구를 조직하고 대표해 통치하고 책임지는 결사체다. 정당 이외에 어느 조직도, 어느 개인도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교육감선거를 정당을 배제하고 치러야 한다는 것은 누가 교육감이 되건 향후 어떠한 책임도 따져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게 어떻게 민주주의인가. 시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교육 정책에 대한 시민의 권위와 주권은 무슨 의미가 있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고는 하나 노골적으로 정치를 배제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현실이 놀랍다.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는 점도 신기하다. 그렇게 정치를 배제한 교육 정책으로 우리 아이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경제, 복지, 국방, 문화, 부동산, 환경 등 교육 외에 중요한 분야가 있고 모두 정당의 책임하에 놓여 있다.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 유독 교육정책만 정당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정책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지금 있는 정당들이 책임 있는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 혐오에 기대어 손가락질만 해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교육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다. 정치적인 사안은 정치의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지난 2월28일 오전 7시55분께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가락나들목 부근에서 차량 8대가 연쇄 추돌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냉동탑차 운전자는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0년 7월14일 오후 2시45분께 경북 김천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추풍령휴게소를 지난 1㎞ 부근에서 차량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전세버스, 고속버스, 승용차, 화물차 등 8대가 얽히면서 18명이 숨지고 약 100명이 다쳤다. 이 사고에서 전세버스 운전자는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이른바 ‘대열운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 두 사고의 주요 원인은 바로 전방주시와 차간거리 미유지에 따라 발생한 사고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전방주시와 차간거리 미유지에 의해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경찰청의 2023년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법규 위반별 사망자의 경우 안전운전의무 불이행과 안전거리 미확보 비율이 71%로 나타났다.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사고에는 전방주시 태만에 따른 교통사고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형 교통사고의 95%는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며 사람의 실수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자동차에 첨단 안전기능 장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에 장착 의무화 된 대표적인 첨단안전장치는 차로이탈경고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있다. 차량 출고 시 차로이탈경고장치는 승합 및 3.5t 초과 화물·특수자동차가 의무 장착 대상이 되고 차량 대응 비상자동제동장치는 전 차종(승용차 및 3.5t 이하 화물차 기존 모델은 2026년 1월부터 적용)에, 보행자 및 자전거 대응 비상자동제동장치는 승용차 및 3.5t 이하 화물차량(2025년 1월 신규 모델)에 의무 장착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안전기능이 모든 차량에 적용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전까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전방주시와 차간거리 유지는 운전자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는 전방주시와 차간거리 미유지에 따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차유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차유는 전방주시와 차간거리 유지의 줄임말이다. 올해 5월에는 전차유 실천 운동 확산 노력의 일환으로 공단은 경기도 버스, 택시, 화물 운수조합 등 11개 단체와 전차유운동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운수회사가 전차유 실천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해 126개 운수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공단은 전차유 실천운동에 참여한 운수회사를 대상으로 전차유 홍보용품(현수막 등)과 안전운전 홍보 그래픽을 배포했으며 운수 종사자 대상 교통안전교육을 지원했다. 또 전차유 협약기업으로 신청한 운수회사에는 전차유 차량용 스티커 부착을 추진하기도 했다. 전방주시 실천을 위해서는 운전 중 기기 조작 금지, 졸리면 쉬어가기, 조급한 마음 비우기를 실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운전 중 스마트폰 검색 금지, 운행 종료 후 통화, 2시간 운행 시 15분 휴식 및 운행 전 8시간 이상 충분한 휴식 등이 필요하다. 차간거리 유지 실천을 위해서는 충분한 차간거리 확보, 배려하는 운전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시속 100㎞ 이상 주행 시 100m 이상 차간거리 유지, 빗길‧빙판길 등 젖은 노면 시 차간거리를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보 등이 필요하다. 운전하기 전 운전석에 앉으면 전방주시와 차간거리 유지를 위해 마음속으로 ‘전차유’를 다짐하는 운전습관을 가지면 어떨까. 오늘도 운전석에 앉게 되면 ‘전차유’ 하고 마음속으로 외쳐 보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고 한다. 가임기(15~49세)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72명을 기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마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출생아 수가 2000년 약 63만명이던 것이 2023년 약 43만명이 됐다. 머지않아 아이들은 드물고 노인만 가득한 나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나라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5개년 계획)을 4차에 걸쳐 수립했고 이에 따른 각종 대책과 예산을 세우고 실행해 왔다. 저출생 대책에 쓴 예산이 지난 18년간 약 3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출생률이 반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진단과 비판이 뒤따르는 실정이다. 이것이 성평등 제고 정책인가, 복지정책인가 등 정책목표의 불명확성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예산을 출생과 무관한 데 썼다는 재정효율성 문제를 언급하는 데까지 다양하다. 저출생 문제 해결은 사회의 근본 질서를 흔들거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 곤란하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아예 출생률을 높이기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목표를 설정하기도 한다. 저출생 대책의 방향을 출생 자체보다 더 나은 삶으로 옮기겠다는 의도다. 이러면 저출생 문제에서 저출생은 사라지는 것이다. 저출생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주장인데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를 많이 낳는 문화권 사람들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저출생 문제는 쉽게 극복될 거라고도 한다. 단일민족 중심의 국가주의가 강한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이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해 애를 안 낳는다고도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저출생은 더 이상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심지어 출생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안 태어나고 인구가 줄어들면 그대로 살면 되지 왜 이걸 문제 삼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이는 저출생 문제를 미궁으로 빠뜨린다. 놀라운 일이지만 이 모든 게 저출생을 둘러싼 우리 담론의 현실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으로 경제적 지원 강화,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보육시설 확충, 주거 문제 해결,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거론된다. 이것 모두 필요하겠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는 특단의 대책을 찾는다면 출생소득 지급을 꼽을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교수도 이런 유인책을 권한다. 예를 들어 보자. 출생아 수가 매년 60만명은 돼야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 선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매년 60만명의 아이가 태어나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이들이 20세가 될 때까지 매월 200만원의 출생소득을 부모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자녀 두 명의 경우 매월 400만원을, 세 명은 600만원을 받는다. 첫해는 14조4천억원, 둘째 해는 28조8천억원, 셋째 해는 43조2천억원이 들 것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8년 동안 사용한 1년 평균 예산이 21조원을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다. 더군다나 예산 문제는 이러한 소득 보장을 하는 대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종 복지 혜택을 없앰으로써 대폭 해결할 수 있다. 출생소득 지급 대상을 가계소득 상위 10%에서 시작해 점차 줄여갈 수도 있다. 저출생 문제, 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답을 못 찾았을 뿐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은 충분한 출생소득 지급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때 가능할 것이다.
65세 여성의 얘기가 신문에 실렸다. 올 4월부터 한 야학에 다녔다. 3개월 만에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한 맺혔던 절절한 가정사를 전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다. 아버지가 중학교 진학을 반대했다. 아들 앞길 막는다는 이유였다. 어린 나이에 공장을 다녀야 했다. 서러움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 이제 중졸 학력이 됐다며 좋아했다. 이 여성의 꿈을 이뤄준 곳은 야학이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작은 공간이다. ‘야학의 도움이 컸습니다.’ 야학의 역사는 곧 우리 근대사의 굴곡이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시작됐다. 농민에게 한글을 깨우치는 계몽 활동이었다. 1960년대 들어서는 보조 교육 역할이었다. 가난한 청소년에게 검정고시 지도를 했다. 70~80년대 수요자는 도시빈민과 노동자였다. 생활·노동 야학의 성격이었다. 최근에는 만학층 지원이 핵심이다. 노인, 주부, 장애인을 위한 배움터다. 이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소외된 곳을 비추는 희망이다. 꼭 필요한 곳이다. 기능이 여전하고 필요성도 여전하다. 그런 야학이 줄어들고 있다. 있는 야학도 어려움이 크다. 야학은 무료로 진행한다. 재정 지원과 후원에 의존해야 한다. 이게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교육부가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에 지원하는 예산이 있다. 2022년 8억4천만원이었다. 올해 5억5천만원으로 34% 줄어들었다. 전국 다 해서 이렇다. 비슷한 정책으로 성인문해 지원 사업이 있다. 이것도 52억원에서 49억원으로 줄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어려웠던 야학이다. 지금도 어렵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도 못 켜는 지경이다. 20만원 임차료도 버겁기만 하다. 기존 강의실을 쪼개 쓰며 교육한다. 이런 곳에 60대 이상 학생이 70~80명씩 몰려든다. 끝내 문을 닫는 야학도 늘고 있다. 경기도에는 한 때 수십곳의 야학이 있었다. 이제 20여곳 남아 있다. 야학이 한 곳도 없는 지자체도 있다. 좋아질 기미는 없다. “예산을 올려도 계속 삭감된다.” 교육부 관계자가 전한 상황이다. 복지천국이라는 대한민국 아닌가. 정치권의 퍼주기는 여야 구분이 없다. 지방자치단체 복지도 경쟁적이다. 선거마다 노인 복지, 학생 복지가 공약집을 메운다. 그런데 야학 약속은 안 보인다. 이렇다 할 ‘야학 공약’을 본 기억이 없다. 수혜자가 누군가. 가난해서 못 배운 어르신들이다. 어렵게 정착하는 이주 노동자, 탈북민들이다. 표가 덜 된다고 보는 건가. 김동연 경기도의 가치는 ‘기회’다. 저들에게 야학은 기회다. 경기도가 나서 주면 어떻겠나. 기회의 땅, 경기도에서 선도해주면 고마울 것이다.
온라인 불법 도박이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 깊숙이 번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SNS를 통해 코미디언 이진호가 방탄소년단(BTS) 지민을 비롯해 이수근 등 주변 지인들은 물론이고 대부업체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려 온라인 불법 도박을 했다고 고백했으며 피해액은 23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화성시 장안면 출신인 이진호는 2020년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온라인 불법 도박에 연루된 사건이 자주 보도되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 불법 도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진호는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 수순에 들어갔으며 화성시는 지난해 3월 임기 2년으로 위촉한 “이진호 홍보대사를 해촉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불법 도박에 대한 신고는 지난 4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즉,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는 총 3만9천82건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신고 건수인 1만3천64건에 비해 약 2.99배 증가한 수치다. 2022년 기준 전체 불법 도박 규모는 약 102조원에 이른다. 유형으로는 온라인 도박이 36.51%로 가장 많으며 금액으로는 37조원을 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감시 예산 및 인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18억700만원에서 지난해 10억5천200만원으로 약 41.7% 대폭 삭감됐다가 올해 14억2천600만원으로 다시 35.5% 증액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런 정도의 예산으로는 폭증하고 있는 온라인 불법 도박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법무부를 비롯해 9개 부처가 참여해 출범한 ‘온라인 불법 도박 근절 범정부 대응팀’이 주축이 돼 특별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아직까지 입법이 되지 않은 상태로 온라인 불법 도박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현재는 불법 도박에 이용된 계좌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 특별법을 조속히 마련해 도박 사이트 신설에 사용된 운영자들의 계좌를 차단함은 물론이고 도박 범죄 개설 등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중지시켜야 한다. 최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 등을 감안해 관련 예산 증액과 더불어 처벌 규정을 강화함과 동시에 정부와 국회는 온라인 불법 도박을 근절할 특별법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내년이면 드디어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는 데 걸린 기간이 7년이다. 고령화 속도가 엄청 빠르다. 세계 최고 고령 국가 일본을 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일본 역전까지 20년 남았다. 일본이 50년에 걸쳐 느낀 것을 우리는 20년 만에 답습하게 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세태도 급변하고 있다. 사회담론도 변하고 있다. 과거 사회담론이 ‘미래, 탄생’이었다면 요즘의 사회담론은 ‘현재, 죽음’이다. 복지, 연금, 고독사 등이 뜨거운 이슈가 되는 것은 사회가 고령화됐기 때문이다. 고령사회를 사는 노인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조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소득, 개인 소득, 금융 자산, 부동산 자산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종학력 등 교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일하는 노인 비중도 39%나 됐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자식들의 부양에만 노후를 기대는 노인은 줄어들고 있다. 일하면서 자산까지 불리는, 이전 세대에 비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 등장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신(新)노년층의 가장 큰 변화는 자녀들에 재산을 상속하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노인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4명 중 1명이 그렇게 답했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고) 다 쓰고 죽자’는 ‘쓰죽회’ 멤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 행복하겠다’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부양의 짐을 지우지 않는 것도 부모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기에.
괭이밥(옥살리스)의 꽃말은 ‘당신을 버리지 않음’이다. 사랑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졌다. 꽃잎이 하트모양을 하고 있으며 해가지면 잎들이 서로 붙어 껴안고 잠자는 모습을 한다. 꽃말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인 애정을 가진 식물인 것 같다. 잎이 자주색을 띠는 것은 원예용 품종으로 흔히 분화용으로 쓰인다. 정원의 바위 틈이나 올라오는 현관의 계단 입구 양편에 심어도 색상이 좀 특이해 잘 어울린다. '괭이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세계적으로 500종 이상 분포하는 대가족이다. 남아프리카와 남미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애기괭이밥, 큰괭이밥, 괭이밥 세 가지가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가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는 지역·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국민 행복 증진에도 기여하는 사람들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출되는 최고의 놀이문화다. 축제의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해 지구촌 어떤 사람들이라도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신명나는 놀이마당으로서 무엇보다 축제에는 염원을 담은 기도, 역사·문화, 스포츠, 예술적 퍼포먼스 등 종교적 의미 부여, 사회적 통합, 개인의 자유 향유가 있는 인류 보편성과 특수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러한 축제는 참여자의 설렘과 감동 그리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참여자들의 힐링뿐만 아니라 지역 홍보와 함께 지역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즐거운 잔치로 기능한다. 얼마 전 필자는 우리나라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를 다녀왔다. 혼돈이나 무질서 상태로 보이지만 일정한 질서와 규칙이 있는 카오스적인 몽환적 공연 현장에서 느낀 플로 스테이트(flow state)의 경험, 목청 높여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신나는 몸짓으로 가수의 공연에 몰입했던 체험은 분명 퇴근 후 일터에서의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다시 방문하고 싶고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바탕 놀이공간이었다. 물론 주차 어려움 등 다소 아쉬움은 있었으나 거의 모든 참여자의 호응도나 참여도는 매우 높았고 시종일관 흥겨운 모습이었다. 요한 호이징가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놀이 및 유희하는 인간)’에서 인류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했는데 역시 축제 유희를 통한 즐거움으로 긍정의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serotonin)이 뿜어 나오는 듯했다. 이날 지인들과 함께 축제 장소 근처의 식당과 카페에서 평소보다는 높은 지출을 했지만 행복한 소비 기억이다. 소비자 심리학에서 보면 구매, 즉 지출 행동에는 ‘감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데 소비자의 즐겁고 유쾌한 기분은 지출의 빈도와 단위를 높인다. 이는 테마파크에서 매일매일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미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의 경영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이러한 축제 현장 분위기 덕분일까.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문화관광축제 평가 결과’에서 추정 방문객 수 15만명. 방문객의 약 40%는 5만~10만원 지출, 인지도, 만족도, 지역주민 지지·호응도 모든 항목에서 우리나라 전체 축제 평균 점수보다 높은 수치로 보고됐다. 나아가 문화적 가치와 관광 상품성을 인정받아 ‘2024~2025년 문화관광축제’로 재지정됐다. 한편 각 지자체에서는 인구 감소 대응 및 경제 승수효과 제고라는 측면에서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전략으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축제가 긍정적 효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특성이 배제된 채 우후죽순으로 개최된 실패한 축제도 다수 있다. 따라서 축제는 첫째, 지역의 강점 및 특수성을 기반으로 한 축제 전략 수립과 전술적 실행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축제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보여주기식의 기획 축제를 경계해야 한다. 많은 축제에 예산이 지원되므로 예산 낭비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촘촘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셋째, 지역주민의 혜택을 고려한 축제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민 호응은 축제 참여자 만족 제고와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요인이므로 지역민에게 주어지는 실질적인 혜택은 매우 중요하다. 생일 이벤트 같은 소소한 축제부터 경제 승수효과가 매우 큰 대형 축제까지 우리네 삶이 축제가 아닌 날이 드물다. 따라서 문화적 유희로서의 축제든 산업으로서의 축제든 관계없이 모든 축제가 ‘축제 본연의 가치’를 토대로 한 매력적인 놀이문화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누나 시집 가던 날 뒤란의 석류 하나 따서 살며시 누나 봇짐 속에 넣어보냈네 누나가 석류 보고 우리 집 생각 잊지 말라고 나랑 뛰놀던 생각 잊지 말라고 가을이 올 때마다 우리 집 생각 잊지 말라고 나랑 같이 뛰놀던 생각 잊지 말라고. 윤수천 시인 아동문학가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수상. 1976년 동시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