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범죄 피해자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만큼 범죄 피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강력범죄 피해자 다수는 범죄 피해 이후에도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 등으로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러한 인식에 힘입어 최근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범죄 피해자 지원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범죄 피해자에게는 어떤 지원을 해 줄 수 있을까? 첫째, 경제적 지원이다. 피해자가 생명·신체에 대한 범죄로 신체 피해를 입거나 이로 인해 생계가 곤란해졌을 때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정부기관을 통해 의료비, 생계비, 학자금, 장례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피해자가 범죄 피해로 사망했을 경우 피해자의 유족은 구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살인·방화 사건 등으로 피해자의 주거지가 오염되거나 소실되는 등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현장 정리, 주거 지원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심리적 지원이다. 경찰은 심리학을 전공한 피해자 전담경찰관을 특별채용해 강력범죄 피해자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스마일센터 등 전문심리상담기관에 연계해 범죄 피해로 인한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방지하고 있다. 또 외부 심리전문가가 피해자의 신체, 심리, 경제, 사회적 피해를 종합 평가 후 보고서를 작성, 수사 서류에 첨부해 구속영장을 심사하거나 재판부가 양형을 정할 때 활용될 수 있는 범죄피해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셋째, 법률적 지원이다. 법을 몰라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법률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법정 출석 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법정모니터링을 실시해 법원에 동행하거나 재판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등의 법률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다. 경찰에서는 보복 및 2차 피해 우려가 있을 경우 심사 의결해 피해자에게 그 정도에 따라 스마트워치 기기 지급, 주거지 순찰, 주거지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신변 위협으로 귀가가 곤란한 피해자에게는 관내 업무협약(MOU)을 맺은 숙박업소를 활용해 임시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6월부터 경찰청에서 우수 민간경비업체와 협업해 고위험 범죄 피해자를 밀착 경호하는 민간경호를 시범 운영하는 등 여러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들에게는 매 순간이 골든타임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지원을 받는 것이 피해 회복에 중요하다. 피해자보호지원제도의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면 각 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이나 수사심사관실로 연락하면 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고속도로순찰대가 알려 주는 ‘고속道’

고속도로는 기본적으로 차량 흐름을 제어하는 신호등 등 안전시설물이 없어 먼 거리를 빠르게 갈 수 있는 편리한 자동차전용도로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건설됐고 우리나라 최초는 1967년 경인고속도로(인천 서구↔서울 양천구)이고 최장 거리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부산 금정구↔서울 서초구)다. 대한민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드는 편리한 고속도로는 일반도로와 어떤 점이 다르고 운행상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째, 주정차는 일반도로에서는 모두 가능한 지역이나 예외적으로 주정차금지장소(어린이보호구역 등)를 지정해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고 이와 반대로 고속도로는 모든 장소가 주정차금지구역이고 예외적으로 주정차 가능 지역(휴게소 등)을 지정하고 있다. 고속도로 주정차는 단순한 직선로 위주의 고속도로에서 후행 진행하는 차량이 갓길 등에 주정차된 차량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 후방 추돌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불가피한 주정차로 운전자는 비상등 켜고, 차량 트렁크를 연 뒤 후방 100~200m에 삼각대를 세운 후 도로 밖으로 피해 112에 신고하면 된다. 단, 긴급할 때는 비상등과 차량 트렁크를 열고 대피해야 한다. 둘째, 보행자·이륜차·저속전기차는 일반도로와 달리 고속도로에 출입금지다. 일반도로에서 교통법규 위반은 경미 사범으로 단순한 범칙금통고처분 대상이나 고속도로는 진입 자체만으로도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 시속 100㎞ 이상의 고속도로는 보행자와 이륜차 등의 교통 환경이 맞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성이 크므로 운전 중 하차하거나 진입하면 절대 안 된다. 셋째, 추월차로는 고속도로에만 있고 일반도로에는 없다. 고속도로는 일반적으로 승용차 기준 최고 시속 100~110㎞, 최저 시속 50㎞로 제한속도를 규정하고 있고 편도 3차로 기준 △1차로는 추월차로 △2차로 승용, 승합 25인승 미만 △3차로는 대형 승합, 화물차량 등으로 차로 지정이 돼 있다. 추월차로를 지정한 이유는 차량의 속도 규정 내 70~80㎞로 모든 차로를 진행하거나 규정 최고속도에 맞춰 진행하면 뒤따르는 후행 차량들이 순차적으로 속도가 낮아져 차량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뚜렷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유령 정체가 발생해 교통 불편을 겪게 되니 반드시 차로를 준수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정확히 알고 이용하면 우리 생활에 보다 나은 교통 환경을 제공하지만 소홀히 여긴다면 피해가 발생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주정차금지 △보행자·이륜차·저속전기차 출입금지 △추월 및 지정차로 준수 등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지속가능’ 미래도시 꿈꾸는 인천 동구의 도전

인천 동구는 구한말 외세에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해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역사적 현장이다.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학교, 인천 최초의 상수도 시설이자 도시계획 시설이 있는 곳, 인천의 3·1운동 발상지, 인천에서 호적상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철강·섬유 등 우리나라 전통산업 태생지 등등 동구는 그야말로 인천의 모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인천국제공항 건설, 인천경제자유구역 같은 자족도시가 개발되고 관내 대규모 공장들이 타지로 이전하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전락했다. 원도심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상주인구 감소와 상권 쇠퇴 등 도시 공동화가 가속화되면서 2021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동구만의 문제는 아니며 도시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원도심이라는 한계 탓만을 할 수는 없다. 동구를 살고 싶고 매력 넘치는 미래도시로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미래지도를 그려야 할지 단체장으로서 고민이 앞서는 부분이다. 마침 인천시가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해 ‘제물포 르네상스’, ‘중·동구 행정구역 개편’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동구 역시 지난해 7월부터 ‘2040 도시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준비하며 구체화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면서 2040년까지 지속가능한 청사진과 단계별 실천 과제 등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기 위해 최근 동구 공무원, 대학교수,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기술자로 구성된 시찰단을 꾸려 독일 함부르크시와 베를린시의 노후 공업지역의 복합개발 및 스마트 압축도시 사례 등을 직접 둘러봤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하고 동서독 통일 과정을 극복한 유럽의 강국 독일이 그들의 우수한 기술력을 도시에 융·복합한 스마트 미래도시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함부르크시의 ‘하펜시티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1997년 항만 재개발 계획 발표 후 약 18조원을 투입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장기적인 대형 프로젝트로 쇠퇴한 엘베강 일원의 인공 항구 유역을 친환경 복합압축도시로 개발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베를린시의 전기·전자 글로벌 기업인 지멘스는 19세기 말 베를린에 흩어진 생산설비를 모아 산업거점으로 육성한 베를린 스판다우 지역 동쪽을 베를린시와 2017년 약 7천700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지멘스슈타트’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직접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노후 산업거점을 주거, 교육캠퍼스, 생활, 업무 등이 복합된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도시로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독자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기술을 도시에 녹여내 지속가능한 미래도시가 갖춰야 할 표본을 기업이 직접 실험하고 공공은 도시의 성공과 활성화를 위해 이를 충실히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동구는 만석·화수동 노후 공업지역 일대 산업시설로 단절된 해안 공간을 1, 2단계에 걸쳐 해안산책로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인접한 인천역 및 월미도와도 연계해 토지 이용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해양친수산업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독일 사례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방향을 구상 중이다. 또 저차 산업 중심의 공업지역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문제를 예측하는 스마트 도시정책을 만들어 도시적 관점에서 저비용 고효율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스마트기술은 신도시를 멋지게 꾸미기 위한 정책이 아닌,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새로운 도시정책이다. 이 새로운 도시정책은 민·관·산·학이 서로 공감하고 협력할 때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동구는 도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매력적인 미래지도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 왔고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적막강산이던 대표적인 원도심이 모두가 살고 싶은 행복한 도시로 상전벽해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9·4 공교육 멈춤의 날’ 재고해야 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오는 9월4일을 ‘9·4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명분은 지난 17일 “국회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에서 제대로 된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서이초 A교사의 49재를 디데이로 정했다. 교사들은 내달 4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학교는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지정해 달라고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교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체 측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진행하는 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해당 날짜에 ‘보호자동행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사유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참가하기’ 등으로 표기하는 방안까지 제안하며 독려하고 있다. 오늘날 교권 추락의 법률적 원인은 ‘학생인권조례’에 기름을 부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방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기인해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그 결과 서이초 A교사의 비극이 있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육활동이 방해받는 경우를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교사는 ‘단체행동권’을 가질 수 없다. 헌법 제33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 그러나 2항을 보면 ‘공무원의 경우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한다’고 규정한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국·공립 교원이나 사립 교원은 집단행위가 금지돼 있다. 통상 교사들은 파업에 준하는 행동을 ‘연가’로 처리한다. 현행 ‘교원 휴가에 관한 예규’를 보면 연가는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근무능률을 유지하고 개인생활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휴가’라고 명시돼 있다. 합법을 가장한 편법과 탈법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교육자의 윤리성 공직관에 비춰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성서를 읽는다는 명목 아래 촛불을 훔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서이초 A교사의 비극은 라디오 볼륨처럼 커져 이제 교육사의 각인으로 남았고 비극은 교권 수호의 교향곡이 됐다.  ‘유능한 사람은 근육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교사들의 절망감이 임계치에 도달한 지금은 ‘감성보다 이성’을 ‘근육보다 머리’로 해결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교육부와 여야 정치권은 초·중등교육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등을 개정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및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 적용 대상 제외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 교육활동 전반을 모두 법률로 강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교육의 실종을 내포한다. 교육은 부부간의 애정과 같아서 법률로 강제하기 이전에 학생과 교사의 심리·정서적 유대와 교감으로 이뤄지는 인간관계의 특수성 있는 활동이다. 교권 추락은 ‘학생인권조례’에서 시원(始原)됐는데 학생 인권이 신장됐나 반문하고 싶다. 국가의 주요 공공재인 교육에서 교사의 권위 추락은 사회를 지탱하는 내구력이 소진됐다는 방증이다. 한데 교사 권위 추락을 놓고 가위의 윗날이냐 아랫날이냐의 책임 공방은 부질없는 일이다. 사족을 달면 세기적 재혼인 오나시스와 재클린 여사의 결혼계약서는 A4 용지 700장 분량이었다고 한다. 계약서(법적인 문서 또는 약정을 의미)도 넓은 의미의 법률인데 그들은 행복했는가. 결국 파혼했다. 학생 교육활동을 위한 각종 법령 정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다. 전국의 교사들은 사회를 향해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쉽지 않은 난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별기고] 폭염 피해 예방,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폭염으로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한 달 내내 43도를 기록했다. 캐나다와 하와이에는 폭염 속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인도는 5월에 49.2도까지 오르며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우리나라도 8월 초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폭염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는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오랜 기간 나타난 통계상 유의한 수준의 기후 평균 상태나 변동성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0년(1991~2020년)과 과거 30년(1912~1940년)의 장기적 기후변화 분석 결과 봄과 여름의 시작일이 빨라졌다. 또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으며 모든 절기의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말 그대로 기후가 변했고,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폭염은 자연재난 가운데 단일 기상 현상으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다.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던 2018년 여름, 전국에 4천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당시 서울의 최고기온은 39.6도였고 폭염일수는 22일로 1943년 이후 가장 길었다. 앞으로 2040년까지 폭염일수는 평균(2000~2019년) 8.8일에서 17.8일로 9일 증가하고 열대야일수는 3.2일에서 15.4일로 12.2일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폭염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누구라도 어디에 있든 폭염 피해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폭염의 위험성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대처 능력의 차이에 따라 달리 나타나며 어린이, 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가 폭염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최근 유엔은 2030년까지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인류 보편적 환경, 경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의제로 설정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상청은 폭염 취약계층의 폭염 피해를 예방하고자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신체적, 사회·경제적 제약으로 폭염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자녀가 부모님 거주지역의 폭염 영향정보를 받고, 폭염 예상 시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도록 하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 드리기’ 캠페인과 스마트마을방송을 통한 폭염 예방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폭염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국민 소통 활성을 위한 ‘해패해피 캠페인’과 폭염 피해 최소화를 위한 ‘폭염특별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기상청은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기고]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도 스마트하게

경기 화성시의 한 기업은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근로자 35명의 소기업이다. 사업주 A씨는 재정 여력이 녹록지 않아 노후한 위험 기계와 재래형 방호장치 교체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산업용 로봇의 경우 법적 방호장치인 안전방책 및 안전매트가 설치돼 있어 정상 작업 중에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낮으나 산업용 로봇의 검사·수리·조정 작업 등 작업자가 로봇 주변에 설치된 방책 안으로 들어가 작업하는 경우 로봇이 오작동하거나 다른 작업자의 조작 실수로 로봇에 끼이거나 충돌할 경우 작업자가 사망할 수 있는 중대재해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어 불안하고 고민이 많았다. A씨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법은 산업용 로봇작업 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스마트 통합안전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만약 작업자가 로봇 가동을 중지하지 않은 채 로봇 방책 내부로 진입하면 스마트 안전장비(3D 레이저 스캐너 등)가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인지해 로봇의 가동을 서서히 감속시키고 사고위험 구역 내에 근접하면 로봇의 작동을 중지시키는 방호장치다. 또 이 같은 불안전한 행동은 관리감독자 등에게 무선통신을 통해 신속히 상황을 알려줘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 수립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그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혁신적인 장비임에도 중소기업에서 도입을 꺼렸던 이유는 값비싼 설치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올해 4월부터 정부는 사고 예방을 위해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25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투자비용의 80%를 지원하는 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대표 A씨도 올해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을 통해 투자비용의 80%까지 지원을 받아 산업용 로봇에 스마트 안전장비를 설치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에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은 ‘안전보건공단 클린사업장 조성사업’ 누리집을 통해 공단본부에서 진행하는 공모 기간에 신청해 선정되면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 비용의 최대 80%를 사업장당 3천만원 한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시설 및 장비는 점점 복잡하고 대형화되는 추세로 산업현장의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나 정보력이 취약해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사업이 중소기업의 안전수준을 한 단계 높여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해경 소속 ‘72경비정’ 순직자 유가족은 국가에 묻고 있다

국민들은 잘 정비된 규율로 인해 개인의 권리(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를 국가로부터 잘 보호받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우리 국민이 과연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진정으로 잘 보호받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1980년 1월23일 오전 5시23분께 강원 고성군 거진항 부근 앞 동해상에서 순찰 중이던 해양경찰 소속 72경비정이 안전사고를 당해 해양경찰 9명과 전투경찰 8명 등 승조원 17명이 순직했다. 이로부터 4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나 아직도 사고 해상에서 72경비정 승조원 17명의 유해는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에게는 고통과 상처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수한 해상용 구조 및 구난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경비정을 인양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해양경찰의 최고 수뇌부에서는 72경비정 인양작업에 대한 의지도 없을 뿐더러 현재까지도 인양에 필요한 구체적인 설계와 더불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수뇌부는 72경비정의 침몰사고와 관련해 구태의연하게 인양에 필요한 예산타령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의지가 있다면 그들을 침몰 사고 해상에 계속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차디찬 동해 바다에서 편히 잠들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영혼들과 유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에는 ‘미군과 함께한 전우들은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유해발굴 예산 역시 해마다 증액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1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호국보훈의 달 행사 당시 슬로건은 ‘BRING THEM HOME,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였다. 승조원들의 유해와 유품을 속히 인양하는 소관 행정기관의 책무 및 의무에 관해 72경비정 순직자 유가족들은 망자들을 대신해 조국 대한민국에 지금도 묻고 있다. “우리 순직자 유가족들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잘 보호받고 있는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순직한 17명의 영혼은 언제쯤 그리운 조국의 땅에 묻어 주려고 하십니까”라고 말이다. 이제 국가는 순직자 유가족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호소에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근대교육 115년 ‘교육도시’ 용인을 희망하다

한국의 대표적 사회 문제 중 하나가 교육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조선시대는 유교 교육과 함께한 500년이었다. 유교 교육은 신분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지배계급 지향을 통해 국가체제를 보호하는 기능에 충실히 기여했다. 이후 인간 평등사상에 근거한 교육의 기회 균등을 지향하는 실학자들이 등장했으나 큰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실천적 교육 변화의 시작은 1876년 부산항 개항 이후 빠르게 전파되는 서양문물과 함께 시작됐다. 특히 사회적 계급을 구별하지 않고 신교육을 실시한 선교계 사립학교들의 교육적 성과는 교육 근대화 정책 수립의 마중물이 됐다. 그리고 1895년 고종은 ‘교육입국조서’를 발표해 근대교육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근대식 학제 성립의 토대를 마련했다. 근대적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역할은 정부보다 민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1883년 함경남도 원산에서는 근대 문물을 교육하기 위해 ‘교영재(원산학사)’라는 교육기관을 지방관료와 주민들이 합심해 설립했다. 이는 1886년 최초의 관립학교인 ‘육영학원’에 비해 3년이나 앞선 최초의 사립학교 설립이었다. 이후 1910년경까지는 선교사들이 설립한 기독교계 796개교를 포함해 민간 사립학교가 3천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하니 예나 지금이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용인지역에도 지금의 처인구 양지면에 주민들이 합심해 1908년 용인 최초의 근대적 학교를 설립했다. 추계(秋溪)와 양지(陽智)라는 지명의 첫 글자를 딴 ‘추양(秋陽)’과 의연금(義捐金)을 모아 설립한 교육기관이라는 의미의 ‘의숙(義塾)’이 합해져 ‘추양의숙’이라는 사립학교였다. 이후 민족교육을 실시하는 사립학교들에 대한 장악을 위해 조선통감부는 1908년 ‘사립학교령’을 공포한다. 1910년 출범한 조선총독부는 1911년 8월, 제1차 조선교육령 공포를 통해 보통 수준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국어(일본어) 교육 실시를 위해 보통학교를 운영하게 된다. 추양의숙 역시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1911년 9월1일 4년제 양지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제1회 졸업생 15명을 배출했다. 이러한 민초들의 설립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학교가 바로 현재 용인시 양지면에 소재하고 있는 양지초등학교다. 용인 근대교육의 시작점인 1908년은 경기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수원 신풍초등학교(1896년·구 수원군 공립소학교)에 비해서는 출발이 조금 늦다. 하지만 신풍초등학교는 1895년 공포된 ‘소학교령’에 근거해 설립된 공립의 성격이었다면 양지초등학교는 설립의 모태가 지역주민들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할 것이다. 용인특례시는 1996년 시 승격 이래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민선 8기 이상일 시장은 ‘용인 르네상스’를 지향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 부흥의 토대를 구축해 오고 있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테크도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문화도시’, 경강선 연장을 통한 ‘교통도시’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추진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교육도시’ 구축이다. 전통적 교육의 틀을 깨고 근대 문물교육을 위해 근대교육이 탄생한 것처럼 인공지능(AI)으로부터 환경 위기까지 현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여건에 부흥하는 새로운 교육도시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의 바탕에는 1908년 용인 근대교육의 시작이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한 것처럼 용인 르네상스 역시 그 주인공은 바로 지역주민이라는 믿음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100년 이상 된 근대교육기관이 5개교나 존재하는 용인은 과거부터 도시 역량 측면에서 이미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는 도시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15년 전 근대교육도시가 되기 위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의 용인특례시 역시 주민과 함께 놓인 환경을 주도하고 우리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도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기도 미래세대를 위한 행복한 밥상

강도 높은 업무, 유해물질 노출, 잦은 부상 위험, 결원 인력 충원의 어려움 등 학교급식 조리종사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관한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4월 기준 경기도 공립학교 학교급식 조리종사자 1명이 담당하는 식수인원은 평균 113명으로 관공서 평균 60명에 비해 2배 정도로 높은 편이다. 경기도에는 조리종사자 1명당 식수인원 140명이 넘는 학교가 아직도 108개나 된다. 학교급식 운영은 식사 시간이 돼 우리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당연한 일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급식을 준비하는 학교급식실의 대부분은 대량의 식수인원의 감당, 급식시간과의 싸움, 식중독과의 전쟁 등 깨끗하고 안전한 급식 제공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노동 현장이 담보돼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학교급식 조리종사자 신규 채용인원은 1천852명, 개인사정 등에 따른 퇴직은 1천175명으로 사명감이 무색해질 정도로 높은 취업률과 퇴직률을 동시에 보였다. 올해도 도교육청은 결원을 메우기 위해 900명에 육박하는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지역별 결원 발생 시 수시 공개채용으로 지역교육청별 신규채용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마저 지원자가 많지 않아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인력 부족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기존 인원이 감당해야 할 업무는 많아지고 강도는 높아지면서 결국 급식실 업무환경은 산업재해로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21년부터 2023년 7월까지 경기도 학교급식 조리종사자 중 산재를 신청한 9명이 모두 직업성 암인 폐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뿐 아니라 통계로 본 같은 기간 근골격계질환 등 업무상 질병 발생 현황은 203건에 달한다. 급식종사자의 인력 증원과 조리흄(cooking fume) 등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는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학교 급식 조리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조리종사자 배치기준 개선과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열기와 연기, 세척 약품 등 유해물질 접촉을 최소화하고 공기질 개선 등 급식실 환기시설을 포함한 환경 개선, 폐암과 산재가 증가하고 있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 더 이상 급식실의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조리종사자의 업무 경감 및 효율적인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HACCP 자동화 시스템 등 자동화 기기 확충 및 급식실 현대화사업을 점차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낮은 임금, 부족한 휴게공간, 자유로운 연가 활용 보장 등 조리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도 학생들은 경기도의 미래다. 급식실 조리종사자들이 행복해야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급식을 먹을 수 있고, 그들이 경기의 미래로 성장해 나갈 때 우리는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新애국론

‘눈뜨라, 사랑하는 눈을 뜨라, 청년아/산바다의 어느 동서남북으로도/밤과 피에 젖은 국토가 있다./알라스카로 가라!/아라비아로 가라!/아메리카로 가라!/아프리카로 가라!’ 시인 서정주의 시 ‘바다’의 일부다. 애국, 애국자를 생각해본다. 일제강점기에는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바쳐 싸웠던 우국지사, 열사, 의사가 있었고 6·25전쟁 때는 투철한 반공의 신념으로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웠던 학도병과 6·25참전 유공자가 있다. 1960년대 이후 평화가 정착돼 가시적으로 애국의 표시가 잘 드러나지 않던 시절 양지 또는 음지에서 국가를 위해 애국을 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그들은 누구일까? 최근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 인요한 박사가 코리아타임즈에 발표한 기고가 흥미롭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잘살게 한 사람이나 집단을 열거했는데 나는 그들이 진정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언급한 첫 번째는 박정희 대통령이다. 조국근대화와 새마을운동. 두 번째로 그룹은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김우중, 구인회, 허만정씨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많은 고용의 기회를 제공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기업인, 세 번째 그룹은 가난한 조국을 뒤로하고 독일에 파견돼 외화를 벌어들였던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 네 번째 그룹은 열사의 나라 중동에 파견돼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외화를 벌어들인 건설노동자다. 다섯 번째 그룹은 구로공단 등 여러 공단에서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며 국가 발전의 기반을 닦았던 청춘 노동자, 여섯 번째 그룹은 월남전에 파병돼 자유진영의 대의명분과 외화벌이를 위해 싸웠던 파월 국군 장병들, 그리고 인요한 박사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이 남편과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며 자신을 희생하고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이 땅의 어머니들이다. 나는 인요한 박사가 정확하게 우리의 근세사를 꿰뚫고 있다고 확신하며 그들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또 하나의 애국자 그룹을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종합상사의 세일즈맨들이다. 국제무대에 내다 팔 상품도 변변치 않던 시절 한국의 젊은 엘리트들은 외국어로 무장하고 세계 각국의 문화를 숙지하고 알래스카로, 아라비아로, 아메리카로 그리고 아프리카로 나아갔던 것이다. ‘수출만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라는 사명감으로. 이제 G7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그 젊은 엘리트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그들 또한 진정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민족의 시련과 영광

오늘의 한반도 정치상황은 정세 변화뿐 아니라 지역의 범위를 넘어서 세계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국제 정치 흐름에 의해 직간접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전환기적 진통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국가 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가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경제력이 신장돼 활동 범위가 전 세계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고 있는데 이는 다시 아시아의 군사 균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주변과 세계의 정세가 불안하다고 희망을 버리고 역사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자포자기의 태도를 가질 수 없다. 주변의 정세가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만큼 오히려 우리의 진로를 능동적으로 찾고 자주적인 안보 태세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 아무리 험한 파도가 밀어닥쳐도 우리의 안보 태세가 물 샐 틈 없이 굳건하고 온 국민이 하나같이 뭉쳐 있다면 오늘의 보람과 내일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의 정치적 운명과 안전 보장을 타의에 맡길 수 없으며 그래서 안되겠다는 것이 과거 역사를 통해서 터득한 값진 교훈이다. 먼저 주변의 정세와 세계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민족의 진로를 주체적으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부단히 배양해야 한다. 자주 국방 태세를 다지는 우리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한반도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전쟁을 억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첨단 무기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의 국가와 민족을 지키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한반도 현실을 볼 때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안보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주 국방 능력의 강화는 앞으로도 계속 추진돼야 하며 전력 증강 계획과 군의 정예화 계획도 더욱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한다. 사면초가의 어려운 여건 속에 있었던 이스라엘이 모진 시련을 이겨내고 강력한 국가로 성장해온 이면에는 온 국민이 하나같이 단결돼 안보를 생활화하고 자주국방 승패에 국운을 걸어온 피눈물 나는 노력이 숨어있다.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 앞에서 광속성 시대를 대비하는 대변혁 재도약을 기약해야 한다. 우리가 편한 삶을 우리까지 고국을 위해 역사의 뒤안길에서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감내한 많은 희생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보람과 내일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이제 겸허하게 역사의 수레바퀴가 남겨온 자국들을 되돌아보고 민족의 역사는 결국 우리 모두의 손으로 엮어 나갈 때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영광이 펼쳐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생각중독, 내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롭기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이혼율, 세계 최고의 노동 시간,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꼴찌. 우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정적 지표들이다. 이런 곳에서 많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 위 지표들이 생생히 증명해 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지만, 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영어로 ‘load’, ‘burden’의 의미인 ‘짐’을 두 종류로 분류하고 싶다. 물질적인 짐과 정신적인 마음의 짐이 그것이다. 물건의 짐은 눈으로 보이고 육체적으로 무게를 수반하기 때문에 바로 인식하고 피할 수 있지만, 마음의 짐은 눈으로도 보이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흔적이 없으므로, 내가 지금 마음의 짐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겉으로는 편안한 척, 건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정신적인 짐이 쌓이고 쌓여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더 나아가 육체적·정신적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자료에서 볼 수 있다. 그럼 삶을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이고, 정신적 짐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생각에 빠져 그곳에 매몰된 탓이다. 생각이 지금 여기 현재에 있지 못하고, 과거에 가 있거나 미래에 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에 있으므로, 삶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동·서양의 많은 성인은 말한다. 자신은 지금 이곳에서 순간 순간을 산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과거나 미래로 갔고, 그것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로 후회하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걱정하고, 탐하고, 우울해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 속담과 같이 ‘사람들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다. 이런 자신을 모습을 자각하고 사느냐, 자각하지 못하고 생각 속에 빠져 사느냐는 삶의 질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자각의 순간이 많을수록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과거로부터 온 익숙한 생각에 인생을 맡기지 말고, 생각에 속지 않는 것이 지혜의 삶이다. 그것들을 없애거나 누르거나 두드려 부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냥 신경을 쓰지 말고 그런 생각이 일어났음을 인식하고 방하착(放下著,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다)하면 된다. 그러면 생각도 구름처럼 왔다가 사라질 것이다. 삶에 필요한 것들은 항상 지금, 이 순간과 관련 있다. 필요한 것은 다 채워진다. 그러니 무엇을 더 욕망하는가. 생각이 과거나 미래로 가려고 할 때 이를 자각하고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어디로 가려고,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지금 여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부정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저기’로 가려는 마음이 문제임을 아는 것이 삶을 지혜롭게 사는 비밀이 아닐까 싶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학생·학부모·교사, 학교공동체 스포츠 통해 소통을

생활체육은 건강 및 체력 증진과 여가 선용을 위해 행하는 체육 활동으로, 운동의 기회와 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권리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체육(Sport for All) 또는 평생 체육(Sport for Lifetime)’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감의 학생 체력증진과 체육활동에 관한 깊은 관심으로 장애학생까지 포함한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진행한다. 하지만 정작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여가활용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들 역시 여가활동이 제한적이라서 학교생활과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와 그들의 여가활용과 건강증진을 위한 지원 방안으로, 교사들을 위한 생활스포츠 참여프로그램의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여가활동으로 얻는 만족은 개인의 생활과 질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교사의 여가활동을 통한 생활만족도가 높아지면 교사의 역할수행과 자기조절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여가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책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범위를 좀 더 확대한다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학교공동체 스포츠프로그램’의 도입을 제시해 본다. 스포츠, 특히 단체 경기에서는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고 연령층이 달라도 서로에게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으며, 서로의 몸짓과 눈빛만으로도 의사전달이 가능하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최근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자주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어울리는 스포츠 교류가 이뤄지고, 그들이 한 팀으로서 함께 땀 흘리고 연습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다 보면, 같은 팀원으로서의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협동심과 단합심이 촉발되고 어느새 소통과 화합을 이뤄내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교육청은 학교 교육이나 그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관청으로 모든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중심 대상은 학생, 교사, 학부모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회가 열리면 피날레로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다리에 끈을 묶고 한 팀을 이뤄 달리기를 하고, 모두가 모여서 오자미를 던져서 큰 박을 터트리며 즐겁게 마무리하곤 했다. 경기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한 팀을 이뤄 참가하는 경기도교육감배 ‘학교공동체 한마음 스포츠 리그’는 어떨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기대를 모았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

뉘우치며 기억해야 할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떠나갔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함께 스카우트 연맹기는 2027년 개최국 폴란드 대원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K팝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12일간의 여정을 끝냈다. 이번 세계 잼버리 대회는 지난 1일 개막 이후 조직위원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미흡한 준비, 부실한 운영 등으로 누가 장소를 선정했는지 그 많은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잼버리’는 북미 인디언의 유쾌한 잔치 또는 즐거운 놀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청소년 야영대회인 잼버리는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세계 청소년들이 국가 민족 종교 이념 등을 초월해 자연 속에서 공동체 야영을 하면서 사회와 인류를 위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배움의 장이다. 우리는 앞서 1991년 제17회 잼버리대회를 강원 고성에서 개최한 경험이 있다. 133개국 1만9천81명이 참가해 당시로는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했다. 1982년 덕유산에서 개최됐던 아태 잼버리 대회는 아시아와 태평양 주변 국가의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대원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고성 잼버리 이후 32년 만에 두 번째 열리는 새만금 잼버리는 과거 겪어 왔던 고성 잼버리로 인해 그만큼 국가적 기대감이 고조됐었다. 기대는 개막일부터 엇나갔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설비 시설 폭염 폭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준비를 마쳤다고 공언한 잼버리 조직위 핵심 부처 수장 등이다. 세계 잼버리 대회는 2017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23년 8월 25회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올해 행사도 역대 최대 규모인 158개국 4만3천여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참여했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행사 중 하나인 잼버리 대회는 14세부터 17세까지 중·고등학교 세계청소년 스카우트들이 이념·언어의 벽을 넘어 공통된 가치관을 추구하고 야영 활동을 통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문화 올림픽이다. 세계 청소년들은 오랜 기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한류 열풍에 대한 기대와 부푼 꿈을 안고 새만금에 왔지만 시작부터 야기된 준비 부족으로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우리는 겪어본 고성 잼버리로 인해 더 좋은 여건에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처음부터 핵심적으로 무엇부터 잘못됐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아라뱃길의 철저한 홍수 예방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그리고 올해 7월 장마로 인해 중부지방에서 안타까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에서는 최근 이상 강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기존의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외에 시간당 72㎜ 이상의 극한호우라는 특보기준을 수립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등 그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조치 및 시설관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굴포천 유역(인천 계양‧부평, 경기 부천‧김포, 서울 강서)에서는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바로 상습적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자 조성된 인공하천인 아라뱃길 덕분이다. 아라뱃길 내에서는 하천제방 전 구간이 100년 빈도 계획홍수위(4.9~6.5m)보다 약 1.0m 상단에 위치하며 굴포천 유역의 집중호우는 아라뱃길로 유입되고 서해 배수문을 통해 서해로 즉시 방류되기에 홍수에도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한 국가하천이다. 아라뱃길로 인한 홍수 예방 효과는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 현황을 비교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굴포천 유역에서는 1987년 대홍수로 37㎢가 침수된 이후에도 도심지 지역의 배수 불량에 의해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으나 아라뱃길을 조성한 2012년을 기점으로 하천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렇듯 아라뱃길은 홍수 처리를 위한 치수(治水)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기에 18㎞의 주운(舟運) 수로를 중심으로 양 끝단에 항만시설과 인천‧김포 물류단지를 조성해 수도권의 유통물류 기능인 주운도 지원하고 있다. 또 2023년 현재 마린페스티벌, 카약축제, 워터축제 등이 열리는 수상레저 명소이자 휴식공간 및 자전거도로 등을 제공함으로써 매년 800만명이 찾아오는 친환경 수변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친수(親水)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작년 11월,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서해뱃길사업’이 서울시에서 공식 발표됐다. 이어 서해뱃길사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K-water는 서울시, 인천시 등과 기관협의체를 구성해 한강~아라뱃길 운항 노선에 대해 작년 시범운항 이후 금년 4월부터 정규 회항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치수 목적과 더불어 친수 공간으로서 아라뱃길의 역할 또한 중요해질 것이며 볼거리 및 관광수요 증가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까지도 기대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화무십일홍’을 무색케 하는 배롱꽃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듯 성한 힘이나 세력도 얼마 못 가 쇠함을 이르는 말이다. 잘나갈 때 겸손을 잊지 말라는 교훈이다. 겸손은 어짊, 예의, 배려와 함께 선비정신의 바탕을 이루는 덕목이다. 겸손과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꽃으로 배롱나무꽃을 꼽는다. 배롱나무는 날과 기온이 좋은 봄·가을을 여느 꽃들에 배려하고 한여름에 꽃피운다. 키도 5m 정도로 작아 주위 환경과 나무에 위압감 없는 겸손도 갖췄다. 배롱꽃은 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전령사다.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려 서원과 사찰의 기와지붕과 녹음 속 배롱나무는 수채화의 정점을 이룬다. 심은 지 얼마 안 된 나무는 고깔과 폭죽 모양 꽃을,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양산 모양의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배롱꽃은 이즈음 제철이다. 극한 폭염으로 가마솥처럼 설설 끓는 한여름. 배롱나무는 강렬한 태양을 무시하듯 붉고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가히 여름꽃의 황제다. 여름꽃이 많지 않지만 배롱꽃이 중국에서 자미화(紫薇花)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미는 북두칠성 가운데 ‘황제’를 의미한다. 배롱나무는 여러 가지 별칭이 있다. 첫째, ‘양반나무’다. 봄꽃이 지고 여름에 꽃을 피움이 양반처럼 게을러서 불린다. 둘째, ‘간지럼나무’다. 수피가 얇아 줄기를 건들면 간지럼을 타기 때문이다. 셋째, ‘약용나무’다. 꽃이 지혈과 혈액순환에 좋고 대하증, 설사, 장염에 효능이 있어서다. 넷째, ‘쌀밥나무’다. 배롱나무꽃이 지면 벼가 익는다고 해서 불렸다. 다섯째, ‘백일홍나무’다. 꽃이 백일을 피기 때문이다. 꽃이 백일을 핀다기보다 여러 개의 꽃이 피고 지기를 백일 동안 계속해 붙여졌다. 여섯째, ‘청렴나무’다. 줄기에 껍질이 없고 매끈하지만, 속은 꽉 차 있어 일편단심으로 여겼다. 배롱나무는 예부터 충절과 청렴의 상징으로 궁궐, 서원에 많이 심었다. 연유는 배롱나무의 두 가지 특성에서다. 하나는 유난히 매끄러운 수피. 껍질의 겉과 속이 같아 표리일체의 선비정신과 통해서다. 다른 하나는 무더운 여름 내내 변치 않고 꽃피는 모습이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닮아서다. 배롱나무를 보며 관직에 올라도 입신과 재산 축적에 욕심 내지 말고,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다. 청백리의 표상인 다산 정약용도 배롱나무를 좋아했다. 그는 선비의 지조와 충절의 의지를 배롱꽃에 담아 시 ‘자미화’를 남겼다. ‘마루 앞에 한 그루 백일홍이 피었는데(堂前一樹紫薇花)/쓸쓸할 사 그윽한 빛 시골집과 흡사하다(寂寞幽光似野家)/번갈아서 피고 지며 백일을 끌어가는데(半悴半榮延百日)/백 가닥의 가지마다 백 개 가지 또 뻗었네(百條仍有百杈枒).’ 공직자에게 청렴은 중요한 가치다.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한다. 작은 꽃씨 하나가 예쁜 꽃밭을 만들 듯 청렴의 씨앗이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공직자는 청렴하게 살기 위해 언제나 마음과 몸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배롱나무의 의미는 오늘날 공직자도 되새겨야 할 귀한 교훈이다. 배롱꽃은 화려함, 빠름과는 거리가 먼 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묵묵히 뜨거운 여름을 기다려 백일 동안 느긋하고 연이어 꽃을 피운다. 소박하게 핀 배롱나무꽃을 보며 느림과 인내, 겸손을 되새겨보자. 부산 양정동에는 천연기념물 168호로 지정된 가장 유명한 수령 800년의 배롱나무가 있다. 경남 함안, 전남 순천, 전북 익산, 충남 서천, 대구 달성군 육신사길, 수원특례시 화서1동은 배롱나무 가로수길로 유명하다. 배롱나무는 여름 뙤약볕 백일간 꽃을 피워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때마침 수원 화서1동에서는 오는 8월19일 배롱나무 축제가 열린다. 배롱나무꽃 빨강 수박화채로 더위를 식혀 보는 것은 어떨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별기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그 해답은 현장에 있다

2021년 4월30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고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양평군민들은 빠른 시일 내 고속도로가 착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대안 노선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쟁으로 확산돼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중단으로 이어져 사업이 표류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12만5천여 양평군민은 허탈함과 실망감 속에서 사업의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서울과의 거리를 좁혀 의료·문화시설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2천600만 수도권 주민에 대한 식수 공급을 위해 각종 중첩규제로 고통 받아온 양평군민의 염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양서면 분기점의 예타 노선과 강상면을 분기점으로 하는 국토부 대안 노선에 대해 ‘어떤 노선이 양평군에 더 이익이 되는 노선일까’, ‘양평군민이 원하는 노선은 무엇일까’라는 양평군수로서의 고민을 통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과 군민의 고속도로 접근성을 높이는 출입시설(IC) 설치가 가능한 노선이어야 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주요 목적은 주말마다 교통 혼잡이 극심한 국도 6호선의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예타 노선은 1일 1만5천800대, 대안 노선은 2만2천300대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돼 대안 노선이 40% 이상 교통량 분산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제시됐다. 또 예타 노선과 대안 노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양평군에 고속도로 출입시설(IC)의 설치 여부다. 예타 노선은 국도 6호선과 만나는 곳에 철도, 학교 등의 시설물로 인해 양평군에 IC 설치가 불가하나 국토부 대안 노선은 국지도 88호선과 접속하는 양평군 강하면에 양평군민이 원하는 IC 설치가 포함돼 있다. 둘째, 양평군민의 피해가 적고 다수가 원하는 노선이어야 한다. 예타 노선의 분기점 인근 양서면 주민들은 마을 위로 40m가 넘는 교각이 600m이상 설치돼 마을이 양분되고 고속도로로 인한 소음, 경관 훼손, 환경 파괴 등의 문제로 예타 노선을 반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양평군민 절대다수는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노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셋째,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환경을 고려한 노선이어야 한다. 양평군은 2천600만 수도권의 식수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환경 보전을 제1의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이제 새로운 고속도로도 수질 보전과 환경을 고려하는 노선으로 결정돼야 한다. 예타 노선은 한강을 횡단해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 수변구역을 관통하는 반면 국토부 대안 노선은 수변구역을 통과하지 않고 상수원보호구역은 약 3.5㎞, 철새도래지는 약 2㎞를 적게 통과해 상대적으로 환경 훼손이 적다. 어느 노선이 그동안 환경을 지켜온 양평군민의 뜻에 맞다고 생각되는가. 위 세 가지 사항에 대해 현재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국토부의 타당성 조사 자료뿐이라 대안 노선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을 통해 국토부의 대안 노선과 예타 노선을 비교 검토해 어느 노선이 타당한지를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논점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노선으로만 한정해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 그리고 양평군민과 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노선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제안한 ‘두 노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적절성 검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양평군 어느 지역에라도 IC를 설치하고 대안 노선보다 더 양평군에 이익이 되는 다른 노선이 있다면 이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는 양평군민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 하루빨리 양평군에 가장 이익이 되고 양평군민이 원하는 방향인 강하IC를 포함하는 노선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현장을 보고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고 비교한다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최적의 노선이 어디인지 그 해답이 보일 것이다.

[기고] 경기도의 지속 가능한 청년정책은?

경기도의회는 지난 6월 ‘경기도 2022회계연도 결산심사’를 했다. 도와 교육청의 전체 예산 61조원을 심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마련에도 반영된다. 경제노동위원회 위원이자 민주당 청년지원단장으로 도의 청년사업 집행 실태를 꼼꼼하게 살폈다. 한 예로 청년노동자 지원사업을 보면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 ▲청년복지포인트 지원사업 ▲청년연금 등 미집행된 불용 예산만 해도 100억원에 달했다. 도 집행부는 불용 예산의 주된 사유로 “신청자 중 서류 미비 등 지원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 운영이나 집행 방식 및 홍보 방안 개선을 비롯해 주요 청년사업을 특정 공공기관에만 위탁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최근 김동연 도지사는 ‘청년에게 기회!’라는 슬로건과 함께 ▲청년 갭이어 프로그램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어학과 자격증 응시료 지원사업을 신규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들 역시 연간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도민 1천400만명 중 청년은 282만명으로 20%에 달한다. 그럼에도 도내 230여개의 위원회 참가 인원 4천400여명 중 청년위원은 단 50명으로 1%에 불과하다. 또 경기청년참여기구에는 청년 200명이 구성돼 있지만 임기가 종료되면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도 정책에 청년들의 참여를 넓히고 전문성 갖춘 청년 인력풀을 구축해 지속적인 활동을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도의 청년중간지원조직은 ‘경기청년지원사업단’으로 경기복지재단에 1년마다 단기위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원사업단은 청년 담당업무 조직체계상 경기복지재단이 아닌 청년 담당 부서로 재조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최소 3~5년 민간위탁 방식 운영이나 경기청년센터로 거듭나야 한다. 10여명의 청년활동가로 구성된 지원사업단은 경기청년참여기구와 청년포털 운영, 청년공간과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한다. 그러나 김 지사가 중점 추진하는 청년사업 하나 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원사업단은 청년 현장-시군-도-중앙을 잇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연계 기능을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 청년거점 소통공간’은 28개 시·군에 43개소가 설치 운영 중으로 종사자는 160여명에 달한다. 수원시의 ‘청년바람지대’와 안산시의 ‘상상대로’ 등 지역의 청년거점 소통공간 확충이 더 필요하다. 일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의 열악한 처우 역시 청년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경기도 청년공간 처우개선 좌담회’에서는 청년활동가들의 근로 형태가 수개월부터 2년 미만의 단순계약직으로 신분이 불안정하며 심지어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곳도 있었다. 청년들에게 요구되는 ‘열정페이’가 청년들을 위해 일하는 청년활동가들에게도 요구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청년이 필요하면 한 번 뽑고, 쓰고, 버리는 ‘청년티슈론’이라는 말도 생겼다. 청년활동가들은 결국 청년공간을 떠나게 된다. 시·군 현장의 청년거점 소통공간인 플랫폼이 안정적이고 튼튼해야 한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경기도의 청년정책을 위해 실질적인 다섯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도 정책에 청년들의 참여 확대와 청년 인력풀 구축 ▲둘째, 실질적인 청년정책의 전달시스템 개선 ▲셋째, 경기 청년중간지원조직의 기능 강화와 역량 발휘 ▲넷째, 시·군 청년거점 소통공간의 활성화 ▲다섯째, 청년활동가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다. 당장 눈앞에만 보이는 ‘백화점식 청년정책’보다는 도의 청년중간지원조직과 지역 현장의 청년거점 소통공간이 그물망처럼 튼튼하고 촘촘하게 연계 및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만 경기도의 지속가능한 청년정책 실현에 큰 주춧돌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양평고속도로 수난사

1987년 12월3일 개통된 중부고속도로가 처음 논의될 때는 양평을 경유하는 노선을 검토하던 중 당시의 이천 출신 무소불위의 실력자가 이천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당시의 건설부(국토부의 전신) 간부인 집안 어른이 말씀하곤 했다. 그 결과 여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처진 이천이 여주보다 먼저 시가 됐다. 2009년 7월15일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는 1990년 초에는 동서고속도로로 알려졌으며 광주시 퇴촌을 거쳐 강하면 성덕리를 통과해 강상면 신화리에 IC가 개설되게 전국지도에 표시돼 있었고 보상이 된다는 소문이 날 무렵 춘천 출신 정계 막후 실력자에 의해 1979년 말 현재의 노선으로 변경돼 개통한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양평 사람 60대 정도의 연령만 돼도 모두 기억할 것이다. 현재의 하남 양평 고속도로는 2008년 한신공영 등 6개 민자사업자들이 경기도에 사업을 제안했으나 재무성 부족으로 반려된 바 있다. 당시 추진 주체의 이야기는 한화콘도 뒤편으로 연결돼 한화가 민자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를 원했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뤄 왔던 것이다. 2017년 1월 국토부의 고속도로 5개년 계획(2016~2020년)에 포함돼 2019년 3월 제1회 예비타당성조사대상 사업자에 선정되자 전임 군수가 불철주야 노력해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통과된 사실은 양평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뒤이어 2020년 4월15일 총선에서 선출된 양평 출신 국회의원이 국회 전반기 농해수위에 배치됐다가 후반기에 국토교통위에 배정 받아 도로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양평의 실정을 누구보다도 반영하기 수월해 확정된 변경안이 현재 정쟁의 빌미가 돼버린 것이다. 정쟁의 빌미가 된 양평군 강상면은 김건희 여사 부친의 고향이며 현재도 친척들이 거주하고 있다. 원안으로 가면 양평 전 군수의 토지도 있고 김 여사 모친의 고향이어서 원안 주변에도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가 된 하남 양평 고속도로의 개설 목적은 민자 유치가 됐든 국가 재정사업이 됐든 모두 6번 국도 교통정체 해소에 있었던 것이다. 현재 국토부가 발표한 하남, 광주, 강하, 강상종점 노선은 6번 국도 정체가 일거에 해결되고 양평에는 진정으로 필요한 고속도로가 되는 것이다. 수도 서울의 위성도시인 양평은 행정과 산업 중심인 서울을 가기 편한 노선이 돼야 하고 국가적으로도 전체 교통망 연결에 지장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양평을 지나가는 고속도로는 세 개 노선이 있지만 동서고속도로는 서쪽 끝자락인 서종을 지나가고 제2영동고속도로는 양평의 맨 끝쪽인 양동을 지나가며 중부내륙고속도로는 창원에서 출발해 포천을 향하고 있어 양평 외곽으로 변죽만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정쟁을 떨어버리고 진정으로 양평에 필요한 고속도로로 생각되는 도로가 개설되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가평전투 캐나다 '레비 중위'와 장교의 책무

6·25전쟁 중 수많은 전투가 있었으나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전투가 가평전투다. 가평전투에서 영연방군이 승리하는 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교 중 한 명이 캐나다군 마이클 레비 중위다. 그는 역경 속에서도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투혼을 발휘해 적을 무찔렀다. 하지만 전후 많은 동료 장병이 가평전투의 승리로 군인 최고의 영예인 군십자무공훈장을 받았으나 그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가평전투는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 때인 1951년 4월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간 가평군 북면 504고지와 677고지에 일대에서 2천명의 영연방 27여단과 1만명의 중공군 118사단 및 60사단이 맞붙은 전투다. 영연방군이 5배나 많은 중공군은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677고지를 사수했던 프린세스 패트리샤 캐나다 경보병여단 2대대 D중대 10소대장이었던 레비 중위의 역할이 컸다.  677고지 쪽에는 중공군 5천명과 캐나다군 500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캐나다 보병대대는 인해전술로 밀고 올라오는 중공군을 향해 사격을 가해 350명을 사살했지만 적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캐나다군 고지를 향해 공격해 왔다. 급기야 중공군이 아군 진지까지 도달해 구름처럼 몰려들자 레비 중위는 본인의 목숨뿐만 아니라 부하들의 목숨까지 담보하고 결단을 내린다. 마침내 통신장교를 통해 작전지휘본부에 677고지 아군 진지 위로 포 사격을 요청한다.  이 요청은 대대장 스톤 중령에게 전달되고 대대장은 이를 받아들여 즉각 여단 작전사령부에 요청해 뉴질랜드 제16 왕립포병여단이 아군 진지 위로 20분간 포 사격을 집중한다. 아군 진지 주변에서 마지막 돌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중공군은 추풍낙엽이 되고 레위 중위로부터 포 사격 사전 예고를 받은 부하들은 갱도 진지와 바위 틈에 숨어 목숨을 구한다. 이윽고 677고지 5, 6분 능선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공군이 또다시 공격해 오자 레비 중위는 2차 아군 진지 내 포 사격을 요청하고 성공시킨다. 중공군은 하룻밤 사이에 캐나다군 보병대대에 의해 350명, 그리고 뉴질랜드군 포 사격에 의해 1천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고 전의를 상실한 채 북쪽으로 퇴각한다. 가평전투는 이후 세계 전투사에 남을 명전투로 기록됐다. 또 전쟁이 끝나고 가평전투에 임했던 캐나다 대대는 트루먼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았으며 캐나다 대대 장병들이 영연방 군인들의 최고 훈장인 십자무공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레비 중위는 제외됐다. 50년이 지난 어느 날 박격포 소대장으로 가평전투에 참가했던 허브 그레이 중위는 가평전투에 대한 회고록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했다. 그리고 가평전투 당시 통신장교였던 맬 캔필드가 기록한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됐다. 거기에 대대장이었던 스톤 중령이 포상과 관련해 레비 중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유대인에게는 훈장을 수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톤 중령은 레비의 포 사격 요청을 자기에게 중간에서 전달한 윌리 밀스 대위를 십자무공훈장 수상자로 상신한다. 이렇게 레비의 무공은 묻혀 버린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레이가 레비 중위의 명예 회복에 나선다. 그리고 2003년 마침내 그의 무공이 세상에 알려지고 캐나다 총독으로부터 영광스러운 ‘그랜트 오브 암스’를 받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 앞서 언급했듯이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 즉 ‘살고자 하고 싸우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산다’는 진리를 실천한 장교였다. 그는 아군 진지에 포 사격을 요청해 자신과 부하의 목숨을 구했다. 장교의 현명한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례다. 그는 1951년 중위에서 1974년 소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23년간 진급도 두 단계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내하며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03년 명예가 회복되고 4년 후 2007년 영면에 들었다. 진실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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