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기업의 획기적 출산정책

‘출생아 수 감소’, ‘역대 최저’라는 단어는 현재 한국에서 합계출산율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7천381명이 줄었고 합계출산율도 0.1명 감소한 0.7명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매 분기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셈이다.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출산휴가 등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예산을 상향해 지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신혼부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산이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공통으로 갖는 문제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옆 나라인 일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5대 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0.6명의 직원 합계출산율을 9년 만에 1.97명으로 반등시켜 이슈가 되고 있다. 단순 직원의 출산율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유사한 기간에 노동생산성이 5.2배 늘어나 일과 양육을 동시에 잡은 기적의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상사에서는 야근을 금지하고 오전 유연근무를 시행해 직원의 오후 시간을 보장했으며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오전 유연근무를 활성화했다. 여기에 주 2회까지의 재택근무를 통해 양육을 위한 환경을 만들었고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해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증가시켰다. 그동안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한 정책은 육아 환경의 개선보다는 육아로 인한 지출을 현물로 지원하는 형태를 주로 추진했다면 일본의 기업에서는 근무 형태를 변경해 아이를 키우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고, 이러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아이를 낳아도 일과 양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심적 안정감을 통해 출산율을 비현실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국내 기업 또한 출산에 따른 지원금과 휴가를 제공하고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며 반대로 사내 어린이집의 확장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는 기업도 존재한다. 특히 매출 10대 기업의 경우 5년 동안 출생아 수가 30% 이상 급감하는 등 1.26명(2022년 기준)의 합계출산율을 보이는 일본의 기업보다 출산에 관한 지원이 냉랭하기만 하다. 가장 가깝고 가장 유사한 나라에서 출산율 제고에 대한 해답이 이미 나왔다. 기업의 의지가 약하다면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인 인천시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 인천시와 지역 내 기업이 하나가 돼 야근을 줄이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정책의 방향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출산장려금 등 현물 지급의 한계를 인정하고 양육과 근로가 함께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하루빨리 도입하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지속가능한 경기도 농업

지난해 7월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7.01도로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이는 19세기 말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었으며 그 이전 달도 세계 기록상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중순 서울 등 수도권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때이른 폭염과 불볕더위로 숨 막히는 날씨를 경험한 바 있다. 이는 자연적 기후 현상인 엘니뇨와 인간 활동에 의한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맞물린 것으로 앞으로도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5년 인류 생존의 목표와 실천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신기후체제 파리협정’이 채택되고 2019년 유엔 기후정상회의 이후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121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15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범정부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 간담회 등 폭넓은 토론을 거쳐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발맞춰 경기도는 지난 2023년 9월 탄소중립 비전 ‘스위치 더 경기(Switch the 경기)’를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6년까지 22%, 2030년에는 4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중 스위치 더 파밍(Switch the Farming)은 농업 분야 기후위기 대책으로 친환경 농업 면적을 대폭 확대하고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등 저탄소 유통 체계 조성을 통해 2030년까지 159만2천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농업 분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 연구소에서는 녹비작물을 환원시켜 질소질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절감하고 가축분퇴비와 완효성비료 사용을 늘릴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토양으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벼 재배 시 메탄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등 농촌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탄소 저감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계는 축산 생산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이용해 연료와 전력을 생산하고 사료와 비료, 농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농민이나 농업인 단체에서도 논물 얕게 대기, 볏짚 환원, 토양검정 시비, 논 타작물 재배와 농작물 부산물 태우지 않기, 에코백 사용하기, 분리배출 철저, 재생 플라스틱 제품 사용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토양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지지하는 식생 기반이자 탄소의 주요 저장원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 생명의 근원인 흙을 잘 일구면 기후위기에 대비한 농업의 생산성 향상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탄소중립 비전을 함께 실현할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가칭 ‘공무직 공제회’ 설립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공무원 연금법 적용 대상 공무원은 117만3천22명이다(행정안전부·2023년). 또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서 공무원과 같이 동일⸱유사업무를 하는 공무직이 있다. 김주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및 공공기관을 모두 포함해 공무직 규모는 38만5천893명으로 정규직 대비 32.89%다. 임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무직의 임금은 정규직 공무원 대비 61% 수준에 불과하다. 영양사, 사서의 경우 정규직과 공무직의 업무는 거의 동일하고 최소한 유사하다. 그런데 급여 차이는 첫해 70%, 10년 후 57%, 20년 후 45%의 임금을 받는다(고용노동부·2023년). 공무직의 급여는 직위 직급도 없는 공무원의 그늘에 가려진 아류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든 100% 완벽한 무결점 구성원들로 이뤄진 곳은 없다. 공무원은 정년퇴직 후에도 일정 금액을 평생 연금으로 수령한다. 그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데 대한 직업 안전성 측면에서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 주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고 공무직 전체를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 많은 공무직의 퇴직 후 경제적 안정성을 방치한다는 것 또한 공무직 개인의 경제적 불안정성과 더불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공무직의 신분, 급여, 노후 보장의 보틀넥(bottle neck)을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동료 시민 통합에도 부합한다. 해법은 없을까? 교직원들에게 교직원공제회가 있고 직업군인들의 군인공제회가 있듯 ‘공무직 공제회’ 설립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공무직의 퇴직금은 소속 기관에서 각자 알아서 금융상품을 선택 적립하고 있다. 이러한 퇴직금 적립 방식을 바꿔 공무직 공제회를 설립해 금융 전문가로 하여금 운용케 하면 공무직의 퇴직 후 경제적 안정성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공무직 공제회의 기금은 산업 자본으로 전이돼 국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이바지할 것이기에 국가적으로도 장려할 사안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한데 인천공항 사태가 말해주듯 국가기관 공무직은 역대 정부의 ‘아픈 손가락’이자 ‘뜨거운 감자’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정규직화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공무직 공제회 설립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자는 것도 아니고 국가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단지 퇴직금 적립 방식을 공제회라는 제도로 끌어들여 그들의 퇴직 후 경제적 안정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정치권은 실현 불가능한 말로 공무직들에게 희망고문할 것이 아니라 지극히 실현 가능한 개혁과제로 공무직 공제회 설립을 제안한다. 이 같은 입법은 현란한 구호도 아니고 미묘하고 난감한 퍼즐도 아니다.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개혁과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새해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몇 가지 방법

새해의 시작은 종종 반성의 시간이다. 작년은 어땠는가? 스트레스를 잘 이겨냈는가 아니면 그것에 압도됐는가? 새해엔 또 건강한 삶을 위한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2024년 새해, 뉴욕타임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10가지 팁을 소개했다. 이를 토대로 건강한 한 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잠을 더 잘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만약 잠이 들거나 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불면증에 대한 인지 행동 치료(CBT-I)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둘째, 당신의 불안이 방어적인가 또는 문제가 있는 것인가를 구별하는 방법을 배우자. 때때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장 페트로스 레부니스 박사는 도움이 필요한 과도한 불안감에 대해 “만약 당신이 걱정과 두려움이 지속적으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다른 징후로는 불안감, 공포감 또는 파멸감, 심박수 증가, 땀 흘림, 떨림, 집중력 저하가 있다”고 말했다. 셋째, 걱정 주기를 중지하라. 자신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전환은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마음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 단어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걱정하는 충동과 싸우지 않는 것이 더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생각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도록 놔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10~30분 정도의 반추 시간 동안 타이머를 설정하고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도록 자신을 허락하지만 이 시간이 돼 타이머가 울리면 걱정을 멈추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자. 넷째, ‘다섯 가지 정리’를 실천해 보자. 난장판 속에서 사는 것은 당신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 일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을 막는 효율적인 방법은 다섯 가지 정리 정돈을 실행하는 것이다. 쓰레기, 접시, 세탁물, 장소가 있는 것 및 없는 것들과 같은 다섯 가지 주요 분류를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해 청소가 더 관리하기 쉽도록 돕는다. 다섯째, 감사의 마음을 담자. 감사는 당신이 당신의 삶에 선함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들이 당신을 도와줬음을 당신이 인정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이다. 감사 편지를 쓰거나 당신의 삶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일기에 나열하는 등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친구, 연인, 심지어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또한 관계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 노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예술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가장 쉬운 방법 중 복잡한 색을 칠하는 것이 있다. 복잡한 기하학적 디자인을 가진 만다라에 20분 동안 색칠하는 것이 자유롭게 색칠하는 것보다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때때로 우리 주변의 물리적 세계와 연결되도록 약간의 경외감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산책하는 장소를 고르고, 그것을 처음 본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자. 얼굴에 부는 바람을 느끼고, 꽃잎을 만져보자. 하늘을 보자. 그것은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회복력을 가진다. 기술 휴식(tech break)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주어진 일에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2분 30초에서 47초로 줄어들었다. 오히려 발달한 기술이 문제이다. 15분 동안 타이머를 설정한 다음, 침묵을 지키고 휴대폰을 치워 둔다. 시간이 다 되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앱(기술 휴식 시간)을 1~2분 정도만 확인하고, 15분 주기로 다시 일한다. 목표는 기술 휴식 시간 사이의 시간을 점점 늘려 휴대폰에서 최대 45분 이상 떨어져 지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하자. 당신의 마음과 몸을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들 중 하나는 천천히 심호흡하는 것이다. 부교감 신경계를 높이고 혈압을 낮추며 심박수를 조절하는 것을 돕는다. 공포와 불안을 완화하는 데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가지 호흡 운동은 4-4-8 호흡인데, 4번 셀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4번 셀 동안 숨을 참다가 8번 셀 동안 숨을 내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지방의원 표결 불참에 대한 소고

지난 포천시의회 정례회 마지막 날 ‘2023년도 공유재산 제4차 변경관리계획안’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퇴장이 있었다. 예상컨대 해당 의원들은 본 의안의 표결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회의장 퇴장을 강행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퇴장은 자연스럽게 이후 상정된 2023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등 다수 의안에 대한 표결 불참으로 이어졌다. 이에 본 의원은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발의 제안설명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표결 불참 행위에 대해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동료 시의원의 입장에서 한 차례 깊은 안타까움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본회의에서는 의안의 표결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실질적인 토론의 기회 또한 부여됐다. 의원들은 ‘기권’의 의사표시 후 해당 절차와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이는 추후 소송 등을 통해 그 적법성을 다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 퇴장이라는 강수를 두고 이어지는 의안 표결도 대수롭지 않게 패스해 버린 의원들의 행동은 시민을 위한 정치라고 할 수 없다. 혹자는 ‘표결 불참’이 의원들의 하나의 의사표시라 주장하고, 일부 여론은 복잡한 쟁점 법안과 당론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불참도 의원의 중요한 의사 표현의 하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권’은 하나의 정치적 의사를 택한 것이지만 ‘불참’은 의사를 아예 택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투표장을 아예 찾아가지 않는 ‘불참’은 투표 의사가 없다고 추정될 뿐더러 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했으나 고의든 실수든 무효로 처리된 표는 ‘기권’과 유사해 투표율에 집계되는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그러하다. 지방의회 의원이 논쟁이 된 안건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의원의 ‘표결 불참’은 단순히 자신의 소신, 의사 표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의기관인 지방의회 의원의 권한을 포기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지방의회의 의결권은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의사와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으로서 지방의회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다. 그 본질적 임무인 입법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보유하는 권한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지방의회 의원의 개별적인 의사에 따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천시의원은 주민 전체 이익과 일반 의사에 합치되도록 권한을 행사해야 함에도 의원들이 당론 등을 이유로 ‘표결 불참’을 반복해 자신의 의결 권한 행사를 포기한다면 과연 대의민주주의가 바르게 작동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다. 새해에는 포천시의회 의원 모두가 주민 대표로서 자신의 고유 권한을 다시 한번 소중히 되새기고 의안에 대한 토론과 표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식물의회가 아닌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포천시의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지역전문건설업 활성화로 민생경제 회복

건설업계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한 건설자재 가격 폭등과 임금 인상, 고금리 등의 고초를 겪어 온 건설업계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더욱 얼어붙고 있다. 건설업은 산업 연관 효과가 커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건설산업 불황은 곧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정부는 물론 경기도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중에 공공 부문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신속히 집행하는 등 내수경기 진작 및 고용 극대화를 위한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올해 편성된 예산의 30%가량인 18조원을 1분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건설경기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경기도 역시 건설업계 살리기에 신속히 동참해야 한다. 특히 도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나아가 우리나라 건설경기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도내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시행한 하도급 총건수는 5만3천699건이며 하도급 총액은 32조4천282억원이다. 이 중 경기지역업체의 하도급 건수는 2만5천36건, 하도급 총액 9조7천210억원이다. 하도급 건수로만 따져보면 경기지역업체가 서울지역업체보다 1.5배 많지만 하도급 총액으로는 서울지역업체가 1.5배 많은 상황이 벌어진다. 즉, 경기도에서 시행한 공사를 경기지역업체가 양적으론 많이 수주하나 실제로 돈은 서울지역업체가 더 많이 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최근 지자체마다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제한 입찰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원도급자에 한할 뿐이다. 경기도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를 통해 지역건설업체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우수 업체의 경기도 이전을 위한 설명회 개최, 선도기업 멘토링 등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고 도내 전문건설업체도 하도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참여 및 자구책 마련 등 사업 수주 성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민생 경제 회복과 역동 경제 구현을 위한 첫걸음은 건설경기 활성화다. 경기도의회는 건설협회 등 관련 단체와의 소통을 강화해 전문건설업계의 의견이 도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도내 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 제고를 위해 도와 각 시·군, 민간업계가 합심 협력해 선제적·능동적 지원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한민족 슬픔이 스며든 하와이 이민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이민은 한민족의 슬픈 역사 이야기다. 1876년 일본의 강압에 의해 맺은 강화도조약으로 사회적 혼란과 부패가 성행하자 1902년 12월22일 121명이 하와이 이민 길에 올랐다. 낯선 땅으로 이민을 간 그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을 되새겨 본다. 그들이 하와이로 떠난 3년 뒤인 1905년 이 땅에서는 일본과 을사조약이 체결됐다.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하와이에서 항일운동을 위한 단체를 결성 조국독립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1907년 9월 미국에서 조선인들이 만들어 활동하던 공립협회와 통합해 1909년 박용만 서재필 안창호 이승만을 중심으로 국민회의를 발족,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하게 됐다. 훗날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를 축으로 하는 정부가 세워진 것은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이민자와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사람들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생활하면서 몸에 익힌 것이 뿌리가 됐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 이민자들은 일제의 강압과 가난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가족을 데리고 배를 타고 말도 글도 생소할 뿐만 아닌 풍습도 다른 이국땅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일당을 받아 살았다. 그들은 일당 30센트를 받아 힘든 생활을 하며 절약해 조국 독립을 위해 너도나도 내놓아 독립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강한 햇볕도 마다하지 않고 힘든 노동을 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 독립을 위한 만세를 부른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단군의 자손인 한민족은 뭉치고 또 뭉쳐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보다도 우수함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민족은 주변국들에 의해 남과 북으로 갈려 총칼을 겨누며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그 생활이 70년도 더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또다시 우리 민족에게 그런 쓰라린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 모두는 물론 소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위정자들은 지나친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몇 푼 안 되는 일당을 받아 그 돈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음을 돌이켜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하게 된 데는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이민자의 땀과 눈물, 미국 유학생들의 공이 컸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자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지구와 지역을 살리는 국유재산 활용법

최근 기업들의 화두는 ESG 경영이다. ESG 경영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같은 비재무적 요소에 집중하는 경영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이윤만 좇았던 기존의 경영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이 새롭게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투명한 거버넌스를 포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가기 위한 약속이다. ESG 경영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기관에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국유재산 활용은 ESG 경영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4년도 국유재산 중장기 정책방향’에서는 국가정책과 지역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국유재산의 활용이 강조됐다. 옛장흥교도소 부지를 활용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 같은 K-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슷한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풍력과 태양광 개발자들이 연방 토지에서 발전사업을 진행할 경우 토지 임대료를 크게 할인해 주는 한편 국유지에서 진행되는 석유 가스 임대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등 국유재산을 활용한 청정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물 전문 공공기관인 K-water도 이 같은 정책 방향과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K-water는 수년에 걸쳐 ESG경영 역량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ESG 종합평가에서 SOC군 1위를 차지했고 2년 연속 ‘AA(최우수)등급’을 달성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이뤘다. 이를 기반으로 2024년 경영 방향에서는 ‘Your True ESG Partner’의 역할을 새롭게 제시했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거시적 목표와 함께 지방시대 개척이라는 세부적 과제도 세심히 살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그리고 2천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명수인 한강의 댐과 수도를 관리하는 K-water 한강유역본부는 ESG 경영 구현의 핵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강수계 수변생태벨트 조성을 추진 중이다. 양평, 여주, 광주 등 한강수계의 관리전환 폐천부지와 하천구역 등을 연계해 거점별 홍수저류, 비점오염 저감 및 탄소흡수를 증진시키는 다기능 생태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사,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탄소중립 달성과 지역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 여주에서는 여주시, 산림조합, 한국코카콜라와의 협력을 통해 건강한 숲을 조성하며 탄소중립을 위한 장기적인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포천에서는 한탄강댐 홍수터 유휴지를 활용해 포천시와 함께 탄소숲을 조성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생태계 교란종 제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국유재산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연계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노력도 펼치고 있다. 2020년부터 유휴 수도부지에 조성된 남양주의 ‘어린이 숲 밧줄 놀이터’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국유재산 관리를 단순히 자산가치 향상과 재정건전성 확보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제는 지역발전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전략자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K-water는 국유재산을 지구와 지역을 살리는 주요 자원으로 인식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해 가겠다.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한강 유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꽃피우는 ESG 경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처벌 강화 ‘스토킹처벌법’ 어디까지 아시나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을 표현하고 구애하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받아줄 수 있으니 계속해서 노력해 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더는 허용될 수 없다. 2021년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경우를 스토킹범죄로 규정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행위자에 대한 접근 금지, 유치장 유치 등 보호 조치가 도입됐음에도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스토킹범죄의 재발과 강력범죄로의 확산 방지, 피해자에 대한 보호 확대를 위해 지난해 7월 개정됐다.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기존 반의사불벌죄의 폐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스토킹범죄 가해자를 대상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돼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휴대전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연락하고 괴롭히는 행위도 온라인 스토킹 유형으로 신설돼 처벌이 가능해졌으며 긴급성이 있고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등의 조치인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에서 형사처벌로 변경돼 처벌이 보다 강화됐다 특히 스토킹 행위자의 피해자 접근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제도’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1월12일 시행하는 만큼 피해자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경찰은 제도 변화에 따른 교육 및 현장 대응 훈련 등을 통해 빠른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스토킹 행위가 언제든 강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기에 엄정한 초기 대응과 함께 재발 방지를 통한 피해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계속해서 강화된 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나와 내 가족, 동료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해 관심을 갖고 피해를 당했거나 피해 사실을 목격하면 즉시 경찰서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길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사법이 지배하는 학교문화

학교폭력 사안은 신고, 상담, 목격, 인지 등 여러 방식으로 학교 측에 접수되고 그 즉시 학교장 보고, 보호자 통보로 이어진다. 또 피해 학생의 의사에 따라 가해자, 피해학생 우선 분리 조치가 가능하다. 모든 사안은 48시간 내에 교육지원청에 보고된다. 그 후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심의해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인지,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 개최 요청 사안인지 심의하게 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란 첫째 2주 이상의 진단서 미제출, 둘째 재산상의 피해 복구, 셋째 지속성 없음, 넷째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 설사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피해학생 측에서 자체 해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드시 학폭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가 있음에도 학폭은 심각한 사회문제화 됐다.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학생 분쟁 시 가해⸱피해학생 양쪽으로부터 휘말리지 말고 무조건 경찰에 넘기는 게 현명합니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검찰청의 어느 지청장이 학교장 특강에서 한 말이다. 이천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 간 분쟁 시 이전에는 어떻게든 가해⸱피해학생에게 질책과 이해를 통해 교육적으로 해결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경찰로 이첩되다 보니 시골에서 어린 나이에 전과기록만 양산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교육자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고통으로 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감 등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학업성취도 및 학습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의 안전한 학습환경을 위협하며 피해학생의 등교 거부 및 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더 나아가 학교폭력은 더 큰 범죄 발생으로 이어지는 원인(原因)과 원인(遠因)이 될 수도 있다. 2022년 학교폭력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으로 조사됐다(교육부).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교육,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 학교 내부의 감시 및 대응 시스템 강화 등 다양한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또 학생들의 신고제도 강화, 법적인 제재 강화, 건강한 학교문화 조성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사춘기의 성장통이다. 청소년들은 분출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해 서로 부딪쳐 갈등하는 게 일상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지고 건강한 인성 및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표면적 교육과정 못지않게 잠재적 교육과정이 중요하고 교과교육과정보다 창의⸱체험활동이 중요하다. 표면적 교육과정이 지적활동이라면 잠재적 교육과정은 비지적 정의적 영역으로 학생의 인성 형성과 관련이 높다. 또 창의⸱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영역으로 이 또한 학생들의 인성 형성 및 사회화 과정에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양자의 관계는 상보적, 병립적, 표리적 관계에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적 주체는 교사이며 개발과 운용의 최종적 주체자도 교사다. 교사는 기존의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지식을 담아 가르친다. 그 그릇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르침이 달랐으며, 그릇의 질에 따라 그 속에 담긴 지식의 내용과 질량 질료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릇은 교사의 철학과 교육관에 의해 다듬어지고 정련(精鍊)된다. 무릇 교사들은 교직의 본질 속에 윤리성, 전문성, 공공성, 노동성의 속성이 응축돼 있다. 한데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이 교사 신뢰 못 한다. 교사 신뢰도 5점 만점에 2.78점, 초중고 학부모의 97.8%가 사교육을 시킨다. 교사자격증은 없지만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대해 56.1%가 찬성했다(2019년). 학생과 학부모들의 높아진 권리의식은 교사 불신이라는 역기능으로 표출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교육부 산하기관의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일선 교사들은 교직문화의 상수(常數)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사법이 아닌 교육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전문직이다. 그들은 ‘용의 씨는 골고루 뿌려진다’는 가설을 100% 믿는 직군이기에 가능하다. 단, 교사의 권위와 존경 풍토가 선행적으로 조성될 때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매년 반복되는 국회 예산심의 연장으로 낭비되는 지방행정

결국 지난 21일에 2024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에 명시된 기간보다 무려 19일이라는 기한을 넘긴 후에야 656조6천억 원을 내년에 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입과 지출을 구분해서 보면 지출은 정부 원안보다 3천억 원이 감액된 반면, 총수입은 약 1천억 원이 증액된 612조2천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예산 심의·의결 지각을 포함해 3년 연속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겼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헌법을 3년 연속 어겼다는 것만으로도 불명예가 아닐까 싶다. 또한 국회 예산이 뒤늦게 의결된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공무원들은 또 바쁜 연말과 연초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먼저 총수입이 변동되면 지자체의 세입도 연동돼 수정이 필요하다. 국세 수입의 19.24%는 보통교부세, 20.79%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자체에 이전된다. 따라서 국세 변동만큼 보통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오차를 수정해야 한다. 총수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번 지출 예산안을 보면 신규사업 편성, 기존사업의 증액 및 감액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증액은 3조9천억 원, 감액은 4조2천억 원 수준이다. 중앙정부의 지출은 중앙부처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동반하여 추진되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은 당초에 정부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됐지만, 민주당이 7천53억 원 증액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3천억 원의 예산이 새로 반영됐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은 중앙과 지자체가 각각의 분담 비율에 따라 재원을 투입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243개 지자체는 모두 추경을 통해 지방비를 반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사랑상품권뿐만 아니라 이번 국가 예산안에서 변동된 모든 세출 사업과 연관된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 매칭 규모에 따른 예산 변동액을 모든 지자체는 조정해야 하기에 분주해질 것이다. 이렇듯 재원의 흐름은 국가 예산에서 광역 지자체 예산으로, 광역 지자체 예산에서 기초 지자체 예산으로 흘러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앙에서 기초 자치단체로 바로 연결되는 사업도 일부 존재하지만,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흐름으로 보면 가장 최적의 예산 수립 시기는 국가,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 등 순으로 예산이 의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재원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의결됐다. 예를 들어 기초 지자체인 남동구는 10일, 인천광역시 14일, 국가 예산 21일 등으로 2024년 본예산이 의결 확정됐다. 결국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의 심도가 있는 심의를 거쳐 의결된 2024년 예산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인천시를 포함한 군·구는 2024년이 도래하면 추경을 준비할 것이다. 국회 의결 대상인 국가 예산과 인천시 예산 그리고 군·구의 예산은 절대 규모와 사업 종류 등에서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인다. 따라서 일부 기한을 연장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인천시의회 40명, 인천 남동구의 경우 1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국회에는 약 300명에 달하는 의원이 존재하고 있고, 각 의원실에는 지원 인력도 충분히 배치돼 있다. 그런데도 12월이 다 지날 무렵에, 그것도 매년 반복적으로 연장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회 예산 심의가 매번 늦는 이유는 예산의 규모가 크고 수행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만이 아닌 여야의 의견수렴 불일치라는 더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예산 의결에 관한 시기상의 불일치로 항상 어려움을 겪고, 힘들게 작성한 사업 예산을 다시 재수정해야 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고충과 이로 인해 낭비되는 지방행정은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새해가 밝았다. 용띠는 12동물중 다섯 번째로 자(子), 축(丑), 인(寅), 묘(卯) 다음인 진(辰)에 해당한다.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로 모든 동물의 장점만 결합한 모습이 이렇게 묘사됐다. 코는 돼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과 몸통은 뱀, 배는 큰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를 합한 형상이다. 아홉 마리 동물에서 장점만을 택해 합친 만큼 용의 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믿었다. 숫자 9는 무한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용의 상징성은 다채롭다. 보는 이에 따라 상징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용은 임금을 상징한다. 용안은 임금의 얼굴을 용상은 임금이 앉는 평상을 상징한다. 용은 동양에서 왕이고 불의에 대한 저항이며 재앙을 물리치는 하늘의 힘이다. 꿈 중에서도 용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다. 또 여러 용궁에 청룡의 인기는 남다르다. 사신인 청룡, 주작, 백호, 현무 가운데 하나이며 생명의 탄생을 주관하기 때문에 청룡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고구려와 고려의 고분벽화에도 등장하고 조선시대 궁궐의 동쪽문 천장은 청룡이 차지했다. 궁궐의 문은 희망과 성취의 의미를 품고 있다. 입신출세의 관문인 등용문이라 해 용이 되기 위해 수양하는 고단한 이무기 시절을 연못에서 견뎌내고 승천하는 끈기와 비상의 희망을 뜻한다. 옛 선조들은 풍년 농사에 풍족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내리길 기원했다. 삼국유사에 용의 그림을 그려 넣고 고려사엔 흙으로 용상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주술적인 방법으로 비를 빌었다. 이렇듯 비를 내려달라는 용은 농신(農神)이었다. 어촌에서는 파도와 바람을 부리는 해신(海神)으로 용왕궁 용왕제로 풍어를 기원했다. 용은 동양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이며 하늘을 알고 물을 조절하는 신비로운 용은 희망 성취 행운의 상징이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인간이란 어떤 목표를 위해 살아남으려 할 때 비로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한경국립대에 공공의대 신설 추진하자

경기도는1천400만이라는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으면서도 전국의 광역도시 중 유일하게 국립 의대도 없고 도립 의대도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이란 명목으로 개발과 성장에 발이 묶이다 보니 서울이나 지방 대도시와 비교해 경기도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간 의료 환경 불균형도 매우 심각해 도민들이 아프거나 다칠 경우 무조건 서울에 소재한 병원으로 원정 치료를 다녀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불편함은 오로지 환자와 그 가족 개개인의 몫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경기도에는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기도 의료원이 수원, 안성, 포천, 이천, 파주, 의정부 등 6군데 있다. 그중 경기도 최남단 공공의료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안성시민들은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 덕분에 그동안 안정적인 공공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정부의 2026년 의대 신설계획에 맞춰 그동안 1천400만 도민께 받아온 사랑에 보답하고 나누기 위해 안성시 주도로 경기도내 공공의료기관의 고질적인 전문 의료인 수급 불균형 해소와 전문 의료인 양성을 위해 경기도 유일의 국립대학인 한경국립대에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부속병원 설립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고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착시 효과로 인해 현실은 우리나라 평균보다도 의사 수가 적다. 최근 의료사고에서도 자유롭고 수가도 높으며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서울 편중 현상과 함께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지역 보건소는 물론 여섯 군데 도립 의료원조차 장기 휴진이나 폐과 된 곳이 많아 도민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결정 과정상 경제논리가 우선시되는 민간의료의 영역에서는 절대 접근할 수조차 없는 영역이기에 공공 차원에서 필수 기초의료분야 교육과 인재 양성을 위해 한경국립대에 공공의대 신설과 부속병원 설립이 더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인재의 선발과 운영은 경기도 필수 공공의료 분야에서 지역 의사로 일할 것을 원하는 학생을 우선 선발하고 교육 후엔 일정한 의무 복무 기간 근무하게 되며 전문의 수련병원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기초로 해 500병상 이상 2.5차 의료기관 수준 이상의 경기도 동남부 거점병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으로 공공의대에서는 교육을 통한 전문의 양성과 공급을, 부속병원에서는 현장실습을 통한 경기 동남부권의 공공의료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면 된다. 나아가 정부의 2026년 의대 신설 계획에 맞춰 특별법 제정 후 한경국립대 공공의대 설립 및 수련병원을 마련해 나갈 예정인데 마침 2023 12월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공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추진해 왔던 지역의사 양성법과 국립공공의대설립법이 통과돼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희망적인 첫발을 내딛게 됐다. 한경국립대 공공의대 신설과 부속병원 설립 문제는 단순히 안성시민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료 인력의 균형과 의료 격차를 조정하고 도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며 의료 환경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책무며 과제다. 경기도민의 기초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모범적인 K-공공의료를 선도하는 경기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경기도 유일의 국립대인 한경국립대에 공공의대 신설과 부속병원 설립이라는 운동에 안성시민과 도민들이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분열과 갈등’ 치유하는 값진 원년 되길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큰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새해가 밝았다. 우리 모두에게 청룡의 기운이 가득해 국운 상승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매년 새해가 되면 여러 가지 꿈과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그런 소시민의 소망은 아랑곳하지않고 우리 사회는 새해 벽두부터 총선으로 크게 한판 붙으려는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여기저기 현수막이 난무하고 언론은 연신 분위기를 부채질하며 싸움을 붙이려는 것 같다. 가뜩이나 갈라진 사회 분위기가 선거를 통해 얼마나 더 갈등과 반목이 심해질지 걱정이 앞선다. 대다수 국민은 그저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곳곳에서 사회·시민 단체들이 앞장서 밝고 훈훈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늘지고 힘든 이들을 따뜻한 손길로 챙기고 갈라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그런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무척 다행이다. 그들은 늘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활동에 매진한다.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좋은 마을과 골목을 가꾸고, 어려운 이웃을 내 가족처럼 돌보고, 재난재해 같은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에 묵묵히 자기의 시간과 재화를 들여 무보수 활동을 한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이름 ‘자원봉사자’들이 펼치는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닥쳐올 것이다. 우리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지구환경 보전,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 인류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담론과 활동이 활발해야 할 것이다. 나눔과 돌봄, 배려와 존중이 넘쳐 나야 한다. 총선으로 인한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면 할 일이 더 많아짐은 물론이거니와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마저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지역 갈등으로 시작된 병폐는 이념과 세대 갈등으로 확산돼 서로를 불신과 의심으로 보며 적으로 만들어 가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정치인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그들의 선동과 개인적 욕망에 동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툼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일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자 부담이다. 방관자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갈등과 분열이 남기는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크고 그 상처는 오래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4천980달러로 세계 23위라고 한다. 이는 선진국 수준의 수치임이 분명하다. 이제 좀 살 만해졌다는 말인데 우리의 의식이나 행동은 아직도 선진국과는 먼 느낌이 든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동서남북, 세대, 이념, 지역 등 갈등과 다툼을 줄이는 일에 모두의 힘과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형형색색 다양한 재료들이 잘 어우러져야 더 맛있는 비빔밥처럼 각자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우리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해보자. 2024년 갑진년 청룡의 기운으로 더 값진 한 해가 되도록 함께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한-아세안 한상포럼 발족과 경기도 스타트업

얼마 전 방콕에서 개최된 ‘2023 아세안 한인상공회의소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한·태상공회의소와 ㈜엔피프틴파트너스가 주최했다. 아세안 지역 6개국(태국,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한인 상공회의소가 참가의 주축을 이뤘지만 태국 주재 외국상공회의소(JFCCT)와 한미산업협력협회 등도 참가해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에 대해 진지한 발표와 토론시간을 가졌다. 포럼에서는 몇 가지 사안을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포럼 명칭을 한-아세안 한상포럼으로 정하고 정기화하며, 참가 회원국 수를 아세안 10개국으로 늘리고 방콕에 한-아세안 한상포럼 사무국을 설립해 한국 스타트업들의 아세안 진출을 위한 시장권역 확대, 파트너 구축, 국제 투자활성화 등에서 허브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현재 아세안은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해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을 핵심 과제로 선정해 두고 있다. 아세안 디지털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아세안에서는 한때 달성하기 어려웠던 유니콘 지위, 즉 기업가치가 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올 7월 아세안에는 총 52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에는 26개의 유니콘이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데카콘(기업가치가 100억달러 이상인 기업)으로는 GoTo와 J&T Express가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대한민국 유니콘 기업의 수는 총 22개이니 아세안이 두 배 이상이나 된다고 볼 수 있겠다. 대외적으로 한국은 이러한 아세안에 대해 미래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한-아세안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해왔다. 한국과 아세안은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아세안 스타트업 파트너십’ 구축에 동의하고 ‘한-아세안 스타트업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와 아세안 중소기업조정위원회(ACCMSME) 간 정책대화가 출범해 한-아세안 스타트업 협력 비전을 담은 ‘한-아세안 스타트업 정책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대한민국 정부는 ‘스타트업 코리아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요지는 ▲한국 창업·벤처 생태계의 글로벌화 ▲벤처투자 민간투자 촉진 ▲지역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스타트업의 개방형 혁신 촉진과 규제개선 ▲축적된 경험을 통한 도전적 창업 분위기 조성 등이다. 이번 추진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의 창업지원 대상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일 것이다. 그간 정책지원 대상이 내국인의 국내 창업에 한정됐다면 이제 해외에서 현지 창업을 한 한국인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쉽게 창업하고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에 발맞춰 지난 10월12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천국’ 비전을 선포하고 오는 2026년까지 3천개 벤처스타트업(새싹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24년 하반기 판교에서 국제 스타트업 투자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필자는 위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아세안의 한인 상공회의소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거점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아세안 한인 상공회의소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인 공동 창업자를 찾거나 현지 기업을 조력자로 구해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현지 창업생태계 안착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내 비즈니스 연계를 통해 아세안 스타트업들의 국내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과 아세안 양 지역의 스타트업들은 서로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영역을 개척하고 확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며 한인 상공회의소들은 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쪼록 경기도내 스타트업들이 내년에 발족하는 한-아세안 한상포럼과 조직적 연대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아세안과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모두가 힘 모아야

포천시가 ‘품격있는 인문도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 모두 생활 속 인문환경을 누리고, 포천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포천의 특화된 인문자산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포천은 다양한 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출토되는 곳으로, 역사적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러한 자원을 연구하고 보존·전시할 수 있는 시립박물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포천에는 2종 박물관인 포천역사문화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공간이 매우 협소해 인문학 소양을 기르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이나 포천시민의 역사 정체성을 키우는 다양한 기획 전시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시립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는 인문과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포천시립박물관(1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시립박물관 건립을 전담하는 박물관팀을 신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 통과를 위한 포천시립 박물관 건립 사전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10월 착수했다. 또 1996년 포천군지 편찬 이후 변화된 시민의식과 문화상을 반영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편제를 모색하고 역사·문화, 경제 등 포천의 변천사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포천시사 편찬사업도 올해 12월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유물 구입 예산 또한 크게 증액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유물 구입 및 기증·기탁 운동도 함께 진행한다. 포천시민과 함께하는 박물관 건립 추진운동도 준비 중이다. 민관협력체계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희망 서명운동, 릴레이 응원 메시지, 박물관 콘서트 등을 대대적으로 펼쳐 시민 공감대 형성을 이끌고자 한다. 시민들의 참여와 응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 가는 인문도시야말로 우리가 꿈꿔온 ‘품격있는 인문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모두의 힘이 모아진다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지역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포천시민 모두가 인문환경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을 찾고, 포천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해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하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2024년 한국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제언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2023년 1년간 경제종합점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로 평가했다는 결과를 언급하며 국민들의 고통 분담 덕분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헌법이 정한 시한을 한참 넘겼지만 정부안 656조6천억원으로 정부안을 의결 처리했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 기술패권 전쟁은 단순히 우리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대항전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한국 기업의 구조혁신은 친환경, 디지털화 흐름, 디지털데이터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산업구조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전환(DX)은 산업의 디지털화를 뛰어넘는 주력 산업에 데이터, 5G, 인공지능 등을 접목해 신제품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발, 향상시켜야 한다. 주력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등을 혁신적 기술개발을 통해 친환경화로 전환하고 4차 산업의 핵심인 바이오, 인공지능과 2차전지, 원자력, 스마트농업, 로봇 신산업 등을 발굴해 초격차 기술화해야 한다. 둘째, 초격차 기술의 최고급 인재 육성은 우수인재들을 해외에서 불러들여 침체된 산업에 활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모든 국가가 첨단산업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해묵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해외 기업 및 연구소들과 대등한 경영환경을 만들어줘야 우리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서 신기술 연구개발(R&D)에 나서면 경쟁력도 되살릴 수 있다. 셋째, 정부 R&D가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국가·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R&D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체계에서는 글로벌 기술 변화에 즉시 대응해 R&D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순수 R&D사업은 조사 기준과 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나눠먹기식 관행적 R&D를 지양해야 한다. 넷째, 규제 개혁을 위해 빠른 시간에 입법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세계가 인공지능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첨단산업인재혁신특별법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재입법도 시급한데 손도 못 쓰고 있는 중이다. 당장 시작해도 촉박한 고준위방폐장특별법,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항공청법, 재정준칙법도 진척을 보이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중소기업기본법 등 법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제외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3년 넘게 발목이 잡혀 있고 드론·로봇 등 무인배송 수단을 허용하는 생활물류서비스 발전법도 마찬가지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특별법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제 디지털경제를 넘어 데이터경제로 한국 기업의 혁신 성장을 베스트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즉, 국가 간의 초격차 경쟁에서 데이터경제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섬 우편’ 자치사무냐, 국가사무냐

지난 4월 인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한 4개 섬(자월도, 대․소이작도, 승봉도) 주민들은 우편(택배) 사무의 갑작스러운 중단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리 발달된 스마트폰, 인터넷 세상에도 고령화가 심한 섬 지역 사람들은 우편물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주로 농어업의 종사하는 지역경제는 우체국 택배 없이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정보격차가 심한 농어촌, 특히 섬 지역에는 우편물이 소식꾼이고 우체국 택배가 곧 살림꾼인 셈이다. 민간 택배도 없지는 않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싸 이용하기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사건의 발단은 우체국에 기간제로 근로 계약된 특수지 집배원들의 우편(택배) 수거 업무 보이콧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인근 덕적도에 소재한 덕적우체국이 자월면의 우편사무까지 함께 봐왔지만 소속 집배원들은 대가없이 자월면 우편사무까지 덤으로 수행해왔던 것이다. 애초에 자월면에 우체국이 없던 것이 화근이다. 주민들은 그간에도 덕적우체국을 경유하느라 우편 수·발신에 애를 먹었는데 업무 거부까지 겹쳐 생계까지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지난 7일 자월면에도 우편취급국이 개국하며 그간 가슴 졸였던 주민들은 한시름 덜었다. 옹진군이 나서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우편업무를 위탁받아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우편취급국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위탁하는 순수 우편 업무만 취급하는 미니우체국이다. 운영의 주체도 국가가 아닌 지자체인 옹진군이 떠안았다. 군은 면소재지인 자월도에 우편취급국을 설치하고 인력을 채용했으며 나머지 3개 외곽 도서에는 군의 행정기관에까지 접수창구를 마련하고 인력도 추가 배치해야 한다. 국가의 사무가 아무런 비용과 인력 지원 없이 자치사무가 돼 버린 이상한 구조다. 본래 정식 우체국이 설치돼야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가가 자기사무로부터 도피한 모양새다. 비슷한 사례는 2021년 연평도에서도 발생할 뻔했다. 1962년부터 별정우체국으로 운영을 이어오다 2018년 일반우체국으로 전환됐던 연평우체국을 적자라 해서 우편취급국으로 축소하려다 주민들의 큰 반발로 철회했다. 이렇듯 섬 주민들은 시장논리에 맞서 도시주민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권리까지 쟁취해야 하는 혹독한 현실에 내몰려 왔다. 우정사업은 전기, 수도, 가스, 철도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익사업이다. 또 국방, 외교, 치안, 공원, 도로같이 누구도 소비 혜택에서 배제할 수 없는 공공재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에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며 누구보다 더 비싼 비용을 치러서도 안 된다. 우편법 제14조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효율적인 전국 우편 송달 체계 마련과 공평한 요금 등 기본적인 우편역무 제공을 국가의무로 부과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국가의 의무가 현실에선 외면받고 무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기부와 우정사업본부는 되짚어 봐야 한다. 만약 대도시 중심지 한곳에 제공되고 있던 우체국 업무가 중단되거나 신도시에 우편취급업무가 배제될 때도 우정사업본부는 인력과 예산을 탓할 것인가. 우정사업은 여건이 열악한 도서벽지에 더 큰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장논리에 사로잡혀 수익성만 좇는다면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으며, 신성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결과를 초래해 나아가 국가의 존립 근간까지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기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섬 주민을 위한 보편적 우편역무 제공에 적극 나서야 하며 자치단체에 일부 역할을 부여하려면 합당한 소요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비용과 수익을 따져가며 경제논리에 더 이상 숨지 말고 국가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섬 주민들이 눈물과 차별 없이 공평하게 우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혜로운 통찰과 혜안을 보여주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별이 된 시인 윤동주를 기억하며

오는 30일은 윤동주 시인 탄생 106주년이다. 윤동주 시인은 사실 자유 대한민국의 보배이자 자랑이다. 그의 삶을 조명해 보면 짧은 인생은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윤동주 시인을 다시 기억하며 그의 삶으로 교훈을 얻는다. 첫째, 삶을 나누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송몽규와 문익환이다. 연희전문학교에서 일본 유학까지 같이 간 강처중도 있다. 연변 용정에서 출생해 함께 자란 친구들과 명동학교에서 수학했고, 은진중학교에 진학한 시인은 집안 어른들을 설득해 그해 여름 숭실중학교 3학년으로 편입한다. 바로 친구 문익환이 진학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옥중에까지 송몽규와 함께 저항운동을 하다 체포돼 둘 다 같은 감옥에서 옥사하게 된다. 평생을 같이하며 죽음까지 함께하는 이런 친구와 함께였다. 둘째, 배움의 길은 끝이 없었다. 명동학교를 거쳐 은진중학교, 숭실중학교, 광명학교, 연희전문학교를 넘어 일본 릿쿄대와 도시샤대에까지 유학하며 공부했다. 그의 삶의 여정은 배움의 길이었다. 배움을 위해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해외까지 가서 생활했다. 셋째, 남다른 한글 사랑이다. 시인의 한글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문우(文友)’에 발표한 작품인데, 교우회 발행이 해산되는 1941년 6월 문우(文友)는 마지막 5호로 전체 내용이 거의 대부분 일문(日文)으로 쓰여 있을 정도였지만 윤동주와 송몽규, 강처중 세 친구의 시만은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때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버티며 한글 작품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넷째, 주변에 좋은 멘토가 있었다. 김약연 목사를 비롯해 아리랑의 춘사 나윤규, 조두남, 윤극영, 이동휘 등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눈물과 기도가 그에겐 좋은 멘토였다. 다섯째, 불의에 도전하는 저항정신이다. 평양 숭실중학교에 와서 처음 부딪힌 것은 뜻밖의 ‘신사참배’ 강요였다. 일제는 한민족의 회유와 탄압, 말살이라는 정책으로 각지에 신사를 세우자 총독부의 강경책에 동료들과 저항하면서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학교도 휴교에 처하게 된다. 여섯째, 자기희생을 감당하는 자기성찰이다. 대표적으로 시 ‘참회’와 ‘십자가’다. 일제강점기의 ‘창씨개명’을 평생 후회하며 참회하는 자기성찰과 시대의 아픔을 타인의 문제가 아닌 자기 스스로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고, 잘못한 것에 대한 진실한 참회는 맑은 양심의 기초가 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 그래서 더욱 빚진 심정으로 민족의 고난과 역사에 자신을 헌신했다. 시 ‘십자가’에서 나타난 것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겠다고 다짐으로 순례자의 삶을 묵묵히 살았고 수난의 가시밭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죽음을 맞았다. 일곱째, 육신으로는 죽었지만 시(詩)로 다시 부활한 ‘시 세계’다. 윤동주 시인은 옥중에서 무명한 자로 남긴, 그의 정신세계의 표현이자 삶의 고백서인 두 권의 자필 시집을 남기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시인의 생애는 비록 짧았지만 음울하고 가혹한 시대 상황 속에서 반드시 광복의 날은 오리라 믿고 써 내려간 주옥같은 시어들은 오늘날까지 해맑은 영혼의 징표로 남아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안고 밤하늘에 별빛 같은 삶을 산 시인의 삶을 다시 주목하고 기억하게 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친환경학교급식의 미래, 지속가능한 먹거리 공공조달

위험 한계, 기후위기의 상황에 처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먹거리 체계를 바꾸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당연히 자재와 화학비료를 덜 사용하는 친환경·유기농업을 실천하고, 밥상에서 육식과 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이런 노력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먹거리 체계의 전환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유엔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 12: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실천하는 유력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공공조달’이다. 공공조달은 공공의 영역에 필요한 물품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에 의해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하는 시장 혹은 경로를 말하며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충족하는 물품이 거래된다. 우리나라 학교급식은 대표적인 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식재료를 구매할 급식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예산에서 지원되고 많은 지자체에서는 ‘친환경 우수농산물’의 사용을 위해 추가로 예산을 지원한다. 그런데 학교급식을 통한 먹거리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는 예산 지원만으론 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학교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혹은 친환경·유기농산물에 접근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있어야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러한 경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243개 광역 및 기초지자체 중 97개 지자체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친환경급식지원센터도 그중 하나다. 친환경 농민들은 자율적인 ‘친환경 학교급식 출하회’를 조직해 학교에서 필요한 농산물의 품목과 물량에 대한 생산계획을 1년 단위로 수립한다. 경기도와 교육청의 예산을 지원받는 학교들은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이용해 책임 있게 소비한다. 경기도의 ‘먹거리 공공조달’ 체계를 이용해 책임 있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의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장’은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공공조달 시장’은 다르다. 하루 한 끼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식단’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먹거리 공공조달’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도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먹거리 공공조달을 학교 외의 공공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경기도에서도 접경지역 군부대에 친환경·유기농산물을 공급하고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친환경 급식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상황은 더 빠른 먹거리 체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친환경·유기농산물 급식을 학교 외 공공급식 전반으로 확대하고 육류와 가공식품을 포함한 전체 식단을 지속가능한 식단으로 만들기 위한 먹거리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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