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도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가을이다.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나들이 인파가 늘어나는 10월부터 11월을 행락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시기에는 교통사고도 함께 증가하므로 안전운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가을 행락철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587건, 사망자 수는 9.1명이었다. 10월과 11월을 제외한 그 외 기간(1~9월, 12월)에는 하루 평균 538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7.2명이 사망했다. 행락철에는 교통사고가 9% 이상 많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무려 20% 이상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경찰청 잠정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5년 이후 9년 만에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행락철을 맞아 즐겁고 안전한 나들이를 위해 꼭 지켜야 할 안전운전수칙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충분한 휴식으로 졸음운전을 예방해야 한다.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장시간 무리한 운전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행락철에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날 충분히 수면을 취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주행 중에는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쉼터에 들러 2시간마다 휴식을 취해야 한다. 둘째, 전방주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 차량 운행 중 집중력이 유지된다면 교통사고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경력 운전자들은 운전 중 휴대폰을 보거나 통화를 하는 등 딴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다. 운전할 때는 자만심을 버리고 항상 주의를 집중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다. 안전띠를 미착용할 경우 사고 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차량 내부 또는 동승자와 부딪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최대 9배나 높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시 중상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꼭 착용하도록 보호자가 지도해야 한다. 여행길에 나서는 모든 사람은 빠른 도착도 좋지만 안전한 도착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심신을 정화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문화예술과 행정 사이에 ‘거리 두기’가 필요할 것 같다. 인천시 패착으로 예술지대가 ‘술판 논란’에 휩싸여 간판을 붙였다 떼는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H동 벽체 유리에 새롭게 장식됐던 ‘인천맥주 호랑이’란 커다란 간판 글씨가 온갖 질타를 받고 곧바로 지워졌다. 그러나 문화공간임에도 시민 누구나 이용하기 어려운 폐쇄공간이 됐다. 술집으로 바뀐 상태라 낮엔 문을 닫고 오후 4~5시부터 밤늦은 시간에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15년간 예술창작 산실 역할을 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의 H동에서 운영되던 서점이 문을 닫고 맥줏집으로 변신하더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 마시며 책 읽던 열린 공간이 청소년 이용이 어려운 ‘19금 공간’으로 변질한 것이다. 주변에 주점시설이 즐비한데도 문화공간과 동떨어진 맥줏점을 입점시킨 발상을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시 의도대로 ‘전문 예술인 아닌 일반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나? 지난해 시민과 예술가를 이분화해 대립시키면서 일이 꼬이지 않나 싶다. 2009년 문을 연 인천아트플랫폼은 말 그대로 예술창작자를 끌어모으는 기차역 승강장과 비슷한 ‘예술플랫폼’으로 출발했다. 그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미술을 매개로 문화거점을 구축하면서 쇠퇴하던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취지나 성과를 무시하고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예술인 입주공간)’ 기능을 없애려 하면서 황당한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점의 운영 중단 소문이 나돌자 공예인, 사진작가 등이 입주하려고 물밑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 입김으로 이들 대신 유명 커피점을 유치하려다 반발을 샀고, 결국 ‘뮤직갤러리’ 운영을 명분 삼아 주류판매업자를 새 입주자로 선정했다. 음악공연과 술이 어우러지면 ‘일반 시민’이 북적대리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그렇지만 주로 낮 시간대 인천아트플랫폼을 찾는 시민들을 외면한 채 저녁 시간을 선호하는 청년 또는 성인 일부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새 사업자는 H동 유리 벽체를 뚫어 철문을 설치하는 등 시 건축자산을 멋대로 훼손하고, 일반음식점인데도 음향시설을 갖춰 춤판을 벌여 빈축을 샀다. 서점 운영자보다 점유공간을 더 많이 차지한 주점엔 임대료를 대폭 낮춰줘 특혜 의혹까지 받는다. H동 서점 운영자를 바꾸는 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문화행정이 갈팡질팡한다. 인천문화재단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어 답답하다. 시는 문화예술영역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문화정책 기본으로 돌아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만 물어주면 좋겠다.
올여름, 지속된 폭염과 열대야로 가을이 더욱 기다려졌다. 하지만 9월에도 더위가 이어지고 기상청의 9월 최고기온 극값을 대부분 지역에서 경신하는 등 더위는 식을 줄 모르며 우리를 괴롭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위험기상이 속출했고, 이웃 나라 중국에 태풍이 연속적으로 통과하면서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그래도 여름은 가고 가을은 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비록 기후위기 속에 많은 위험기상이 있었지만 맑고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은 오기 마련이다.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하나의 낙엽을 보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는 말이다. 이 성어처럼 자연을 관찰해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는 기상청의 업무가 있다. 바로 계절관측으로, 기상청은 봄이면 벚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고 가을엔 색을 바꿔 입는 은행나무나 단풍나무 등을 관찰해 계절의 기후 특성을 감시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느낄 수 있듯 나무도 잎의 색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푸릇하게 피어나는 새잎은 희망찬 봄을 알리고, 무성한 초록빛 잎은 더운 여름날에 휴식처를 제공하며, 붉게 물든 단풍은 가을철 나들이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잎의 변화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초록색의 나뭇잎은 엽록체 속에 있는 엽록소로 구성돼 있는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나무가 휴지기에 들어서면 엽록체가 파괴되고 상대적으로 분해 속도가 느린 카로틴, 크산토필 같은 색소가 나타나 나뭇잎이 노랗게 보이고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에 의해 붉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단풍은 가을의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선명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낸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평균적으로 9월 하순에 설악산을 시작으로 10월 하순이 되면 한라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남부지방에서도 볼 수 있다.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첫 단풍은 산 전체로 봐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이고 단풍 절정은 약 80%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지난해 북한산 단풍은 10월17일 시작돼 10월27일 절정이 관측됐다. 기상청은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 산 단풍의 시작과 절정을 관측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가을 여행과 산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단풍은 평균적으로 설악산은 9월 하순, 내장산은 10월 하순에 시작하며 보통 시작 후 2주 이내에 절정으로 물든다. 기상청은 9월 중순부터 전국 21개의 유명 산 단풍 현황을 날씨누리에 11월 중순까지 약 2개월간 제공한다. 한편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도 기상학적 계절의 지속시간이 변하고 있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보다 여름이 20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미래에는 가을이 없어질 수도 있기에 우리 모두 일상에서 탄소저감 활동을 실천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기울여 가을의 아름다움을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것이다. 높고 맑은 하늘과 청명한 가을, 기상청의 단풍 정보를 활용해 여행과 산행의 즐거움을 높이고 안전하게 만추가경(晩秋佳景)을 만끽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포천시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과 유물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실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높다. 새롭게 생길 포천시립박물관은 이러한 유형의 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자 포천의 역사적 가치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지역 역사 및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사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포천시민으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포천시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역사적 유적이 많은 지역이다. 포천시립박물관 개관은 새로운 문화관광 자원으로서 포천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관광객 유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박물관의 사례를 보면 포천시립박물관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경주박물관은 지역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은 지역 경제와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통해 그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교육하는 데 기여하며 연간 수백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국립경주박물관 역시 경주의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고 교육하는 중심지로 지역 관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천시립박물관은 포천문화관광재단이 관리하는 포천의 대표 관광지인 ‘포천아트밸리’에 건립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개 박물관의 위치는 도심지나 역사성이 높은 부여, 경주 같은 곳에 있으나 포천시립박물관은 현재 40여만명이 방문하는 자연경관이 수려한 아트밸리에 자리 잡게 되므로 관광시설과의 연계성을 살려 운영해 활용도를 높인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로 관람객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포천아트밸리와 포천시립박물관은 각각의 특성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의 상호 작용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장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과 전시는 관광객들에게 풍부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트밸리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천문과학관에서는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며 포천시립박물관에서는 역사를 공부하고 체험하는 등 방문객들에게 더욱 깊이 있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두 개의 장소가 활성화됨에 따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 지역 상점과 식당 등도 함께 활성화되며 이는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함께 협력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예컨대 두 장소의 티켓을 묶어 판매하거나 공동 이벤트를 개최해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포천시립박물관의 개관은 단순한 건물의 설립이 아니라 포천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박물관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타계한 컨트리뮤직의 거장이자 배우인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미국 문화계에 끼친 그의 깊은 영향력은 밥 딜런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대 중반 컨트리뮤직의 본거지 내슈빌에 정착한 후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일할 당시 일곱 번째 앨범인 ‘Blonde On Blonde’의 녹음 작업에 빠져 있던 딜런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경험이 그와 딜런의 첫 인연이었다. 음악적 성공 이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크리스토퍼슨은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며 딜런과 음악적 친분을 쌓기 시작한다. 둘이 함께한 본격적인 첫 작업은 음악이 아니라 영화였다. 시작은 실존 인물인 무법자 ‘빌리 더 키드’를 다룬 샘 페킨파 감독의 서부극 ‘관계의 종말(원제 Pat Garrett & Billy The Kid·1973년)에 크리스토퍼슨이 캐스팅되면서부터다. 당시 감독은 크리스토퍼슨의 음악적 색깔이 빌리 더 키드의 강렬한 남성미, 그리고 자유롭지만 고독한 영혼과 반항적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주저 없이 그를 낙점한다. 이후 크리스토퍼슨은 감독에게 딜런을 영화 사운드트랙 작곡가로 추천했는데 딜런의 타이틀곡을 들은 페킨파 감독은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게다가 딜런의 시적이며 반항적인 이미지가 감독이 추구하는 서정적이면서 폭력적인 서부극 분위기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며 또다시 설득해 이번에는 ‘앨리어스’라는 캐릭터를 딜런에게 연기하게 했다. 이 영화에서 딜런이 작곡한 노래 중 하나가 바로 ‘Knockin' on Heaven's Door’다. 후에 이 노래는 딜런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버디 무비의 상징적인 음악이 된다. 1962년 발매된 첫 번째 앨범 ‘밥 딜런’은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1963년 발매된 두 번째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달랐다. 여기에 수록된 노래 ‘Blowin' in the Wind’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에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산문 형식으로 담아내 미국의 60년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권운동과 반전운동의 상징적인 곡이 됐다. 혹자는 이 노래가 발표된 그해가 바로 미국에서 ‘60년대’라는 용어가 선취한 새로운 문화적 현상의 시작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Blowin' in the Wind’는 딜런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폴 로브슨의 ‘No More Auction Block’ 멜로디를 사용해 작곡했다. 노예제도에서 벗어나기까지 수없이 죽어간 흑인들의 영혼을 달래는 동시에 거기에서 벗어난 그들의 자유를 이 노래는 축복한다. 하지만 그들이 맞이한 것은 60년대에 만연한 인종적 불의다. ‘짐 크로우 법’. 흑백 인종 간 분리를 합법화한 이 법은 그들이 자축하는 자유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Blowin' in the Wind’는 이런 면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깊고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20세에 불과한 백인 남성이 당시 흑인들이 느꼈던 혼탁한 좌절감을 정확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짐 크로우’는 1830년대 백인이 검은색으로 얼굴을 덧칠해 흑인을 연기하는 코믹극, 민스트럴쇼의 한 캐릭터 이름이다. 130여년이 지난 뒤 딜런은 백인이 노래로 흑인의 정서를 덧칠해 그들에게 영적인 위로를 선사한 전혀 다른 의미의 ‘짐 크로우’가 됐다. 앞에 이름과 뒤에 이름 사이에 고독하지만 자유분방하고 저항의 힘을 지닌 문화적 빌리 더 키드가 존재한다. 크리스토퍼슨과의 교류로 딜런은 인종과 문화 사이에 놓인 거대한 공감의 다리를 더욱 예민하게 깨달은 것이다. 그의 노벨 문학상은 그 다리 위에 서서 역사의 자각과 자기 존재 탐구의 미묘한 균형을 끝끝내 감지하려 한, 의미 측정이 불가능한 질문과 끈기를 향해 안도의 박수를 보낸 것일지 모른다. 나는 한강 작가의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 이유도, 어쩌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경기도가 11일 K-컬처밸리 관련 발표를 했다. CJ라이브시티의 아레나 시설 기부채납이다. 17%의 공정에서 멈춰서 있는 핵심시설이다. CJ가 이를 경기도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조물과 함께 설계도면 등도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CJ 측은 그동안 아레나 시설에 특별한 애착을 보여 왔다. 지난달 초 ‘아레나 건축 계속’을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도의 발표는 환영의 의미를 담았다. 사업의 걸림돌이던 사안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CJ 측에 의한 소송, 상업용지 반환, 중단된 아레나 처리. 그동안 경기도에는 부담이었던 듯하다. 이날 발표에서 ‘세 가지 쟁점 사항이 모두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CJ는 9월 초 ‘소송 기간 5년 이상의 부담’을 언급한 바 있다. 상업용지 반환은 도의회 예산 통과로 마무리됐다. 이제는 CJ 측의 아레나 포기(기부채납)까지 결정된 셈이다. 경기도 담당 국장도 ‘모든 장애 요인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재추진 방향을 다시 강조했다. 원안대로 추진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다. CJ는 완전히 손을 뗀 것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J의 입장문을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날 경기도 발표 직후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아레나를 기부채납하기로 한 입장은 확인했다. ‘이날(11일) 기부채납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리고 우리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아레나에 기여하려는 의지에 변함 없다...소통과 협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앞선 경기도 발표는 ‘핵심 쟁점 해소’, ‘속도감 있는 추진’이다. 뒤의 CJ 발표는 ‘의지 여전’, ‘소통과 협의 지속’이다. 양측 발표가 시차를 두고 각각 발표됐다.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큰 차이는 없을 수 있다. 경기도의 재추진 골격은 공영개발이다. 여기에 민간 사업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국내외 모든 민간 사업자가 대상이다. CJ도 동등한 참여 기회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경기도 관계자도 수차례 밝혔던 원칙이다.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이래서 시민을 더 궁금하게 하는 것은 향후 계획이다. ‘공영 개발’이라는 구호는 충분히 공유됐다. ‘원안대로’, ‘아파트 안 짓는다’는 약속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때다. 민심도 처음부터 하나였다. ‘원안대로 추진하고 그 타임라인을 공개하라.’ 경기도는 처음부터 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법적 검토를 거친 해제였다고 했다. 이제 와서 CJ 측 소송 포기에 별스러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통화 긴축기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금년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무엇보다도 기준금리 인하를 택할 수 있었던 것은 물가상승률 목표치(전년 동월 대비 2%)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은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에 동참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정책금리를 내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상당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4.75∼5.00%)과의 금리 격차는 다시 최고 1.75%포인트로 벌어짐으로써 추가 금리 인하 문제는 지난한 과제다. 그동안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해 한국 경제는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저하됐으며,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고갈된 지 오래이며, 경기도내 골목상권은 폐업 알림 공고와 상가 임대가 즐비할 정도로 서민경제가 아주 침체돼 있다. 이는 살림살이의 여유를 보여주는 가계 흑자율이 8개 분기 연속 하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인 파산 접수를 보면, 올해 1~8월 누적분은 1천299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통위 개최 하루 전인 10일까지 매달 계속해 ‘고금리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을 정도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이 관건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이 6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 여부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차단하는데 달려 있다. 집값·가계부채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한 것은 우선 경기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정부와 한은은 정교한 정책조합을 통해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 적절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한강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국이 들썩였다. 온라인상에는 시민들의 열광적 반응이 쏟아졌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며 “우리도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이라며 기뻐했다. “노벨문학상 원서를 한글로 읽다니 감동이다”, “한강의 기적이다. 너무 자랑스럽다”는 글도 이어졌다. “오늘부터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금지”, “국문과 나오면 무엇을 하는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노벨문학상 소식에 한강의 책 주문이 폭주하면서 교보문고, YES24 등 대형 서점 온라인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오프라인 서점은 문을 열기 전부터 한강의 책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 런’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강의 작품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얹은 책들이 나왔다. ‘채식주의자’ 구판본을 12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내 여자의 열매’ 초판본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 왔다. 서점가에서 한강의 작품은 수백에서 수천 배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한강의 주요 저작물을 가진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국내 3대 문학 출판사는 즐거운 비명을 터뜨리고 있다. 인쇄소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24시간 풀가동했다. 출판계가 불황을 겪으며 인쇄소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한강이 구세주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1인당 독서량이 세계 최하위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중 일반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이 43%에 그쳤다.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1994년 독서실태조사 이후 역대 최저다. 한강의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책 읽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좋겠다. 그래야 진정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한 나라답지 않을까.
하늘에 구름 걸어 은사 빛 반짝이며 군락을 이룬 새하얀 가슴으로 숲을 밝힌다 호젓한 산길에 외로운 등 하나 오가는 발걸음 지팡이 되고 뼛속까지 빚어내는 하얀 마음 천년을 살아도 그 모습 그대로 깃털처럼 하얀 몸매에 심신을 달래주는 갸륵한 가슴이여 산허리 돌아 숲길 걷다 보면 재충전 쉼을 얻는 평안의 숲, 자작자작 진묘한 반주에 꿩 한 마리 푸드득 날아간다. 허정예 시인 ‘문파문학’ 등단. PEN한국본부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수원문학아카데미‘시인마을’ 회장 2021년 경기시인상 수상 시집 ‘詩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