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날과 훈민정음날

한글날 제정 기준에 대해 ‘가갸날이어야 한다’,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등 나름대로의 주장들이 있어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훈민정음을 만든 날과 공표한 날 중 어느 날로 할 것인가의 관점 차이지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창제는 문자를 말하고 반포는 이 문자에 대한 문서나 책이다. 이참에 정리해보자. 창제일을 먼저 짚어보자. 세종실록 25년(1443년) 음력 12월30일자 기록이 유일하다. 그해 12월조에 “이달에 임금께서 몸소 언문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내니...이것을 훈민정음이라 부른다(是月上親制諺文二十八字...是謂訓民正音)”라고 했다. 정인지 서문에도 ‘계해년 겨울’로 돼 있으니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반포일을 살펴보자. 훈민정음 원본으로 보이는 책이 1940년 안동 퇴계가에서 발견돼 간송 전형필 선생이 소장함에 따라 반포 실물을 알게 됐다. 1962년 국보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그 해례본(구분을 위해 이리 칭함)이다. 세종실록 28년(1446년) 병인 9월조에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뤄졌다(是月訓民正音成)”라고 밝혔다. 여기서 ‘훈민정음’은 책을 뜻하고 이를 완성했다는 기록이다. 해례본의 끝에 붙인 정인지의 글에서도 “正統十一年 九月 上澣......臣鄭麟趾 拜手稽首謹書”이니 정통 11년은 1446년이고 상한은 상순이라는 말이다. 명확하니 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창제와 반포를 정리하면 1443년 음력 12월 겨울에 세종이 친히 문자를 만든다. 이 훈민정음 문자를 이론적으로 다듬고 풀이해 3년 뒤 1446년 음력 9월 상순 가을에 ‘훈민정음’이라는 책을 편찬해 알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글날은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현대의 성문은 대개 반포로 한다. 헌법이 그런 예다. 9월 상순 끄트머리 날을 서양 달력 그레고리력 양력으로 환산해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했다. 1926년 기념한 ‘가갸날’(음력 9월29일)을 1928년부터는 ‘한글날’로 명칭을 변경했다. 훈민정음을 현대의 동의어로 하자면 한글이 옳다. ‘한’은 ‘큰, 하나, 가운데’라는 뜻이 있고 한(韓)과 음이 같은 토박이말이니 훈민정음을 바꿔 부르는 데 제격이다. ‘가갸날’보다야 의미 있고 정체성과 보편성이 있다. 알고 보면 북한이 정한 기념일이나 각 학자가 주장하는 차이는 만든 날, 알린 날, 양력 환산 방법의 다름이다. 사실 필자는 날짜나 명칭을 보다 정확히 하기 위해 명칭은 ‘훈민정음날’로, 일자는 음력으로 ‘9월10일(반포)’, 또는 ‘12월30일’(창제 중간인 15일도 무방)로 하자는 생각이다. 추석이나 설날, 부처님 오신 날도 음력 아닌가. 둘 중 하나를 정하자면 후자 섣달그믐 제야다. 설날과 연이어서 좋다. 훈민정음이 탄생한 다음에야 겨레의 문화가 비로소 새날이 됐으니 설과 상통하지 않은가. 여기에 세계적인 문자 역사도 당겨진다. 그러나 현재 ‘10월9일 한글날’도 일리가 있으므로 굳이 개정해야 할 사안으로는 보지 않는다. 만약 재논의가 있다면 ‘음력 12월30일, 훈민정음 날’이 더 합리적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이븐하게 익지 않은⋯

[사설] ‘시한폭탄’ 北 오물풍선, 정부는 왜 방관하고 있나

북한이 연일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지난 7일에 이어 8일에도 쓰레기풍선을 띄웠다. 올 들어 26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7일 120여개, 8일 100여개의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쓰레기풍선이 일상화된 듯하다. 쓰레기풍선의 양이 적지 않고, 피해도 늘어나는데 정부는 방관하는 모습이다. 합참은 8일 낙하물에 대해서도 “확인된 내용물은 종이류,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쓰레기”라며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밝혔다. 안전 위해 물질이 없으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대응이 안일하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2024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28일 1차 오물풍선을 살포한 이후 9월23일까지 총 22차례 풍선을 부양했다. 이 기간에 발견된 오물풍선 낙하물은 5천462개로 파악됐다.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됐다. 61%(3천332개)는 서울시에서, 30%(1천627개)는 경기도에서 발견됐다. 기초지자체별로 보면 서울 노원구가 588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양시(268개), 파주시(246개), 서울 중랑구(217개), 의정부시(211개) 등의 순으로 많았다. 북한의 오물·쓰레기풍선 살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피해가 여러 건 발생했다. 지난 9월까지 차량·주택·파손, 민간항공기 이착륙 간 위험 상황 발생 등 78건의 피해가 있었다. 실제 지난달 김포국제공항 인근 공장에서 불이 나 1억원 넘는 재산 피해를 냈다. 파주시 광탄면의 한 제약회사에서도 오물풍선의 발열타이머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에선 오물풍선 잔해물을 맞고 놀라 넘어진 시민이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는 인명 피해도 있었다. 오물풍선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진 사례도 있다. 오물풍선 6개는 양평과 송탄, 남양주, 파주 등의 상수원보호구역 인근에 떨어졌다. 확인된 것만 그렇지, 더 많을 수도 있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오물풍선을 살포한다 하는데 군 전문가들은 오물풍선을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은 발열타이머 장치와 같은 기폭장치를 사용해 정해진 시간에 목표 지역에 집중 투하하고 있다. 북한의 오물풍선이 생화학 무기 등 공격용 무기 살포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접경지역 등 수도권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오물풍선은 무기이고, 이를 활용한 방화는 테러다. 정부는 잇단 오물풍선 살포를 더러운 쓰레기 도발 정도로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방관하면서, 몇 개가 날아 왔다는 식의 발표만 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다.

[사설] 수사 요청한 주민참여예산 사업... 원점 재검토 필요하다

주민참여예산은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재정 분야에 직접 민주주의를 반영, 예산의 투명성 등을 높인다는 취지다. 2011년 지방재정법에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곳곳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에서도 그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다. 관련 예산은 급격히 불어났지만 투명성 등과는 오히려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근거 없는 의혹들만은 아니었나 보다. 인천시가 자체 감사를 통해 그간의 논란들을 들여다본 결과다. 최근 인천시가 민선 7기 전임 시정부의 주민참여예산 사업 감사 결과를 내놨다. 우선 지자체가 위탁할 수 없는 고유사무를 위법하게 민간에 위탁했다고 판단했다. 바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운영 업무다. 또 민간위탁법인 회원과 관련자 21명에게 모두 4억100만원의 인건비성 예산을 지급해 공정성을 저해했다고 봤다.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의 민간지원관, 강사, 운영위원, 자문위원 등의 명목으로 인건비를 준 것이다. 강사의 경우 주민참여예산 관련 활동 경력이 없는 6명을 부적정하게 선정했다. 일부는 강사 등급을 실제와 다르게 산정, 수당을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2019~2022년 주민참여예산사업인 ‘평화도시 조성 공모사업’도 들여다봤다. 17개 민간단체에 모두 9억1천5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 사업이다. 당시 공모사업심의위원회는 30명이었다. 그러나 민간 심의위원 7명이 속한 단체들이 매년 사업에 응모해 탈락없이 선정됐다. 이 결과 4억3천500만원이 지원됐다. 이 밖에도 보조금에 대한 증빙자료가 부족하거나 보조사업자 소속 직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나왔다. 인천시는 민간위탁사업과 보조금 선정·집행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주민참여예산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종전 14억원이던 것이 480억원대로 늘어났다. 무려 35배 수준의 팽창이다. 민선 8기 출범 이후에는 지난해 196억원으로, 올해 다시 33억4천만원으로 줄었다. 최근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8개 사업의 내용이 나왔다. 지진 옥외대피 장소의 안내표지판 확대나 비상시 국민 행동 요령 홍보물품 배부 등이다. 백령도 두무진항 크레인 설치, 주안역 남광장 경관 개선, 인천 전입 청년 이사 지원 등도 있다. 꼭 주민참여예산이어야만 하는 사업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초·광역의원들이 먼저 나설 일들 아닌가. 정작 주민이나 시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주민참여예산. 존재의 이유부터 원점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김종구 칼럼] ‘주 4.5일제’를 왜 경기도가 선도하나

누구나 가는 여름휴가다. 앞뒤 섞어 일주일쯤 썼다. 곧이어 민족 명절 추석 연휴다. 9월16, 17, 18일 쉬었다. 국군의 날, 제헌절, 한글날이다. 10월1, 3, 9일 쉬었다. ‘퐁당퐁당 데이’라는 연휴다. 그 두 달, 일은 며칠 했을까. 9월은 31일 중 18일 했다. 출근 비율 58%다. 10월은 이보다 많아 21일 했다. 67%다. 솔직히 휴일 반납한 건 없다. 쉴 거 다 쉬고, 놀 거 다 놀았다. 그렇다고 찜찜함까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이런 생각이 여러 번 났다. 경기도가 주 4.5일제를 추진한다. 원래 경기도의 화두가 아니다. 민주당의 대선·총선 공약이었다. 노사의 예민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걸 경기도가 끌어왔다. 정확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끌고 왔다. 8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구상을 밝혔다. ‘국가 어젠다화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경기도가 하겠습니다’. 이후 사업 진행이 속도감 있게 가고 있다. 민간 기업 50개 참여를 결정했다.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방식도 만들었다. 이제 공론화다. 공청회를 열었다. 방향이 분명하다. 시민단체 패널이 제도의 장점을 강조했다. 중소기업 대표는 성공담을 소개했다. 오간 토론도 전제는 실행이다. 경기도 관계자가 시범실시의 내용을 소개한다. 격주 주 4일, 내년 1년, 민간 기업 50개, 금요일 반 근무.... 대략의 정책 방향으로 보면 될 듯하다. 12월까지 용역이 실시된다고 했다. 거기서 뭐가 더 나올지 모르겠다. 용역 방향이 이것과 다를 거 같진 않다. 이쯤 되면 내년 실시로 보인다. 참 빨리 간다. 김 지사가 ‘선도적 역할’을 말했다. ‘선도’를 푸는 통상의 뜻이 있다. ‘남보다 앞서’ 또는 ‘제일 먼저’다. 이 의미라면 선도는 제주도에 빼앗겼다. 7월1일부터 주 4.5일제 실시에 들어갔다. ‘13시의 금요일’이라는 닉네임도 자랑했다.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한다는 얘기다. 억지로 ‘전국 최초’에 매달린 듯하다. 제주도와 행정시·공공기관만 시행한다. 그것도 의료원 등 일부 기관은 제외했다. 경기도는 50개 기업에 돈 주고 시행한다. 다를 것 없다. 더 무거운 주제도 있다. ‘주 4.5일제’는 그냥 정책이 아니다. 노동과 자본에 대한 정치적 현시(顯示)다. 그 자체가 정치이자 이데올로기다. 금융노조가 주 4.5일제를 파업 조건으로 걸었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93.4%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월에 설문을 했다. ‘제22대 국회에 전하는 경영인들의 바람’이다. 막아 달라는 첫 번째 요구가 주 4.5일 실시다. 이 예민한 선택을 경기도 행정이 하겠다는 거다. 왜. ‘놀 욕구’는 늘 ‘일할 욕구’를 누른다. ‘주 4.5일’은 뒤로 못 간다. 한 번 시작하면 ‘5일’로 못 온다. 산업 전반을 지배할 것이다. ‘주 5일 회사’로 누가 가겠는가. 모든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거다. 소상공인도 그 속에 들어간다. 70만 경기도 소상공인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 35%가 망해 나갔다. 경쟁력 잃고 근근이 이어간다. ‘주 4.5일’이 달가울 리 없다. 그걸 왜 경기도가 앞서 부르짖을까. 베네수엘라에 크리스마스가 왔다. 올해만 10월1일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명령’으로 베푼 선물이다. 2013년부터 두 번 연임했고 세 번째다. 산업 국유화, 무상복지 정책 등을 밀었다. 재임 중 물가상승률이 6만5천%다. 인구의 30%인 770만명이 고국을 떠났다. 이래놓고 또 하겠다며 버틴다. 민심이 동요하자 꺼내 든 공휴일 선물이다. 퍼주다 퍼주다 이제는 성탄절까지 퍼주는 나라다. 이제 국민이 안 받는 모양이다. AFP가 현지 시민 말을 옮겼다. “우유 살 돈도 없는데 무슨 공휴일이냐.”

[삶, 오디세이] 오늘은 내일의 선물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해인사 법보전의 주련에 쓰여 있는 가르침으로 ‘깨달음의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이 순간 삶과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의미다. 불교를 수행하며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어떤 형상이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순간 자신으로서 참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원하고, 어떠한 존재가 되고 싶거나 무언가를 갖고자 한다. 이는 어쩌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처럼 원하고 지니며 살아가지만 삶은 언제나 갈증을 느끼고 지금도 다른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끊임없이 이렇게 살아가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그것을 뒤로하고 또 다른 것에 갈증을 느끼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다. 법보전의 주련은 이러한 인간의 삶 속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깨달음일지언정 그것을 갖거나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의 마음이 그것을 원하는 것뿐이고, 그것을 얻게 됐더라도 다른 순간이 되면 다른 것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달음일지라도 만약 갖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군가에게 사라질 수도 있고 뺏길 수도 있는 것이 돼 버린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을 우리가 이처럼 살아 있고 살아 간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살아 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오늘 하루를 나로서 무언가를 해 나갈 수 있고 다시금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오늘 또다시 기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기회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당연히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 있으면서 무엇도 하지 않는다면 그 살아 있다(生)는 생생(生生)함을 상실하게 된다. 불교에서 모든 존재는 업(業)의 힘에 의해 끌려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인과(因果)를 통찰해 자신의 주변에 인연이 일어나는 것을 깨달은 연기법(緣起法)에 의해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의 오늘을 당연한 하루로 여기고 그저 그렇게 업과 시간의 힘에 끌려 보내게 된다면 지나간 어제와 같이 귀중한 이 순간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하루다. 이 하루의 시간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일을 해보고, 사랑하는 인연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우리는 분명 오늘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행복은 어느 날 문득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이 만든 삶이라는 상자에 행복을 담아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의 오늘은 내일의 선물이다. 그 선물상자에 자신이 바라는 행복을 담아 로켓 배송을 보내주자.

[함께하는 미래] 美·中의 경기부양책, 우리도 실기하지 말아야

사사건건 대립하던 미국과 중국이 오랜만에 동일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책금리를, 중국 런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각각 대폭 인하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은 양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막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18일 정책금리를 5.25~5.5%에서 4.75~5.0%로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용 둔화와 성장률 하락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2022년 3월부터 10차례 연속 인상했다. 아직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4.0%에서 4.4%로 증가, 성장률이 2.1%에서 2.0%로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오자 연준은 2년 반 만에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중국의 정책 전환은 미국보다 더 포괄적이었다. 판궁성 런민은행장,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지난달 24일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 완화, 부동산 부양, 주가 상승 방안을 예고했다. 지급준비율은 대형은행 8.5%에서 8.0%, 중소형 6.5%에서 6.0%로 각각 인하됐다. 2주택 대출 계약금 비중을 25%에서 15%로 낮추고 기존 모기지 금리는 0.5% 인하했으며 지방 국유 기업들의 주택매입 대출 지원이 주택가격의 60%에서 100%로 확대됐다. 보험·증권회사 등에 주식 매입을 위한 5천억위안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자사주 매입을 위해 3천억위안 규모의 재대출 자금이 제공됐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는 이러한 조치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비판을 불식시켰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경제성장률 목표 5%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시에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5억위안(약 944억원) 규모의 외식, 숙박, 영화, 스포츠 소비쿠폰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자본시장은 이러한 부양책을 즉각 환영했다. 실제 지난 9월23~27일 홍콩 항셍지수는 13%, 상하이종합지수도 12.8% 각각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1, 2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 정책금리 1%포인트 인하가 우리 수출을 0.6%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도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무선통신기기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현재 당면한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 증대뿐만 아니라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은 8월 수출 증가세는 분명하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2.5%로 낮췄다. 현 정부 들어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축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56조원, 올해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유지돼 장기 불황에 빠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조성한 우호적인 대외여건을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지대] 사람 잡는 포획 포상금

2019년 말 재밌는(?) 포상금제도가 도입됐다. 멧돼지를 잡으면 정부가 마리당 20만원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자 ‘엽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농작물 피해의 주범인 멧돼지의 출몰이 잦아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오인 사격으로 인해 애먼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것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아무튼 존엄한 생명을 앗아가기에 멧돼지와 엽사의 활동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6일 밤 연천군에서 40대 남성 엽사 A씨가 동료 엽사의 총에 맞아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엽사들은 어두운 밤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했다. 카메라가 작동하자 엽사들이 차에서 내려 방아쇠를 당겼지만 멧돼지가 아닌 A씨가 맞은 것.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가 실수로 사람을 총격한 사고는 올해 7월 경북 영주시와 강원 횡성군에서도 발생했다. 영주에서는 밭일하던 50대 여성이 숨졌고 횡성에서는 엽사인 5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오인 사격으로 결국 사람을 잡고만 엽사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 “멧돼지로 오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렵용 총기 사고는 2018∼2022년 5년 동안 40건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58건)의 69%를 차지했다. 수렵용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15명이나 됐다. 총기 오인 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 대해 업계에선 포상금제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되기 1년 전인 2018년 1만5천여명이던 수렵면허 1종 소지자는 지난해 말 3만1천337명으로 증가했다.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지자체들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별도 포상금을 주고 있어 이제 멧돼지 잡는 엽사는 하나의 직업이 된 셈이다. 그런데 사람도 잡을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있어도 페널티는 없다. 오인 사격이 아닌 정밀 사격이 될 수 있도록 자율보다는 강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천자춘추] 초고령사회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2000년(7.2%)과 2018년(14.3%) 각각 고령화사회,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은 2025년 전반기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챙겨 봐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어르신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어르신들은 젊은층에 비해 신체·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르신들을 사회 경제적 활동으로부터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노인을 바라보는 태도는 정반대이지만 결과는 모두 어르신들의 사회 활동을 막는 방향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미 우리 사회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어르신들을 보호하거나 배제한다면 사회의 활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어르신들을 보조하는 시스템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령층 운전의 경우도 위험만을 강조해 운전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고령층 운전자를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의료 분야도 고령층에 대한 의료비 비중이 높지만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질환에 의한 신체·인지능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면 비용에 비해 더 큰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급증하는 홀몸노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전체 65세 이상 인구 중 독거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이미 20%를 넘어섰다. 의료기관 이용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좁은 지역에 집중돼 있어 평소에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이동에 제한이 생길 경우 큰 어려움을 겪는다. 홀몸어르신의 경우 신체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며 이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홀몸어르신들의 특성을 파악해 이들을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의료 분야에 한정해 생각한다면 의료진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재택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에 속할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대책이 결국은 우리의 일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고령화 대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기만평] 빌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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