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가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이란 연속보도를 통해 어린이 놀이터의 유해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지난 5월 경기도내 유치원 4곳과 초등학교 4곳을 무작위로 선정,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바닥재의 유해성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대상 놀이터 8곳 모두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이 검출됐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위험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획기사를 20여회에 걸쳐 연속 보도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발암놀이터’에서 놀았다는 보도에 도내 전역에서 놀이시설 안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쳤다. 학부모들과 환경단체 등에선 당장 위험한 놀이터 운영을 중단하고, 친환경의 ‘안전한 놀이터’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경기도의회가 전수조사와 유해물질 검출 바닥재 교체 예산 편성에 적극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현황 파악 및 대책 수립을 위해 교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43곳의 탄성포장재 바닥재를 채취, 환경부 공인 검사기관에 유해성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환경부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가 오는 22일 실시된다. 국감을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 모두 ‘탄성포장재 바닥재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관련 자료를 요구해 왔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탄성포장재 놀이시설 설치 초등학교 및 유치원 현황과 유해성분 조사 결과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 9월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탄성포장재 바닥재 전수조사 및 교체를 요구한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도 국감에서 또 한번 쟁점으로 다룰 전망이다. 탄성포장재 바닥재가 깔린 전국 놀이시설 대다수가 유해물질 검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때문에 교육위 국회의원들이 전국 시·도교육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철저히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일보 취재팀이 어린이 놀이터 안전관리 선진 사례 취재를 위해 독일과 스위스를 다녀왔다. 어린이 놀이터 조성부터 운영·관리까지 살폈다. 이들 나라에선 탄성포장재가 아닌, 나무껍질과 코르크 같은 천연 소재를 놀이터에 활용했다. 독일과 스위스는 까다로운 기준과 엄격한 법을 기반으로 어린이 놀이시설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안전하지 않은 것,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아동학대다. 유럽의 친환경 어린이 놀이터를 벤치마킹하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전국 읍·면·동마다 주민자치회가 있다.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는 주민자치기구다. 주민총회나 마을축제 등을 주관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항은 행정기관과 협의도 한다. 얼핏 이웃끼리 사이 좋게 동네 일을 논의하는 장으로 비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전국 곳곳에서 주민자치회 내부 다툼이 이어진다. 감투싸움, 편 가르기, 주도권 다툼 등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존재 가치가 무색하다. 급기야 인천 부평구가 주민자치회 갈등 해결 용역에 나섰다고 한다. 이른바 ‘주민자치회 자율적 갈등관리 방안’ 연구용역이다. 지난해 6월 부평구 한 주민자치회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한 위원이 “서로 친한 위원들끼리 서로 짜고 주민자치회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주민자치회에서 내부 갈등을 만든다며 해촉했다. 구청장도 이 처분을 승인했다. 당사자는 구청장을 상대로 해촉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인천지법은 “주민자치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부평구는 주민자치회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주민자치회 내부는 물론 주민자치회와 동 행정복지센터 간, 주민자치회와 다른 지역단체 간 등의 갈등도 있다. 그렇다고 주민자치회 일에 행정·법적 처분으로만 대응하기도 그렇다. 민주적 의사결정과 운영 역량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연구용역을 해서라도 분쟁 해결 장치를 찾아 보려는 것이다. 이번 용역에서는 주민자치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도 벌인다. 주민자치회에 대한 기본 인식이나 갈등 원인 등에 대해서다. 조사에서 몰랐던 갈등 요인이 드러나면 주민자치지원관이 면담에 나선다. 부평구뿐만 아니다. 전문 연구 논문까지 나와 있다. 이름 하여 ‘주민자치회 내부갈등의 원인과 유형에 관한 연구-○○시 사례를 중심으로’ 등이다. 최근 인천 중구에서도 주민자치회 내홍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기세다. 2022년 인천 서구에서는 주민자치회 다툼이 행정심판에 올랐다. 경기 고양이나 울산 등의 주민자치회 다툼은 오래 끌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주민자치회 회비 사용을 둘러싼 다툼도 단골이다. 주민자치회 싸움에는 정치색도 한몫한다고 한다. 선거판의 정치적 알력이나 좁쌀 크기 헤게모니 싸움 등이다. 못난 우리 정치가 동네 골목골목까지 침투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래서는 지역 공동체를 해치는 주민자치회다. 정작 생업에 바쁜 대다수 시민들은 주민자치회가 뭔지도 모른다. 그들이 땀 흘려 낸 세금을 써가며 주민자치회 싸움을 연구해야 한다니, 기가 찬다.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들은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기도 명당을 찾기 시작한다. 이는 그저 마음을 다독이는 행위가 아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시기에는 종교를 떠나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한 번쯤은 신에게 간절히 빌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대구 팔공산 갓바위는 수험생 부모들 사이에서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믿음으로 유명하다. 1천365개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과정 자체가 부모들의 간절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기도처로 가는 길이 힘들수록 그들의 기원도 더욱 절실해진다. 이들은 비단 갓바위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유명한 기도 명당을 찾아 나선다. △서울 삼청각 △남해 보리암 △관악산 연주대 불꽃바위 △인천 석모도 보문사 △안성 칠장사 △파주 구도장원길 △여수 향일암 △합천 해인사 △김제 성모암 △문경새재 책바위 등은 대표적인 장소다. 기도 명당을 찾는 부모들의 마음은 단순히 자녀의 성적 향상을 바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이 겪고 있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대신 짊어지고, 그들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는 부모의 사랑이기도 하다.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수험생과 그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도 명당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부모에게는 자녀를 위한 마지막 응원이고, 기도로써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하늘에 전하는 방법이다. 시험 당일, 그들이 바랐던 모든 소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리가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말과 순간순간 드는 일련의 생각들은 마치 하나의 신경처럼 연결돼 있다. 듣거나 읽은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도 하고, 스스로 떠올린 단편적인 생각의 조각들을 나름대로의 체계로 엮어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걸 보면 인간의 언어와 사고야말로 일심동체인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고가 언어를 통제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한 학술적 논의 중 하나가 바로 사피어-워프 가설이다. 이는 언어적 상대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그것을 지지하는 관점에는 인간의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강성론적 입장과 언어가 사고에 크든 작든 영향을 준다는 중도적 입장이 공존한다. 언어와 사고에 관한 이러한 학술적 논의는 사실 정교하게 검증하기 쉽지 않아 여전히 언어학적, 심리학적 난제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언어와 사고는 명백히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캐나다의 드니 빌뇌브 감독은 ‘컨택트’(원제 ‘Arrival’·2017년)라는 작품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 영화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비행물체 안의 외계 생명체와 인간이 소통하는 과정을 핵심 서사로 삼는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저명한 언어학자와 과학자를 섭외해 외계 생명체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외계의 도형 문자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독하며 서로 소통한다. 그러던 중 지구에 온 목적을 묻는 질문에 외계 생명체가 ‘무기를 주다’로 답하자 각국 정상은 일대 혼란에 빠진 채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다행스럽게도 돌이킬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한 언어학자에 의해 외계 생명체가 표현한 ‘무기’란 ‘선물’을 의미한 것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가상의 스토리로 엮어낸 영화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갈등은 사람들이 인간의 언어 사용 방식대로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이해하려 들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과연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의 방증처럼 보이기도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 사용으로 발생하는 오해와 불통의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가 제습기가 필요하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습기를 제거해 주는 기계를 떠올리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습기를 흡수해주는 제습제를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방향을 가르쳐줄 때 어떤 사람들은 먼 곳을 가리키면서 ‘저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안내하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다르다는 말을 틀리다로 인식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것은 대부분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극단적인 갈등과 그로 인한 관계의 단절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같은 언어권이라도 각자 생활하는 상황과 맥락은 다르며, 그에 따라 자기만의 사고 체계 안에서 구축된 자신만의 세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서로에게 외계 생명체와도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과연 누군가의 말처럼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세계를 만나는 것과 다름없다. 그 세계를 만날 때, 그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의 언어 체계와 사고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일까.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세계의 사람일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세계 안으로 기꺼이 뛰어들어야 한다.
국제대회 성적만을 목표로 반세기를 달려왔던 우리나라 스포츠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여러 문제와 마주했다.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높여줬던 엘리트체육이 몇몇 종목단체의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행정 체계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시대, 스포츠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엘리트체육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 생활체육은 건강 및 체력 증진과 여가 선용을 위해 행하는 체육 활동으로 운동의 기회와 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권리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체육 또는 평생 체육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엘리트체육은 국제대회 성적을 목표로 소수의 뛰어난 선수 육성에 집중한다. 대다수 프로 스포츠 선수는 엘리트 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2016년 3월27일 선진국형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했다. 여전히 대다수의 생활체육보다는 극소수의 엘리트체육에 지원 및 관심이 집중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물리적으로만 통합된 상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운동에 소질 있는 학생은 전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그 외 학생들 역시 스포츠 클럽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우수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스포츠를 통한 국제 친선과 국위 선양에 힘써야 한다. 엘리트 선수들의 성과는 생활체육 동호인들에게 동기 부여와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은퇴 후 엘리트 선수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연결고리로 삼아 자연스럽게 생활체육 현장의 지도자로 되돌아가 공존하는 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엘리트 체육인들이 생활체육 현장으로 돌아가 생활체육 동호회나 학교 클럽에서 이들에게 전문 기술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활체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생활체육 저변 확대는 물론이고 엘리트체육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돼 서로 협력하면서 상생해야 선수 저변도 넓어지고 엘리트 선수 출신의 고용 창출도 이뤄질 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충분한 생활체육 장소 및 시설을 제공하고 엘리트 선수 출신 전문강사를 통해 다양한 종목을 배우고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를 고루 갖춰야 한다. 체육계의 많은 지도자가 시간과 경제적인 희생을 감내하면서 헌신 봉사하고 있는 것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상생’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상호 협력해 상생하며 생활체육의 튼실한 기반 위에 엘리트체육이 연계·발전되도록 하는 순환 시스템이 구축돼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현 중학교 2학년인 2010년 이후 출생자를 알파세대라고 부른다. 1950년대 출생자인 베이비붐 세대 이후 X세대를 거쳐 1980년부터 1994년 출생자인 밀레니얼세대, 1995년부터 2009년 출생자를 Z세대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합한 개념으로 이들의 특징이 개그 소재로 이용되기도 할 만큼 이전 세대와 다른 뚜렷한 뾰족함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통상적으로 25~30년 주기로 한 세대를 구분했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긴 세대 구분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 1980년생은 2024년 현재 기준으로 만 44세이며 Z세대의 끝자락인 2009년생과는 한 세대로 묶기에는 서로가 곤란할 만큼 다르다. 필자의 자녀는 2000년생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코어 MZ세대다. 그런데 MZ세대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고 미디어에서 말하는 특징이나 성향에 대해 시큰둥하기만 하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필자 역시 X세대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연일 기사거리로 나오는 X세대의 특징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알파세대와 Z세대를 합해 잘파세대라고 분류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뚜렷하게 다른 특징을 보이며 교육방식 역시 다르게 접근해야 할 만큼 소통방식이나 학업능력에서 많은 부분이 다르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엄청난 속도로 디지털 기기가 발전했고 2010년 이후 출생자인 알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배 속에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그야말로 디지털 네이티브다. 오죽하면 알파세대는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라는 말이 나오게 됐을까.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시청이 TV를 대신하면서 우리의 뇌는 점점 집중력을 잃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알파세대의 집중력은 3초라고 한다. 그래서 쇼츠나 릴스의 길이가 딱 3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알파세대의 집중력 저하는 학업 성취에 있어 꽤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자기 통제력이 미숙한 청소년기에는 더욱 자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공부라는 느린 자극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개념을 이해하고 요약 정리해 내 것으로 완전히 만들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반복학습도 필요하고 일정한 텀으로 재학습, 그리고 반드시 나만의 언어로 재정리라는 느리고 하기 싫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알파세대에게는 이 일이 너무나 힘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중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이다. 공부를 시작하면 초반에는 집중이 잘되다가 점점 떨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아직 자기주도학습이 완전하지 못한 학생이라면 20-20-20 공부법을 실천해보자. 2017년 국제교육자문가 데이비드 소사는 수업 시간별 높은 집중력과 낮은 집중력 시간대의 평균치를 비교했는데 20분 수업 시 최상의 집중력은 90%, 40분 수업의 경우 최상의 집중력이 75%, 80분 수업의 경우 62%라고 발표했다. 즉, 수업의 길이가 증가할수록 집중력 저하 시간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분짜리 수업을 두 번 하는 것이 40분 수업보다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을 지도하면서 20-20-20분 공부법을 활용하고 있다. 2시간 공부하자고 하면 거부감부터 표출하던 아이들이 20분 정도는 해볼 만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20분간 집중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집중훈련이 덜 돼 있는 학생들은 초반 5분을 버티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20분 정도는 중간의 작은 유혹을 견뎌내며 너끈히 해낼 수 있다. 20분 집중공부가 잘되면 30초-1분의 휴식을 한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물 한잔을 하면 좋다. 너무 오래 쉬면 리듬이 끊어지기 때문에 30초 정도 휴식 후 다시 20분 공부를 시작한다. 중간에 휴대폰을 보고 싶고 하기 싫지만 꾹 참고 견디는 과정이 반복되면 집중 시간은 조금씩 늘어난다. 초등학생의 경우 20-20, 중학생의 경우 20-20-20를 추천한다. 매일 하는 20분 공부가 벼락치기 200분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입시에서 결국은 시험을 잘 봐야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생활기록부가 만들어지며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결국 효과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길러야 하며 장기 기억으로 정보를 넣어야 한다.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로봇’에서 주인공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로봇에게 이렇게 묻는다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 로봇이 빈 캔버스를 아름다운 걸작으로 채울 수 있나?” 이에 로봇은 차갑게 반문한다. “그럼 너는 할 수 있어?” 이 대사는 생성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다시 쓰여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제 AI는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며, 영화와 문학작품까지 창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때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력과 상상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2024년의 로봇은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나는 할 수 있는데 너는?” AI는 인간의 역할을 놀라운 속도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적으로 3억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자동화될 수 있으며 유럽과 북미에서는 약 25%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 중 하나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도구인 AI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다. ‘AI가 예술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예술가가 그렇지 않은 예술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은 단순히 예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우리의 충직한 도구로만 남아 있기에는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챗GPT는 단 1년 만에 IQ 테스트에서 하위 2%에서 상위 37%로 급등했고 많은 전문가가 2년에서 10년 이내에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AGI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류는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AI와의 경쟁이 아니라 AI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다. 가장 중요한 영역이 독창성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연결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데 능숙하지만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고흐의 그림을 모방하거나 그의 스타일로 다른 이미지를 그릴 수는 있어도 고흐처럼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독창적 작품을 창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또 직관과 통찰력을 통해 데이터 이면의 미묘한 맥락과 감정을 포착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개념과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비선형적 사고와 감성지능과 융합 능력 역시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창성, 비선형적 사고, 공감 능력 등은 모두 예술적 감수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 ‘아이로봇’에서 주인공은 AI에게 “인간은 꿈을 꿔. 하지만 너는 꿈을 꾸지 못해. 너는 그저 기계일 뿐이야”라고 말하며 AI와 인간의 본질적 차이를 강조한다. AI는 어떤 인간보다도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분석할 수 있지만 꿈을 꾸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틀 속에 무한한 상상력과 복합적인 감정을 담는 것, 이것이 AI가 다다를 수 없는 꿈과 예술의 영역이다. AI 시대를 대비해 많은 사람이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는 분야 역시 코딩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랭귀지는 ‘자연어 (어휘 구사 능력)’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최첨단 기술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지금, 인문학과 예술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돼야 하는 이유다.
강수현 양주시장이 이례적인 요구를 하고 나섰다. 양주시의회에 보낸 의회 소집 요청이다. 지방의회 소집과 진행은 지방의회 영역이다. 이걸 자치단체장이 부탁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양주시 행정이 마비되고 있다. 당장 처리해야 할 2차 추경이 멈췄다. 시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예산이다. 시정에 필요한 각종 조례안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동의안도 멈춰 있는 상태다. ‘제발 열어 달라’는 시의 요구는 여전히 요원하다. 이 황당한 상황의 출발은 시의회 감투 싸움이다. 양주시의회 재적 의원은 모두 8명이다. 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다. 6월에 후반기 의장이 선임됐어야 했다. 하지만 여야 간 갈등으로 의장 선출을 못했다. 후반기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지방의회는 양주가 유일하다. 14일 임시회 개최도 정족수 5명을 못 채워 무산됐다. 민주당 의원 3명은 의회 사무실에 머물면서 출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나머지 1명은 아예 등원도 안 했다. 지켜보는 시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 ‘양주시의회 파행 정상화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연대모임’이 결성됐다.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의회 행태를 강력히 성토했다. 의장 자리 다툼으로 3개월간 파행을 일삼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실태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차제에 양주시의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시의원들에 대한 주민 소환 추진 주장도 그 방안 중 하나다. 양주시의원들은 연간 4천701만4천여원의 의정활동비를 받는다. 지난해 말 종전보다 480만원 인상해 정한 금액이다. 당시 시의회에서는 양주시의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주장을 폈다. 의원 1인당 주민 수가 3만3천7명으로 도내 여덟 번째로 많다고 했다. 의정활동비도 다른 곳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를 들어 인상했다. 그래놓고 올들어 3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1년의 4분의 1을 허송하고 있다. 연봉 반납할 건가. 정치인이 그릇된 속성이 있다. 전체 비판에는 겁내지 않는다. 양주시의회 비판에는 꿈쩍도 않는다. 이런 이유로 시의원의 실명과 책임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의원 8명의 책임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이다. 파행 책임을 분석하고 분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분별해 규탄해야 한다. 주민 소환도 유효할 것이고, 차기 선거에서의 낙선운동도 필요할 것이다. 추경을 뭉개는 의원을 대표로 둘 순 없잖은가. 양주시민 분노를 우리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