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의무고용에 대한 기업 인식 변화해야

장애인 10명 중 9명이 구직 의사마저 포기하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고용개발원이 지난해 하반기에 행한 조사 결과인 ‘2023년 하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은 1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이 구직 의사가 없다는 이유는 다양하다. ‘애매한 소득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배제 우려’, ‘취업기관·기업이 제한적이라 노력해도 무의미해서’ 등 이유를 들고 있다. 이들이 사회적·경제적 독립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꿈꾸고 있지만, 고용된 공공기관·기업에서 당하는 차별 때문에 직장을 떠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지난 1991년부터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취업에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의 고용 촉진을 위해 직원이 50명 이상인 기업·공공기관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은 공공기관 3.8%, 민간기업 3.1%이다. 이러한 의무조항이 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공공기관은 의무규정을 가까스로 맞추고 있으나, 기업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99%이다. 장애인들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지 못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동시에 의무고용 이상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초과인원에 대해 장려금을 주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나, 상당수 기업은 의무고용을 채우지 못해 부담금을 낸다. 특히 경기지역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채우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현황에 의하면 전체 대상 기업 5곳 중 1곳인 21.7%가 경기지역 소재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의무고용을 이행하면 법인세 감면, 장려금 지급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음에도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낫다는 것이다. 경기지역에는 지난해 기준 58만6천421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이는 전국 장애인의 22%에 달하는 비중으로 최대이며, 이 중 생산가능연령(15~64세)으로 볼 수 있는 ‘만 15세 이상 인구’가 56만7천여명이다. 전국에서 기업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기업들은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철한 인식 변화를 통해 장애인 의무고용을 확대하기 바란다.

[이슈&경제] 홍익인간 수칙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 세상에 도(道)를 넘치게 해 널리 골고루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국가권력이나 통치행위의 최종 가치가 인간의 행복이다. 그 수칙은 다음과 같이 도출할 수 있다. ①정명인민(定命人民: 필비능치·必備能治, 유비무환·有備無患에 철저하며 잘 다스려 백성의 목숨을 안전하게 보살핌)은 국방과 백성의 안전 보장과 삶의 질을 높이는 체제다. 나라가 없으면 백성은 보호 주체가 없는 유랑민이 된다. 이는 국가와 백성의 안전 보장과 정치·사회적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공권력의 신속 정확한 행사를 요구한다. ②지속적인 인적자본의 축적이다. 인적자본의 경제적 정의는 기회를 인식하고 포착하며 성취하는 능력이다. 즉, 정보를 획득하고 소화하는 능력 및 어떤 경제적 목표를 성취하는 사람의 역량으로 전인교육이 요구된다. ③기업가(起業家)정신은 이윤 창출 기회의 발견과 개척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혁신·창조·생산적이 되는 학습 과정이다. 기업가는 혁신을 통해 부를 창조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늘 학습하고 도전하는 과정에 있다. 아무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발견·발명할 것인가를 모르므로 시장에서 모두가 최상의 역량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각자의 발상을 시도하면 누군가의 혁신 성공을 모방해 자유경쟁 시장체제의 진정한 이점이 돼 시장에서 기업 혁신과 경제발전이 더 빠르고 활발해진다. ④친소무별(親疎無別·더불어 살고 사귐에 친하고 멀리하는 구별이 없음)은 공동운명체정신을 바탕으로 연고주의나 소선(小善)에 끌리지 않고 대선(大善)을 행하는 것이다. ⑤상하무등(上下無等·지위가 높고 낮음에 차별이 없음)과 남녀평권(男女平權·남녀의 권리가 평등함)이다. 전자는 상하관계를 지시·명령 복종 관계가 아니라 유기적 분업 관계로 인식한다. 후자는 남녀의 특성과 권리를 상호 존중해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가지런할 제(齊)처럼 남녀 특성에 맞게 대우하는 것이다. ⑥노소분역(老少分役)은 노인과 젊은이의 소임과 역할을 분담해 자질과 역량에 따라 분업하는 것이다. 소년은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 훌륭한 인재가 돼 창의력을 발휘해 각자의 소중한 꿈을 이루고 노인은 한계생산물이 영인 무용지물이 아니라 경험의 보고이자 지혜의 샘이며 사회의 큰 자산이다. 지름길을 아는 원로와 패기 넘치는 청장년층의 조화와 협동은 국력 극대화의 주요 변수다. ⑦수무법규호령 자성화락순리(雖無法規號令 自成和樂循理)는 비록 법령은 없으나 백성 스스로 화평과 안락을 누리며 도리에 따르는 것으로 승자독식, 약육강식, 무한경쟁은 홍익인간에 배치된다. ⑧거기병이해기원 부기경이제기약 일무감차불이자(去其病而解其寃 扶其傾而濟其弱 一無憾且怫怫異者·병을 제거하고 원한을 풀어주며, 다친 자를 돕고 기우는 사람과 약자를 구제하니, 원한을 품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는 자가 한 사람도 없음)는 선정의 목표이자 결과이며 현대 복지행정의 귀감이라 하겠다. ⑨선공후사(先公後私)해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도록(견리사의·見利思義) 위부터 수범을 보이게 해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음), 빙공영사(憑公營私·공사를 빙자해 사리를 도모함)가 없는 풍토를 조성한다. ⑩대동귀일(大同歸一)은 모두가 대동단결해 백성이 한마음 한뜻이 되게 하며 불언화행(不言化行)은 법과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 교화(敎化)되도록 대동사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한 환국오훈(桓國五訓)은 성신불위(誠信不僞·정성과 믿음으로 거짓이 없도록 함), 경근불태(敬謹不怠·공경 근면해 게으르지 않도록 함), 효순불위(孝順不違·효도하고 순종해 거역하지 않음), 염의불음(廉義不淫·청렴하고 의를 지켜 음란하지 않음). 겸화불투(謙和不鬪·겸양하고 화평해 다툼이 없음)다. 홍익인간 수칙은 국가와 국민의 안정 보장과 인적자본 축적으로 능력에 따른 분업과 대우를 강조해 계층 간의 이해 상충으로 인한 사회적 마찰로 야기된 부적합한 정책이나 정치적 불안을 제거하려는 국민 통합과 맥을 같이하므로 이의 실천은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아침을 열면서] 오늘의 설렘을 찾아

설레니. 어느 날 스쳤던 말에 새삼 설렌다. 두 청춘의 대화가 날아든 것은 막 우산을 펴는 순간이었다. 친구의 답은. 나도 모르게 쫑긋 커지는 눈귀를 얼른 돌렸다. 지나는 대화에 덩달아 설레는 기분이라니, 마침 문학 강의를 마친 가을 오후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오다 말다 하는 빗발에도 설렘이 묻었는지 파문이 내내 번졌다. 그들은 그 오후의 설렘을 어떻게 펼쳐 놀았을까. 신선했던 설렘이 문득 떠오른 것은 아무래도 가을하늘 탓이지 싶다. 사실 우리네 일상에서는 설렘이랄 것이 많지 않다. 아니 설렘의 감정을 자주 갖기 어렵다고 할까. 일과 사람과 장소의 규칙적 반복, 그게 현대인의 평범한 나날이니 말이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쌓여 일생이 된다. 별다른 무엇을 찾아 나서지 않는 한 어제와 별다르지 않은 오늘을 감내하듯 살아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상이라는 반복의 지루함을 견디는 것도 일종의 수행인 셈이다. 어쩌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시련이 닥치면 그때서야 지루해 몸을 뒤틀던 일상의 반복도 고맙고 소중하게 받들긴 한다. 그러다 일상을 되찾으면 그 안온함에 안도하면서도 금세 또 지루함에 뒤척이기 십상이지만. 설렘은 들떠 두근거리는 것. 그런 감정의 발현은 가슴을 뛰게 하고 감각의 각질을 떼어내 준다. 아무 두근거림도 없는 지루함으로 자신을 갉아 먹히는 느낌에 들뜨는 균열을 내주는 것이다. 그러니 더 무기력해지기 전에 소소한 설렘이라도 변화를 찾고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잠시라도 지루함을 깨는 설렘을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큰 비용과 시간을 안 들이고도 가능한 게 많다. 그런 마음 자체가 두근댐의 시작이니 새로운 재미에 설렘의 감각까지 깨울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하는 세상이니 만남의 약속이 그럴 만하고 영화나 전시회 혹은 음악회 등도 설렘의 감각을 불러낼 좋은 시간을 준다. 그냥 어제와 다른 길이나 골목을 찾아 오늘의 산책을 해보는 것도 낯익은 대상과 새롭게 만나는 설렘을 즐길 수 있겠다. 오늘의 설렘은 하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너무너무 높푸른 날 누군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고 외친다면. 무슨 도발이라도 하듯 시구(詩句)를 던져 봐도 그리움 같은 감응이 일지 않는다면 감정이 무뎌진 것이다. 때로 무디다는 게 편한 면도 있겠지만 대부분 무딤은 감수성이 굳어 가는 징조다.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고 귀가 어두워지듯 다른 감정이 무뎌지면 감각도 늙는 까닭이다. 세간의 변화에 무덤덤해지면서 생각마저 경직되면 자신의 삶 자체를 뒤처지게 만든다. 그럴수록 자신을 일으켜 어떤 일이나 대상 앞에서 새롭게 두근거릴 수 있도록 설렘의 감각을 찾아 즐겨야 한다. 나를 설레게 하는 것. 그렇고 그런 일상에 낯선 충격을 가하는 것. 그런 설렘을 찾아야 더 두근거리는 감정과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 설렘을 자주 만들다 보면 자신이 찾아온 생의 가치를 더 많이 담아갈 수 있다. 설렘이야말로 자신을 새롭게 맑게 하는 감정의 다정한 여행이니 말이다. 오늘 아침의 하늘빛에 설렜다면 두근두근 맞이할 일이다.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설렘의 보석을 발견하고 내 앞의 나날에 더 눈부시게 새겨갈 테니.

[천자춘추] ‘존엄하게 나이들기’ 돕는 사람들

뜻밖의 선물처럼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0월1일 국군의 날은 유엔 회원국이 1991년 제정한 ‘노인의 날’이기도 하다. 올해 서른네 번째로 열리는 노인의 날 행사는 ‘존엄하게 나이 들기: 노인 돌봄과 지원 체계 강화의 중요성’을 주제로 선정해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신체·정신적 건강 유지에 필요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더불어 노인이 사회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며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사생활 역시 보장돼야 한다. 노인을 둘러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과 제도, 성숙한 인식이 뒷받침돼야 존엄한 나이듦이 가능하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아이와 양육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처럼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외에도 돌봄을 이용하는 사람과 돌봄 수행자 사이에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돌봄 이용자와 수행자 사이의 관계는 개인적 상호작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 사회시스템이 관계의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12시간 단위로 돌아가는 주야간 근무,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돌봄행위는 돌봄 제공자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비공식적인 ‘독박 돌봄’은 가족의 관계와 재정을 모두 무너뜨리기도 한다. 힘들고 지친 돌봄 수행자는 노인의 존엄성을 생각하기 어렵다. 밥을 국에 말아 마구 퍼 먹이는 행위나 휠체어에 11시간씩 묶어 두는 행태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존엄하게 나이 드는 것을 돕는 사람들의 존엄성은 보장받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존엄하게 나이 드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사람이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 부모님과 내가 존엄하게 나이 들어갈 이 마을은 수많은 돌봄의 손길로 이뤄져 있다. 이제는 이들의 존엄을 생각할 때다.

[지지대] 필리핀 이모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다. 중소 제조업, 농촌, 어촌 등의 3D(difficult·어렵고, dirty·더럽고, dangerous·위험한) 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상당히 크다. 저출생 고령화 속에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에는 과도한 육아 부담을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 ‘필리핀 이모’는 서울시내 142곳 가정에 투입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은 공공돌봄 부족, 내국인 관리사 구인난, 높은 인건비 등의 문제 해소를 위해 시행됐다. 24~38세 필리핀 인력 중 현지 직업훈련원에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정부 인증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E-9’ 비자를 부여해 국내 가정의 아동 돌봄 및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 이모들은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들에겐 국내 최저임금에 맞춘 시급과 4대보험을 보장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지난 3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그 사이 24가정이 중도에 취소하는 등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에는 가사관리사 2명이 숙소를 이탈해 돌아오지 않았는데, 4일 부산에서 붙잡혔다. 잠적 이유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저임금 적용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하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이용 가정이 지불하는 금액은 약 월 238만원이다. 30대 가구의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까워 이용자는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필리핀 이모들은 숙소비와 세금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게 얼마 안 된다고 한다. 오후 10시로 돼 있는 숙소의 ‘통행금지’도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통금을 없애고, 한 달에 한 번 주던 임금을 격주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천200명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본사업 전에 시범사업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섬세하게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사설] 경기도 주 4.5일제,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라

주 4.5일제 실시와 관련된 토론회가 열렸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다. 경기도의 뜻과 의지가 반영된 토론회였다. 경기도 노동국장이 사회적 관심과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간 기업 대상 주 4.5일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노동 환경 전환을 강조했다. SK텔레콤, 포스코 등 국내외 기업들의 시범 사업 내용을 소개했다. 현직 중소기업 대표의 성공 사례 발표도 있었다. 역시 긍정적 주장이다. 토론 방향은 찬반보다는 추진 쪽인 것 같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범 사업 실시를 기정사실처럼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선례 소개도 긍정적인 방향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경영에 도움이 된 성공담을 전했다. 이달부터 12월까지 관련 용역이 진행된다. 비슷한 결론일 것 같다. 경기도의 주 4.5일제는 사실상 시작됐다. 여론의 관성은 늘 ‘더 편한 쪽’을 선택한다. ‘주 5일 근무’와 ‘주 4.5일 근무’의 선택도 예상이 어렵지 않다. 주 4.5일제가 대세는 맞다. 우리의 주장도 ‘시기상조’ 또는 ‘도입 반대’에 있지 않다. 여론이 선택할 방향이 주 4.5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제도에 쏟아지는 우려가 있으니 그걸 짚어 두려는 것이다. 주 4.5일제 시행이 모두 성공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성공 사례만 모아 말하니 그렇게 보이는 거다. 긍정적 효과를 본 중소기업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그 기업의 환경이 모든 기업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 생산성 악화, 인력 부족 심화 등의 우려는 많다. 경기도가 선도에 나서야 할 영역일지도 의문이다. 주 4.5일을 꺼내 든 것은 김동연 지사다. 그의 후반기 정책 방향이 휴머노믹스다. 그 실천적 정책이 주 4.5일제 실시다. ‘국가 어젠다화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경기도가 먼저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정하면 반대가 묻힐 수 있다. 여기에 ‘선도적’이라는 의미도 많이 퇴색한 상태다. 제주도가 부분적으로나마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게 전국 최초다. 혈세 투입이라는 직접적 어려움도 있다. 도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장려금 지원 및 각종 인센티브 부여 등이다. 매년 100억원 안팎이 들어간다고 알려진다. 근로자 휴무를 늘리는 기업을 도민 혈세로 지원하는 셈이다. 납세자인 도민이 동의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육아시간 확보, 근로자 탈진 예방 등의 명분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선도 시행’에 매달려 너무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

[사설] ‘언제나 어린이집’, 호응 좋지만 보육교사는 쓰러질 지경

경기도가 운영하는 ‘언제나 어린이집’은 24시간 긴급보육 시설이다.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 등이 갑자기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지난 6월1일 부천(아람 어린이집), 남양주(시립힐즈파크 어린이집), 김포(시립금빛하늘 어린이집), 하남(시립행복모아 어린이집), 이천(24시간 아이돌봄센터) 등 다섯 곳에 문을 열었다. 서울에 인접해 있고, 맞벌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다. 이곳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접 지자체 등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생후 6개월부터 7세까지 취학 전 영유아를 둔 부모의 일시적•긴급상황 발생 시 365일 24시간 자녀를 맡길 수 있다. 1시간 이용료가 3천원이니 비용도 저렴하다. 경기도는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돌봄이 필요한 모든 사람, 모든 순간, 모든 장소를 빈틈없이 커버할 수 있도록 ‘360도 돌봄’이라는 경기도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언제나 어린이집도 이의 일환이다. 맞벌이 가정과 긴급 상황에 처한 가정의 부담을 줄이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 호응도가 높다. 경기도에 따르면 개원 후 지난 100일간 연인원 1천500명 넘게 이용했다. 도는 올해 만족도 조사와 사업평가가 좋으면 내년 다섯곳 추가 등 매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초저출산에 보육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기도의 365일 24시간 보육 서비스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긴급·틈새 보육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언제나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크게 부족해 과로로 쓰러질 지경이다. 365일 24시간 돌봄을 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인력이 필요한데 어린이집 한 곳당 배치된 교사는 3명뿐이다. 이들이 주야간, 주말, 공휴일에도 쉼없이 근무한다. 도가 지난달 13일 기준 1천529명이 어린이집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는데, 교사 1명당 100여명의 아이를 돌본 수준이다. 이들 교사는 올해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연휴 내내 출근했다.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에도 일하는 상황이다. 교사들에겐 주말과 공휴일, 개인 약속, 경조사 참여 등 일상생활이 없다. 인력 부족으로 연차 사용도 어렵다. 맞벌이 부부와 자영업자 등에겐 언제나 어린이집이 ‘구원의 집’이라 하는데, 또 한쪽에선 보육교사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경기도는 보육교사의 삶도 챙겨야 한다. 그래야 돌봄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 인력 보충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시정단상]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 화성시민 ‘문화사랑’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의 말씀이다. 일제 탄압으로 민족이 암울했던 시대에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문화 비전을 제시한 탁월한 혜안이 깃든 말씀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문화가 국가 경쟁력(K-컬처)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문화는 도시의 심장과도 같다. 문화와 공연이 풍부한 도시는 우리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사람들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변화시킨다. 또 이러한 문화 공간은 지역사회와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어넣고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우리가 ‘명품도시’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단순히 고급스러운 상업 시설이나 현대적인 기반 시설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짜 명품도시는 물질적 풍요를 넘어 사람들 삶을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문화와 예술, 공연이 넘쳐 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는 그 가치와 매력이 다른 어떤 도시보다 독특하게 빛을 발한다. 이탈리아의 역사 유적지는 각 도시의 품격과 매력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 엔드 같은 공연 중심지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명품 요소 중 하나로 꼽히며, 이들 지역은 매일 새로운 공연과 예술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문화 인프라가 수도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역 고유의 빛을 발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등록공연장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공연장 1천326곳 가운데 서울 소재 공연장이 437곳으로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공연 횟수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문체부 소속 국립예술단 여덟 곳의 서울 공연 집중도가 85.7%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 100만 도시인 화성시도 문화 인프라가 상당히 취약하다. 문체부 2023년 등록공연장 현황을 보면 경기도내 인구 100만 이상인 도시 가운데 공연장은 ▲고양시 16곳 ▲수원시 19곳 ▲용인시 10곳 ▲화성시 여덟 곳이다. 화성시는 그동안 높은 인구증가율과 유례없는 성장을 보여 왔다. 2001년 시로 승격할 때만 해도 인구 21만의 작은 도시였던 화성시가 22년 만에 인구 100만을 돌파하고 ▲지방자치단체 종합경쟁력 평가 7년 연속 1위 ▲지역내총생산(GRDP)전국 1위 ▲재정자립도 1위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 성장하며 무한한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화성시는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시가 수많은 지표에서 1등을 달리고 빠른 성장만큼 주거와 교통 기반 시설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기반 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 화성시가 동탄1·2신도시 주민 9천2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민이 가장 원하는 시설이 ‘공연 공간(32.5%·3천17명)’으로 가장 높았다. 화성시는 주민 여론에 부응해 현재 화성문화예술의 전당을 건립하고 있다. 내년 5월 준공 뒤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개관할 예정으로 이곳에는 약 1천5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이 생긴다. 화성시에서는 처음으로 조성하는 1천석 이상 대규모 실내 공연장이다. 아울러 1천200석 규모의 공연장과 중소 규모 공연이 가능한 231석의 소공연장이 조성된다. 이곳이 주민들의 공연·예술의 갈증을 다소나마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더해 화성시는 지금 보타닉가든, 시립미술관, 문화예술타운, 중앙도서관, 화성국제테마파크, 유스호스텔 등 문화·예술·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민선 8기 100만 화성 시대 비전으로 ‘더 살기 좋고, 더 일하기 좋으며, 더 즐거운 도시’를 약속했다. 아름다운 낙조를 자랑하는 궁평 종합관광지와 황금해안길, 공룡알화석지를 비롯해 새로 구축될 문화예술타운과 시립미술관, 국제테마파크까지 문화의 힘을 더욱 키워 자연과 인문을 모두 품은 화성시 고유의 빛깔이 다른 지역 시민들이 우리 시로 이사하고 싶은 이유가 될 수 있도록 더 즐거운 명품도시를 만들어 가겠다. 화성시를 명품도시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힘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요구다. 시민의 문화 의식이 높을수록 지역 문화 발전이 빨라진다. 도시의 품격을 높여 특례시로의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되도록 102만 화성시민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김구 선생을 따라 다짐해 본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화성시민의 문화사랑이다. 문화사랑은 화성시민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희망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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