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있는 상태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완전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고, 무인기가 다시 한번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15일엔 북한 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일부를 폭파했다. 남북 간 연결도로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 우리 군은 일선 부대에 대북 감시경계와 화력대기태세 강화 지침을 내렸다. 도발 땐 즉각 응징할 방침이다. 북한이 지난 11일 평양 무인기 침투를 주장한 이후부터 연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남 압박을 강화함에 따라 이에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 간 충돌 위험이 커지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남북관계 문제가 경기도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다. 1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의 국감에서 남북관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북한의 오물풍선과 대남방송으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 발언을 했다. 김 시장은 “파주시민은 남북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직격탄을 맞는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정부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웠다. 경기도는 15일 김 지사의 지시에 따라 경기도내 접경지역에 ‘위험구역’을 설정했다. 탈북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서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이 대북전단과 연관이 크다고 생각해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3개 지역의 11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한 것이다. 위험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2조 1항에 따라 민간인, 차량 등에 대한 출입 통제가 가능하다. 경기도는 2020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시행한 바 있다. 북의 계속되는 오물풍선 살포에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응수해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는 접경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이 보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이중 삼중의 규제로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남북 간 긴장 분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불안해 살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다. 국감에서 여야가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 북한의 계속된 위협은 내부 결집용 내지 우리 사회 내부의 불안감과 혼란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크다. 북한의 남남 갈등 유발에 넘어가선 안 된다. 여야는 국내 정치 문제로 싸우더라도 국가 안보만큼은 한목소리를 내며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군은 강 대 강 말폭탄이 아닌 치밀한 상황관리 등 전략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나 상황 오인이 북한의 도발 및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삼겹살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식당 앞인데 취기는 시작된다. 동반자의 환한 얼굴이 보인다. 설렘으로 심장이 간지럽다. 윗분이 하는 권주사가 있다. “김 주필은 술을 마셔야 글이 잘 나온대.” 오늘에서야 얘긴데, 틀리셨다. 나는 글부터 써야 술이 맛있다. 어제도 사설 끝내고 식당으로 갔다. 그 흥겨움을 깨는 울림이 왔다.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다. 미간부터 찌푸려진다. 10년 넘게 생긴 관성이다. 퇴근 후 회사 전화는 나쁜 일이다. 아니면 귀찮거나. 예감에는 반복된 경험이 있다. 역시 그랬다. “사설에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정 부장’의 걱정은 이랬다. 낮에 경기도 국정 감사가 있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출석했다. 그걸 쓴 사설인데 이런 제목이다. ‘여당 의원이 존경한다고 한 김동연 국감.’ 기자의 기사는 느낌이 달랐다. ‘민생 실종...이재명·김건희 재탕 삼탕.’ 같은 청문회, 달리 보이는 두 글이다. 사설 제목을 고쳤다. ‘非·反 이재명 피해간 김동연.’ 정서의 차이가 좁혀졌다. 술맛은 다 떨어졌다. 국감을 이렇게 오래 본 적이 없다. 경기일보 생중계를 종일 틀었다. 하나 얻어 걸리기를 기대했다. 국회의원과의 거친 설전.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 언론이 찾는 먹잇감이다. 여기에 김동연 국감만의 특수도 있다. 非이재명 또는 反이재명 발언이다. 중량은 달라도 둘 다 잠룡이다. 상호 견제가 인지상정이다. 최근 김 지사 입에서 잦아졌다. 부지런한 기자는 대략 써 놨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기대로 봤다. 그 국감에 대한 기자와 나의 품평이다. 취재 기자 평도 옳다. 민생이 사라진 국감이다. 서로 이재명·김건희에만 매달렸다. 했던 말 재탕하고 삼탕했다. 알맹이 없는 헛물 국감이다. 알고 보면 그럴 이유가 있다. 민주당 도지사다. 공격할 정당이 안 보인다. 행안위 22명 중 국민의힘은 8명뿐이다. 그나마 경기도 지역구는 한 명도 없다. 서초구 국회의원이 뭘 알겠나. 부산 국회의원들이 무슨 질문을 하겠나. 아는 것도 없고, 의욕도 안 보였다. 긴박감도 없었고,열기도 없었다. 맹탕 국감. 그렇다고 내 촌평을 철회할 건 아니다. 시청 어느 순간부터 관점은 달라졌다. 답변하는 도지사의 능력을 채점하게 됐다. 도정을 논함에 막힘이 없었다. 전날 패소한 일산대교 무료화를 묻자 이용자들의 실태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북 전단 살포 대책을 물었더니 접경지 위험구역 설정 검토를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 도로 질문에는 현황과 구상을 두루 밝혔다. 취임 전의 업무라고 빼지도 않았다. 채무 증가, 지역화폐 논란.... 다 상세히 답했다. 억지 이슈 만들기도 없었다. 언론은 非·反이재명을 기대(?)했다. 여기엔 9월에 던져 놓은 불씨가 있다. ‘전 국민 25만원’에 대한 이견이다. ‘어려운 계층 지원이 낫다’고 했다. ‘2020년 지원금도 소비랑 연결되는 게 높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권은 환영했고 야권은 당황했다. 국민의힘이 다시 간극 벌리기를 시도했다. 예산편성권 침해 가능성과 소비 진작 효과 의문을 제기했다. 대답은 ‘문제 없다’, ‘소비진작 효과 크다’였다. 국감장은 조용해졌다. 질문이 맹탕이어도 답변은 충실했다. 재탕하는 질문에도 반복해 답변했다. 경청의 도리는 끝까지 지켰다, ‘유념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챙기겠습니다’.... 잘 못 들었을까-. 상대 정당에서 갑작스러운 말이 나왔다. ‘존경합니다’, ‘답변도 잘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다. 그 장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청문이고 국감 아니었나. 언론이 난장 국감장을 부추긴 게 아닐까. 우리가 잊었던 표본이 이거일 수도 있다. 확 끄는 기사가 없으면 어떤가. 도민의 궁금증 많이 풀어줬는데. 정쟁이 없어 좀 닝닝하면 어떤가. 보는 국민 편하게 해줬는데. 어젯밤 괜히 제목을 바꿨다. ‘여당 의원이 존경한다고 한 김동연 국감.’ 그냥 둘 걸.
기원전 7000년 흔적이 발견됐다. 석기시대 화석에서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이다. 처음 발견한 이는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였다. 1882년 1월이었다. 같은 해 3월 학회에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결핵 얘기다.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에 의해 직접 옮겨진다. 비말핵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닌다. 가을에 두드러진다. 감염된다고 다 걸리진 않는다. 접촉자의 30% 정도가 옮겨지고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가 환자가 된다. 나머지는 평생 건강하게 지낸다. 발병자의 50%는 감염 후 1~2년 내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그 후 일생 중 특정 시기, 즉 면역력이 감소하면 발병한다. 과거에 비해선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기준으로 환자 수는 3만6천44명(10만명당 70.4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잠복결핵 감염 세부 정보를 소개한 책자를 개정해 발간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잠복결핵이다. 인체 내 방어 면역 반응에 따라 몸속에 들어온 결핵균이 증식하지 않고 결핵으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다. 신체 내 결핵균이 잠을 자는 상태다. 실제 결핵과 달리 2주 이상의 기침이나 발열 같은 증상 및 전염성은 없다. 일반적으로 잠복결핵 감염자의 10% 정도에서 실제 결핵이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기관, 학교, 어린이집 등 결핵 발생 위험이 높고 발생할 경우 집단 내 전파 가능성이 큰 집단시설 종사자는 의무 검진 대상이다. 잠복결핵에서 실제 결핵 발병으로의 진행을 막으려면 잠복 중인 결핵균을 사멸시키기 위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치료를 완료하면 최대 90%까지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발병할 확률이 높다. 질병당국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위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과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독한 더위가 9월이 다 지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다가 10월이 돼서야 좀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집중호우는 더욱 날카롭게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 과거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드문 일이었다.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툭하면 발생한다. 언론에도 100년, 2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버린 게 기후변화의 현실이고 위기의 근원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 증가가 이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이론적으로도 규명된 사실이다. 산업혁명 이후 단지 1도 정도 상승한 기온이 오늘날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에 각국 정상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를 1.5도 이하로 억제하자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이 약속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현실적 이유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고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완화’와 ‘적응’을 중심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완화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고 적응은 이미 발생한 변화에 대응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완화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모든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나 선진국과 후진국, 대륙별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국은 적응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위 적응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우선순위에 맞춰 해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저항 능력도 키우면 된다. 물 분야에 있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목적댐이다. 최근 발표된 기후대응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적응 전략 중 하나다.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홍수와 가뭄에 대응해 저항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홍수나 가뭄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홍수 대응을 위해 위험지역을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이지만 주민을 이주시키고 하천 주변 농경지는 포기할 수 있다. 용수전용댐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해수 담수화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사회가 합의해 나갈 몫이다.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갈등은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 고려되고, 그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삼선이 고려된다. 하나의 안으로 부족하면 두 개, 세 개의 안이 복합적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도 이런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강 유역에는 특히 다목적댐이 2개 포함돼 있다. 그중 하나가 경기 연천의 아미천댐이다.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연천, 포천은 매년 홍수특보의 발령을 거르는 적이 없을 정도로 홍수에 취약하다. 실제로 1996, 1999년 이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당시 한탄강 인근 마을과 군부대 침수로 인한 인명 및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연천읍 일부 지역이 침수 피해를 겪기도 했다. 또 한탄강댐의 다목적화를 요구할 정도로 가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2007년 북한지역에 황강댐이 건설되면서 평상시 임진강 수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연천군은 이에 대한 용수 확보 대책 마련을 정부에 꾸준히 제기했다. 2015년에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대가뭄 역시 가뜩이나 가뭄 대책이 부족한 이 지역의 용수 확보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미천댐은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반복되고 있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연천군에서 건의한 댐이다.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검토해 7월 발표한 기후대응댐 계획에서 다목적댐으로 제시했다. 추진 목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달성하면서 댐이 건설되는 지역에도 충분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지원되는 정부 당국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
대학시절 약리학 강의 첫 시간에 들은 ‘모든 약은 곧 독’이라는 명제가 뇌리에 박혀 있다. 이는 의화학의 원조인 파라켈수스가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량만이 독이 없는 것을 정한다”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용량을 잘못 사용하는 등 부적정하게 투여하면 독이 된다는 의미로 의약품은 안전하고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사평가원은 안전하고 적정한 의약품의 처방·조제 사용을 위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DUR는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또는 약사가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성 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 의사와 약사에게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다. DUR 시스템을 토대로 심사평가원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의약품 안전 관련 서비스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다. 병원 및 약국을 방문해 조제받은 최근 1년간의 의약품 투약 내역을 확인하고 개인별 의약품 알레르기·부작용 정보 등을 등록 및 조회할 수 있다. 내가 먹는 약이 어느 병원, 약국에서 지어졌는지, 약 이름과 효능, 올바른 복용법을 알 수 있다. 서비스 이용은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건강e음’ 앱을 내려받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해 ‘내가 먹는 약! 한눈에’를 클릭하고 본인 인증 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DUR 국민 체험관’이다. DUR는 의사나 약사가 주로 이용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국민이 체험해 볼 수 있다. 먼저 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의료정보에서 ‘의약품정보’와 ‘DUR 국민체험관’을 클릭하고 함께 먹고자 하는 의약품을 검색 후 조회한다. 그러면 임부 혹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주의할 약, 특정 연령에서 주의할 약, 먹고 있는 약과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 먹고 있는 약과 중복되는 약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금기 및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처방·조제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의약학적 적정 사유가 있거나 금기·주의사항이 있음에도 사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편익이 더 클 경우에는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의사,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먹는 약을 확인하고 정보를 숙지해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고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받기 바란다.
14일 경기도 국감에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김 지사가 밝히게 될 이재명 대표 관련 발언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김 지사의 비(非)이재명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9월에 있었던 김 지사의 ‘민생회복지원금’ 이견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며 민주당의 1호 당론 법안이다. 이에 대해 ‘원론적 찬성’이라면서도 다른 소견을 밝혔다. ‘전 국민보다 어려운 계층 지원이 낫다’, ‘2020 지원금도 소비랑 연결되는 게 높지 않았다’ 등이다. 언론은 이를 선택적 복지 소신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의 보편적 복지와 차별화라고 풀었다. 김 지사의 대권 차별화라고 본 정치권 분석이 많았다. 14일 국감은 이런 정치 상황의 중요한 측정 무대였다. 역시 틈새를 파고든 것은 국민의힘이었다. 정동만 의원이 3조원에 이르는 도정 채무를 꺼냈다. 25만원 민생지원금은 정부 예산편성권 침해라고도 했다. 조은희 의원은 ‘설거지’라는 표현까지 썼다. 9월 발언을 기대하는 질문이다. 김 지사 답변이 한 달여 전과 달랐다. 예산편성권 침해 주장에는 “침해로 볼 것이 아니다”고 했다. 오히려 “지금 경제 상황에서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지원금에 대해서는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현금지원에 대해서도 “승수 효과로 아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에서는 ‘원칙론에 달라진 것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표현 자체가 달라진 건 분명하다. 국민의힘에는 예상하거나 기대한 답변이 아닐 수 있다. 결국 ‘눈치를 보냐’는 지적이 국민의힘 쪽에서 나왔다. 김 지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 안 본다. 도민과 국민 눈치만 본다.” 김동연호의 국정감사도 올해로 세 번째다. 매년 비슷한 평가가 뒤에 붙었다. ‘김동연 국감에 김동연이 없다’, ‘이재명 전 지사 국감이었다’. 그런 기준에 보면 이번 국감도 다르지 않다. 요란한 정치적 한 방은 역시 없었다. 잘못된 것일까. 주목받는 국감은 어떤 것일까. 막말 호통과 거친 반격이 오가야 하나. 정회와 휴회를 반복하며 충돌해야 하나. 도정 대신 정치 선전이 가득해야 하나. 아주 오랜 기간 경기도 국감이 그랬다. 행정 감사는 없고 도민 관심은 묻혔다. 그런 관성이 언론에 ‘김동연 국감’을 주입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김동연 국감만의 정서가 있다. 도정에 대한 설명이 충실했다. 옳은 지적 개선을 약속했다. 보기 좋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도 말했다. “존경한다. 답변을 잘 하신다. 훌륭하시다.” 어떤 정치적 함의가 있는지는 모른다. 어떤 파행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14일 국감’의 생산성만은 분명했다. 휴전선에 비상 걸린 날이었다. 그 지근거리에서 열린 국감이었다. 정치 대신 도정으로 채워졌다. 일산대교 판결, 경기도 채무, 반도체 클러스터가 다 다뤄졌다. 거기 접경지역의 불안 해소 대책도 있었다. 이걸 정치 없어 닝닝했다고 할 것인가.
닥터헬기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 귀중한 생명을 구해낸다. 인천에는 2011년 전국 최초로 들어와 지금도 부지런히 날고 있다. 그런데 13년째 전용 계류장 하나 없는 신세다. 그간 7차례나 메뚜기처럼 임시 계류장을 떠돌고 있다. 서해5도 등 인천 섬 지역은 닥터헬기가 더욱 소중하다. 그런데도 헬기 소리 싫어하는 주민 민원 등으로 머물 곳 없는 인천 닥터헬기다. 인천시는 남동구 남동산단의 월례공원에 인천 닥터헬기 계류장을 지으려 한다. 이곳 3천440㎡(1천여평)에 2026년 3월까지 26억원을 들여 이착륙장과 격납고 등을 마련한다. 지난 2019년 인천시와 군 당국은 부평구 일신동의 505항공대대 이전 협약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이 부대 임시 계류장을 쓰고 있는 닥터헬기의 전용 계류장을 빨리 확보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전 예정지는 남동구 소유 부지다. 남동구는 현재 인천시의 무상 사용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땅의 감정평가액은 36억원 정도다. 인근 연수구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월례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까지의 거리는 450여m다. 높이 10m의 방음벽을 설치하면 차량이 지나가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한다. 닥터헬기의 이착륙시간은 2~3분이다. 부지의 용도 변경이나 남동구의회의 승인 등 행정절차에도 시간이 걸린다. 국방부는 505항공대대의 이전 부지를 올해 안에 결정, 이른 시일에 이전할 방침이다. 인천시가 전용 계류장을 빨리 확보 못하면 자칫 인천 닥터헬기의 머물 곳이 없어진다. 이러면 서해 5도 등 섬지역 응급환자의 빠른 이송에 차질이 빚어진다. 인천 닥터헬기는 2011년 처음 인천시청 운동장을 사용했다. 이후 문학경기장, 김포공항 등을 전전하며 13년간 7차례나 옮겨다녔다. 주민들의 소음 피해 민원들 때문이다. 현재 머물고 있는 505항공대대는 격납고조차 없다. 악천후 시 소방헬기 격납고 등으로 피난해야 한다. 최근 인천시의회 등에서는 월례공원을 포기하고 군부대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인천시가 군 당국과 협의, 항공대대 안에 계류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부대에 계류장을 마련하면 주민 민원도 피하고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인천의 체면을 깎는 문제 회피적 대안이다. 나가 달라 했던 군부대에 궁하니 닥터헬기는 받아 달라는 셈이다. 닥터헬기는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하는 날개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닥터헬기에 오를 수도 있다. 닥터헬기마저 민원 텃세에 깃들 곳이 없다니. 용각산처럼 소리 없는 닥터헬기라도 나와야 하나.
초등학생인 조카와 여행할 때의 일이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데 ‘사고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조카는 사고가 다발로 일어나는 곳이냐고 했다. 함께 있던 가족들이 한참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의미는 같다. ‘사고 많은 곳’이라 하면 될 것을 ‘다발(多發)’이란 한자어를 쓴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걱정이 많다.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단어 자체의 뜻부터 쉽지 않다. 한국교총이 최근 전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조사’를 했다. 5천848명의 교원 중 92%가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답했다. 단어를 설명하느라 진도를 못 나가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 치르기 곤란할 정도라고 했다. 사례는 많다.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있고,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두발 자유화를 두 다리가 자유로운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 데 왜 가로등이냐는 질문,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 도시냐는 질문도 있단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하는 교사가 욕(시발)을 했다고 오해한 경우도 있다. 중3 학생이 나라의 대표 도시인 ‘수도’의 뜻을 모르거나 고교생이 ‘혈연’, ‘풍력’의 뜻을 모르는 사례도 있었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을 꼽는다. 하지만 성인들도 책을 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는 핸드폰을 그만 보라고 하면서 어른들은 종일 끼고 산다. 어른이나 아이 모두 스마트폰 중독이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게 우리 현실이다.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사고력과 창의력 등이 모두 문해력이다. 어른들이 먼저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따라 읽는다.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책 읽는 분위기 확산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서점 오픈 런을 하고, 예약 대기를 걸어가며 책을 잔뜩 사놓고 읽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풍경을 보고 싶다. 문해력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에는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대통령의 가족’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그림에 등장한 대통령 가족들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과장되거나 전체적인 구도가 풍자적으로 돼 있는데 가령 대통령 부인이 여우 목도리를 하고 있는 것은 교활함과 부를 암시한다는 것. 남미 거의 모든 나라의 정치 부패와 권력의 탐욕에 크게 실망하고 있던 보테로는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풍자적인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도 보테로의 ‘대통령의 가족’처럼 한 몸으로 보는 것 같다. 건국 후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에서부터 현 한덕수 48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민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부인의 이름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억하지 못한다. 당장 현재의 국무총리 부인과 가족에 대해서도 국민들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이는 현재의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연지사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그 부인, 심지어 자녀들까지 잘 기억하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프란치스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영수,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순자 등등. 대통령의 부인뿐 아니라 그들의 아들딸까지도 기억하고 있음은 ‘대통령의 가족’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하면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이 떠오르고 그가 1997년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어두운 과거도 기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의원 역시 비리에 연루돼 2002년 구속된 바 있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를 어떻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분리해 생각할 수 있을까. 요즘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노소영씨 역시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특히 그는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딸 다혜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고 문 전 대통령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김 여사는 인도 타지마할 방문이 문제가 되고 있고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가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한 것이 뇌물 수수라는 혐의다. 소위 ‘경제공동체’라는 것. 이에 대해 딸 다혜씨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운명공동체’라며 검찰 수사에 반발하고 있지만 경제공동체나 운명공동체는 결국 같은 것이 아닐까. 최근에는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고로 부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으니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명품 가방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계로 나라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특히 야당은 특검 공세를 강화하면서 탄핵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최대 위기로 확대되는 것이다. 일찍이 대통령 가족을 관리할 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그리고 제2부속실을 설치했더라면 하는 지적도 뒤늦게나마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 가족에 대한 일상적인 감찰을 담당하는 감찰관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이석수 변호사를 끝으로 지금까지 공석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임기 내 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만약 문 전 대통령이 감찰관을 뒀더라면 최근 불거진 문제들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때 문 전 대통령에게 왜 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느냐고 공격했는데 막상 집권하니까 침묵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