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이혼율, 세계 최고의 노동 시간,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꼴찌. 우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정적 지표들이다. 이런 곳에서 많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 위 지표들이 생생히 증명해 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지만, 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영어로 ‘load’, ‘burden’의 의미인 ‘짐’을 두 종류로 분류하고 싶다. 물질적인 짐과 정신적인 마음의 짐이 그것이다. 물건의 짐은 눈으로 보이고 육체적으로 무게를 수반하기 때문에 바로 인식하고 피할 수 있지만, 마음의 짐은 눈으로도 보이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흔적이 없으므로, 내가 지금 마음의 짐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겉으로는 편안한 척, 건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정신적인 짐이 쌓이고 쌓여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더 나아가 육체적·정신적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자료에서 볼 수 있다. 그럼 삶을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이고, 정신적 짐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생각에 빠져 그곳에 매몰된 탓이다. 생각이 지금 여기 현재에 있지 못하고, 과거에 가 있거나 미래에 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에 있으므로, 삶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동·서양의 많은 성인은 말한다. 자신은 지금 이곳에서 순간 순간을 산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과거나 미래로 갔고, 그것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로 후회하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걱정하고, 탐하고, 우울해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 속담과 같이 ‘사람들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다. 이런 자신을 모습을 자각하고 사느냐, 자각하지 못하고 생각 속에 빠져 사느냐는 삶의 질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자각의 순간이 많을수록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과거로부터 온 익숙한 생각에 인생을 맡기지 말고, 생각에 속지 않는 것이 지혜의 삶이다. 그것들을 없애거나 누르거나 두드려 부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냥 신경을 쓰지 말고 그런 생각이 일어났음을 인식하고 방하착(放下著,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다)하면 된다. 그러면 생각도 구름처럼 왔다가 사라질 것이다. 삶에 필요한 것들은 항상 지금, 이 순간과 관련 있다. 필요한 것은 다 채워진다. 그러니 무엇을 더 욕망하는가. 생각이 과거나 미래로 가려고 할 때 이를 자각하고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어디로 가려고,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지금 여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부정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저기’로 가려는 마음이 문제임을 아는 것이 삶을 지혜롭게 사는 비밀이 아닐까 싶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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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23-08-21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