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내년이면 드디어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는 데 걸린 기간이 7년이다. 고령화 속도가 엄청 빠르다. 세계 최고 고령 국가 일본을 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일본 역전까지 20년 남았다. 일본이 50년에 걸쳐 느낀 것을 우리는 20년 만에 답습하게 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세태도 급변하고 있다. 사회담론도 변하고 있다. 과거 사회담론이 ‘미래, 탄생’이었다면 요즘의 사회담론은 ‘현재, 죽음’이다. 복지, 연금, 고독사 등이 뜨거운 이슈가 되는 것은 사회가 고령화됐기 때문이다.
고령사회를 사는 노인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조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소득, 개인 소득, 금융 자산, 부동산 자산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종학력 등 교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일하는 노인 비중도 39%나 됐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자식들의 부양에만 노후를 기대는 노인은 줄어들고 있다.
일하면서 자산까지 불리는, 이전 세대에 비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 등장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신(新)노년층의 가장 큰 변화는 자녀들에 재산을 상속하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노인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4명 중 1명이 그렇게 답했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고) 다 쓰고 죽자’는 ‘쓰죽회’ 멤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 행복하겠다’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부양의 짐을 지우지 않는 것도 부모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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